인공지능(AI) 기술 등의 발달로 원자력발전소의 중요성이 더욱 커지고 있지만 원전 예산을 향한 야권의 인식 변화는 여전히 뒷걸음질을 치고 있다.
국회가 내년도 정부 예산안에 대한 심사에 속도를 내는 가운데 원전 관련 예산에 대한 다수의 삭감 의견을 내며 문재인 정부 당시 탈원전 기조에서 벗어나지 못한 모습을 보인다.
실제 예산 삭감이 현실화될 경우 원전 다수가 밀집해 있는 데다 소형모듈원자로(SMR) 등 미래 원전 생태계를 겨냥한 도약을 준비 중인 대구경북(TK)에 큰 타격이 불가피하다.
24일 정치권에 따르면 민주당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위원들은 내년도 원전 생태계 금융 지원 예산 1천500억원 중 500억원을 삭감해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이 사업은 원전 중소·중견기업에 저금리로 시설자금과 운전자금을 지원해 원전 생태계 경쟁력을 강화하고 수출 기반을 마련하기 위한 것이다.
이에 대해 민주당 예결위원들은 원자력산업협회가 내년도 융자 수요를 과다 산정했을 가능성이 있다며 삭감 의견을 냈다. 신한울 1·2호기 가동, 신한울 3·4호기 착공과 함께 체코 원전 수주, SMR 개발 활성화 등 순항하는 분위기를 반영한 업계 수요를 평가 절하한 것이나 다름없다.
민주당 예결위원들은 SMR 제작 지원센터 구축사업 예산 약 54억원도 'SMR R&D도 가시화되지 않았다'며 전액 삭감 의견을 보이고 있다. 또한 원전산업수출기반 구축 예산은 '해외 홍보에 집중된 사업'이라며 약 31억원 감액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민주당 최민희 의원이 위원장을 맡고 있는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도 지난 20일 민관합작 선진원자로 수출 기반 구축사업 예산 70억원 중 63억원을 삭감했다. 삭감 이유는 '원전 카르텔들이 모여 결정한 소듐냉각고속로(SFR) 실증사업은 충분한 논의 없이 시작할 수 없다'는 것이다.
앞서 지난 12일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에서 여야가 합의해 원전 관련 예산안을 처리하면서 민주당의 탈원전 기조에 변화가 기대됐지만 현재는 온도차가 완연한 국면이다.
반면 지난 정부부터 비중을 둬온 신재생에너지 관련 예산은 대폭 증액을 노리고 있다. 민주당 예결위원들은 신재생에너지 금융지원 예산, 신재생에너지 보급지원 예산을 수백~수천억원 증액해야 한다는 의견을 내고 있다.
세계 각국이 전력공급이 불안정한 신재생에너지의 한계를 절감하고 원전의 중요성을 다시 주목하고 있는 현실과 동떨어진 인식이라는 지적이 나오는 대목이다.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는 지난 14일 최고위회의에서 "AI혁명 시대의 관건은 전력이다. 민주당도 AI가 중요하다고 하면서 탈원전하자고 말할 수는 없을 것"이라고 꼬집은 바 있다.
TK 정치권 관계자는 "민주당의 원전 예산 삭감 시도가 국회 예결위에서 현실화될 경우 TK에 큰 타격이 될 수밖에 없다"며 "여당의 추경호 원내대표와 구자근 예결위 간사 등 지역 정치권이 적극적으로 방어에 나서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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