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지속화하는 고물가 기조…양극화하는 화장품 시장

서울 중구 다이소 명동역점에 진열된 소용량 화장품. 연합뉴스
서울 중구 다이소 명동역점에 진열된 소용량 화장품. 연합뉴스

고물가 기조가 이어지는 가운데 화장품 시장의 양극화가 심화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10대를 중심으로 비교적 저렴한 화장품이 인기를 끄는 동시에 고급 화장품 시장도 탄탄한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25일 유통·화장품 업계에 따르면 최근 5천원 이하 균일가 제품을 판매하는 다이소에서 화장품 제품이 인기를 끌고 있다. 최근 화장품 트렌드를 10대들이 주도하면서 가성비 상품이 주목받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올해 들어 10월까지 다이소 기초화장품 매출은 지난해 대비 240%, 색조화장품 매출은 130% 각각 급증했다. 손앤박 '아티 스프레드 컬러 밤'(3천원)은 6만원대 샤넬 립앤치크밤과 비슷하다고 알려지면서 품절 사태까지 빚어졌다. 아모레퍼시픽·LG생활건강·애경산업 등 국내 대표 화장품 대기업들도 앞다퉈 다이소에 납품하고 있다.

사진은 이날 서울 중구 다이소 명동역점에 진열된 소용량 화장품. 연합뉴스
사진은 이날 서울 중구 다이소 명동역점에 진열된 소용량 화장품. 연합뉴스

가성비 화장품 시장에 편의점도 참전했다. GS25는 마스크팩을 700원에 선보이고, CU는 기초화장품을 3천원에 판매 중이다.

업계 관계자는 "주로 용돈을 받는 10대들이 화장품 트렌드를 이끌다 보니 1천~2천원에도 시장이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이들 상당수가 브랜드보다는 저렴한 가격에 품질이 좋다고 입소문난 제품을 찾는 분위기"이라고 말했다.

서울 중구 신세계백화점 본점을 찾은 고객들이 화장품 매장에서 쇼핑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서울 중구 신세계백화점 본점을 찾은 고객들이 화장품 매장에서 쇼핑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동시에 고급 화장품 시장 성장세도 탄탄하다.

올들어 10월까지 롯데백화점 화장품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10%가 늘었다. 이 가운데 명품 브랜드가 대거 포진한 색조화장품 매출은 25%나 올랐다.

또 같은 기간 롯데백화점 대구 지역 화장품 매출도 12% 증가했다. 기초화장품과 색조화장품은 각각 5%, 16% 증가했으며, 특히 디올, 입생로랑 등 명품브랜드 매출이 각각 20% 이상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 기간 신세계백화점의 명품 화장품 매출도 16.1%, 올해(1∼9월) 현대백화점 명품 화장품 매출은 13.1% 신장했다.

백화점 업계 관계자는 "가격 인상으로 인해 어느 정도 매출이 증가했을 수 있지만, 불황에도 꾸준하게 고가 화장품들이 인기를 얻고 있다"고 말했다.

명품 화장품뿐만 아니라 일반 화장품 업체들도 미백, 주름 개선 등 기능성 제품을 늘리며 고가라인을 잇달아 출시하고 있다.

신세계인터내셔날은 자체 화장품 브랜드 연작(YUNJAC)을 통해 지난 4월 고기능 피부관리 라인 알파낙스(ALPHANAX)를 백화점 오프라인 매장 단독 상품으로 선보였다.

알파낙스는 항노화에 효과적인 특허 성분을 함유한 라인이다 보니 기존 제품보다 가격이 2배 이상 비싸다.

쿠팡은 지난 달 에스티로더, 르네휘테르 등 고급 화장품 전용 로켓배송 서비스인 알럭스(R.LUX)를 출범했다. 쿠팡은 럭셔리 서비스인 알럭스가 새로운 성장 기회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전문가들은 경기 불황과 고물가로 인해 소비 양극화가 심화하면 이런 현상은 당분간 지속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경제학과 교수는 "불황과 고물가 시기에 소비 양극화가 더욱 두드러지며 화장품 소비에서도 마찬가지 현상이 나타난다"며 "청소년이나 서민층은 아주 저렴한 화장품에 더 쏠리고 프리미엄 제품을 소비하던 계층은 계속 고가 상품을 찾다 보니 나타나는 현상"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소비자들이 실제 체감하는 경기가 나아지지 않고 있기 때문에 이런 양극화 현상은 한동안 지속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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