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연주 작가는 산을 닮은 풍경을 작업에 담는다. 작품 속 잠든 누군가의 뒷모습은 산과 닮았고, 곧은 뒷모습은 나무를 닮기도 했다. 그의 풍경 속에는 산을 이루는 나무, 언덕, 돌, 웅덩이, 비와 같은 자연, 그리고 이러한 자연을 닮고 싶은 인간의 모습이 존재한다.
그의 개인전 '나의 작은 산'이 오는 30일까지 갤러리 토마(대구 중구 달구벌대로446길 18-13)에서 열리고 있다.
2024 대구문화예술진흥원 개인전시지원으로 진행되는 이번 전시에서 그는 자신만의 산, 그리고 지나가고 머무르는 풍경 속에서 마주한 것들에 대해 이야기한다. 전시장에서는 신작 20점 가량과 작가가 직접 제작한 아트북을 만나볼 수 있다.
작가는 왜 산을 택했을까. 대구 달성군 서재에서 태어나고 자란 그는 매일 바라봤던 산을 통해 항상 같은 자리에 머무르는 익숙한 존재에 대한 자신만의 생각을 구축해왔다. 산은 작가에게 변하지 않는 것에 대한 가치이자 이상향이었다. 그리고 그는 산에 부모님, 가족, 연인, 반려동물과 같은, 항상 주변에 있는 대상을 중첩한 풍경을 표현하기 시작했다.
작업 초기 웅장한 산처럼 존재하던 모습을 넘어 작가는 좀 더 가까운 주변의 것들에 시선을 뒀다. 둥근 등, 웅크린 몸짓, 맞닿은 손, 나무를 끌어안은 모습 등 작은 존재로서 인간의 모습을 표현한다.
그는 "나의 작품 속 산과 사람은 영원성에 대한 이상향의 은유다. 하지만 최근 산처럼 늘 곁에 머무르던 대상의 부재를 경험하고, '상실'에 대한 감정을 기반으로 새로운 작업을 이어오고 있다"며 "영원성에 대한 상징인 웅장한 산이 아닌, 산의 내부를 배경으로 특히 나무와 주변의 가까운 것들에 더 시선을 뒀다. 대상 전체를 드러내기보다 나무, 언덕, 돌, 비와 같은 자연의 모습과 이를 닮고 싶어 하는 인간의 부분적인 모습만 더 극대화해 나타내고자 한 의도"라고 설명했다.
작가는 나무, 언덕, 비와 같은 자연의 모습과 이를 닮고 싶어 하는 인간의 부분적인 모습을 극대화해 나타내고 있다. 곧은 나무 기둥은 위를 향해 수직으로 자라나고, 흐르는 비는 결국 바닥에 고여 잔잔히 수평을 이룬다. 그리고 그와 함께 사람은 때론 산처럼 누워있다가도, 둥근 몸짓으로 맞닿아 있거나, 곧은 나무처럼 서 있기도 하다.
그는 "나에게 나무와 산, 비와 물 같은 자연의 대상은 여전히 닮고 싶은 동경의 대상이다. 하지만, 인간은 인간일 뿐 산이 될 수는 없다는 것을 알기에, 그저 인간의 입장에서 바라본 자연의 모습을 화면 속에 담아낸다"며 "산 같은 누군가가 영원히 곁에 머물렀으면 하는 마음보다, 주변에 지나가고 머무르는 것들을 바라보고 기억하며 작업을 통해 자연스레 지나가는 시간을 마주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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