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주변에는 항상 무슨 일이든 다 잘하는 능력자들이 존재한다. 능력의 배경이 선천적 재능인지, 아니면 후천적 노력인지 알 수는 없지만 다능인, 팔방미인, 올라운드 플레이어, 또는 르네상스맨이라 불리며 특정 분야에 국한되지 않고 다양한 영역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이들은 경계를 넘어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고 시대의 변화와 성장을 이끌었다.
14세기 후반부터 이탈리아를 중심으로 유럽 전역에서 중세의 기독교 중심 세계관에서 탈피해 이성적 사고를 중시하는 인본주의적 관점이 생기기 시작했다. 이에 따라 인간 중심적이면서도 실용적이고 합리적인 과거 고대 그리스와 로마 문명의 성취에 주목하고 그 가치를 되살리고자 했던 르네상스 시대가 도래하며 본격적인 문예부흥기를 맞이하게 된다. 이 시기에는 예술, 과학, 문학, 철학 등 다양한 분야에서 혁신적인 발전을 이루게 되는데 레오나르도 다 빈치(1452~1519)와 같이 전방위적으로 뛰어난 성과를 남긴 다재다능한 인물들이 등장하기 시작했다. 융합적 사고의 가능성을 보여준 이들의 업적은 사회 전반에 걸쳐 큰 영향을 미쳤다.
지난 11월 3일 세상을 떠난 미국의 프로듀서 퀸시 존스(1933~2024)도 생전 연주자, 작곡가, 편곡가, 음악감독으로 대중음악계를 비롯해 TV, 영화 등 여러 매체에서 활동하며 깊은 발자취를 남겼고 특히 팝의 황제 마이클 잭슨(1958~2009)의 'Off the Wall(1979)'을 시작으로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이 팔린 앨범으로 기네스북에 등재된 'Thriller(1982)', 이후 발매된 'Bad(1987)'까지 정규음반 3장을 프로듀싱하며 음악 산업의 역사상 가장 성공적인 파트너십의 모델을 제시하기도 했다. 또한 1985년 아프리카를 돕기 위해 작곡된 노래 'We Are the World' 녹음의 프로듀서를 맡아 '자존심은 문 앞에 두고 오세요(check your ego at the door)'라는 쪽지를 직접 써 붙이고 40명 이상의 당대 슈퍼스타들을 진두지휘하며 역사적 순간을 만들었다. 이 프로젝트는 사회적 문제 해결을 위해 음악이 사용된 중요한 사례로 많은 유사한 형태를 양산했으며 국내에 IMF 외환위기 당시 실업자들의 구제 기금을 조성할 목적으로 제작된 곡인 '하나 되어(1999)'도 이를 답습했다.
퀸시 존스와 같은 르네상스맨의 태도는 영화 '월터의 상상은 현실이 된다(2013)'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주인공인 월터 미티가 포토 에디터로 일하는 잡지사인 라이프(Life)는 '세상을 보고 무수한 장애물을 넘어 벽을 허물고 더 가까이 다가가 서로를 알아가고 느끼는 것'을 그들의 목적이라 소개한다. 라이프가 한계를 극복하고 포토저널리즘이라는 새로운 길을 개척해 언론의 혁신을 이룬 것처럼 르네상스맨 역시 창의적인 탐구 정신을 바탕으로 인류의 지식과 문화의 개념을 확장해 풍요로운 시대를 만들었다.
전문화와 세분화가 이루어진 현대 사회에서는 각자의 영역에서 협업을 통해 효율성을 극대화하는 방법을 주로 사용할 뿐 여러 분야에서 동시에 능력을 발휘하는 인물의 필요성이 크게 대두되지 않는다. 하지만 융합적 사고와 통합적 접근과 같은 르네상스의 정신은 여전히 사회의 발전과 문제 해결을 위한 기반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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