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달서구청이 11개월째 이어지는 구청 앞 집회를 금지해달라고 소송을 제기했지만 패소했다. 소음 탓에 피해를 보던 주민과 공무원(매일신문 8월 11일 보도)의 고통도 당분간 이어지게 됐다.
죽전3구역재건축조합 정상화 대책위원회(이하 대책위)는 지난 1월부터 달서구청 앞에서 집회를 열고 있다. 집회 현장에는 현수막 십여개가 나붙었고 확성기에서는 큰 소리로 "달서구청 건축가 직원들이 건축 인가 처분을 잘못해, 수천억원을 강탈당했다. 직원과 구청장은 책임을 지고 물러나야 한다"는 주장이 반복 재생됐다.
대책위는 구청이 진행한 행정절차 중 시공사 선정이 잘못됐다며 소송을 진행했지만 대법원에서 최종 패소했다. 사실상 이들 주장이 허위 사실이라는 판결이 내려진 셈이다.
대법원 판단이 나오자 달서구청은 지난 5월 대책위를 상대로 '집회 및 시위 금지 등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소속 공무원들의 명예를 훼손하고 인근 주민들에게 피해를 입힌다는 이유에서였다.
하지만 지난 21일 재판부는 집회를 제한할 수 없다는 결론을 내놨다.
재판부는 "지방자치단체가 명예나 인격권 침해를 이유로 민사상 구제를 청구하는 경우 극히 예외적인 경우가 아니면 이를 인정하기 어렵다"며 "인격권 침해가 인정되더라도 청구를 받아들일 특별하고 예외적인 사정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주민과 인근 상인들은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달서구청 맞은편 한 아파트에 거주하고 있는 박모(68) 씨는 "소음이 커 여름철에도 창문을 열지 못하고 살았다. 이번 여름도 똑같다고 생각하니 괴롭다"며 "잠시 시위를 하는 게 아니라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시위를 하니 더 견디기가 어려운데, 어떻게 그런 판결이 나오냐"며 분통을 터뜨렸다.
구청 인근에서 중국집을 운영하는 손태웅(65) 씨는 "집회 허가를 내는 달서경찰서에 찾아가 주민들의 괴로움을 알아달라고 읍소까지 했다. 매우 실망스러운 판결"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달서구청 관계자는 "집회 허가는 경찰 소관인 데다가, 이번 소송에서도 패소하면서 주민과 직원에게 피해를 입히는 집회를 막을 방법이 사라진 게 사실"이라며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대책을 강구해보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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