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인 작가 등용문인 신춘문예 공고가 지면에 실리면 기성작가들의 가슴도 두근댄다. 각종 문학상의 주인공도 이 즈음 가려지기 때문이다. 작가라는 '프로선수'끼리의 각축전(角逐戰)이다. 국내에는 350개가 넘는 문학상이 있다고 한다. 상금이 많고 작품이 재조명되기에 마케팅 효과도 겸한다. 작가들이 수상을 마다할 이유가 웬만해선 없다.
상금이 많게는 1억원을 넘는다. 물론 액수가 전통이나 인지도에 비례하는 건 아니다. 이상문학상, 동인문학상과 함께 국내 3대 문학상으로 꼽히는 현대문학상의 상금은 1천만원이지만 70회 수상자가 불릴 차례일 만큼 역사가 깊다. 해외도 다르지 않다. 세계 3대 문학상이라는 프랑스 공쿠르상(賞)은 1903년부터 시작된 오랜 전통에도 상금이 10유로(우리 돈 약 1만5천원)에 불과하다.
상금 6천만원으로 정상급 문학상의 품격을 갖췄던 '동리목월문학상'이 몇 년 사이 신문 사회면에서 소개되고 있다. 수상자들에게 상금을 지급하지 않아 소송전에 휩싸이면서다. 올해는 수상작 선정 자체가 없을 것이라고 한다. 지난해 수상작 발표 후 며칠 만에 무효 선언이 나온 것과 관련 있다. 수상작 선정 절차에 하자가 있어서였다. 운영위원회가 선정을 무효화하자 작가는 소송을 제기했다. 비슷한 소송은 또 있었다. 2022년 수상자인 김훈 작가도 상금을 뒤늦게 받으면서 지연이자와 변호사비 관련 분쟁을 소송으로 해결했다. 주최 측이 상금 사용처 제한 등을 명시한 약정서 작성 요구로 물의(物議)를 빚은 탓이었다고 한다.
문학상 제정은 창작 활동 독려라는 취지도 있지만 기념하는 인물의 문학적 성취를 기리려는 의도도 있다. 아동문학가들에게 시상하는 '김성도 아동문학상'의 경우 고(故) 김성도 작가의 명성에 걸맞은 시상이 필요하다는 공감 아래 내년부터 주관을 맡게 될 김성도기념사업회 측이 심사 투명성 확보와 함께 상금을 대폭 올리는 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한다.
동리와 목월에 대한 결례(缺禮)가 길어져서는 곤란하다. 절차적 투명성은 공신력 확보의 핵심 요소다. 전통을 세우는 데는 수십 년이 걸리지만 허물어지는 건 순간이다. 내로라하는 문학상 심사에 여러 차례 참여한 한 작가의 말이 쇄신책으로 보인다. "심사위원 선정부터 '지독하게' 투명해야 뒷말이 안 나온다."
김태진 논설위원 novel@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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