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경북 특화단지 글로벌 시장 선점] 경북 포항 2차전지 특화단지, 글로벌 초격차 이끈다

2차전지 특화단지 중심 기업지원, 기술혁신, 인력양성 혁신 생태계 구축 착착
탄소중립과 미래시장 대비 통해 경북 주도 '2차전지 강국'으로 글로벌 초격차 달성

경북 포항과 구미는 각각 제철, 전자산업을 통해 대한민국의 현대화를 이끌었다. 전후 최빈국(崔貧國)에서 세계 10위권 경제대국으로 견인한 데 가장 큰 역할을 했다. 하지만 시설 노후화, 수도권 집중 등으로 인해 한동안 지역의 철강·전자 산업은 침체기를 겪기도 했다.

새로운 미래 먹거리 육성이 시급했던 시기, 가뭄의 단비처럼 포항과 구미는 각각 2차전지·반도체 분야 국가첨단 전략산업 특화단지로 지정됐고 새로운 도약을 이끌고 있다. 경상북도는 일찌감치 이차전지·반도체 분야에서 글로벌 초격차(超隔差) 선도를 목표로 특화단지 육성에 열을 올리고 있다. 특화단지 지정 1년6개월이 지난 지금, 그간 투자의 성과가 시나브로 드러나고 있다. 경북과 대한민국을 넘어, 세계시장을 선도할 포항·구미의 특화단지를 살펴본다.

〈글 싣는 순서〉

上. 경북 포항 2차전지 특화단지, 글로벌 초격차 이끈다

下. 경북 구미 반도체 특화단지, 소재·부품 글로벌 거점

경북 포항시 남구 동해면 블루밸리 국가산업단지 내 위치한 이차전지 종합관리센터. 이곳은 배터리 성능, 안전성 평가와 기술 개발, 사용후 배터리의 재사용/재활용 기업 지원 등의 역할을 한다. 경북도 제공.
경북 포항시 남구 동해면 블루밸리 국가산업단지 내 위치한 이차전지 종합관리센터. 이곳은 배터리 성능, 안전성 평가와 기술 개발, 사용후 배터리의 재사용/재활용 기업 지원 등의 역할을 한다. 경북도 제공.

2차전지 산업은 4차산업혁명 시대를 움직이는 동력이다. 빅데이터, 인공지능(AI), 로봇 등 미래먹거리 분야에서 혁신적 기술이 등장해도 배터리가 전력 소비량을 받쳐주지 못하면 무용지물이 될 수밖에 없다.

세계적으로 탄소 중립을 향한 움직임이 빠르게 확산하면서, 2차전지 산업의 중요성은 나날이 커지고 있다. 단순한 환경 보호를 넘어 산업구조와 에너지 소비 패턴의 근본적 변화 속에서 글로벌 자동차 시장의 전기차 전환 등과 함께 2차전지 수요는 폭발적 증가 추세다.

전기차 시장의 일시적 침체로 인해 2차전지 산업이 다소 주춤한 상황에도 불구하고 ESG(환경·사회·윤리) 경영, 지난 2월 시행된 EU의 배터리법 등 탈(脫)탄소 정책 추진에 따라 2차전지 시장은 '우상향'할 수밖에 없다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이 같은 상황에서 경북은 포항을 중심으로 2차전지 산업 생태계가 구현돼 있다. 특히, 지난해 7월 포항이 2차전지 분야 국가첨단전략산업 단지로 지정되면서 글로벌 전진기지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제철소 용광로에서 뿜어내는 뜨거운 열기로 산업화를 이끌어 낸 포항이, 이제는 친환경 에너지인 2차전지로 새로운 도약을 꿈꾸고 있는 셈이다.

지난 1일 재사용 배터리의 안전인증(KC) 및 배터리 구독서비스 제품 실증을 위해 구미국가산단 1단지 내 부지에세서 BaaS 시험 실증센터 기공식이 열렸다. 경북도 제공.
지난 1일 재사용 배터리의 안전인증(KC) 및 배터리 구독서비스 제품 실증을 위해 구미국가산단 1단지 내 부지에세서 BaaS 시험 실증센터 기공식이 열렸다. 경북도 제공.

◆2차전지 양극재 생산 허브, 경북 포항

전 세계적으로 배터리 수요가 크게 늘면서 배터리 시장 선점을 위한 글로벌 시장 경쟁은 매우 치열하다. 한국이 삼원계(NCM) 배터리의 최고 성능을 앞세운 기술력을 내세우고 있는 상황에서 중국은 이원계 배터리(LFP)를 통한 가격 경쟁력이 강점이다.

일본은 전고체 배터리 등 차세대 기술 개발에 주력하면서 시장 선점을 호시탐탐 노리고 있다. 미국 또한 자국 배터리 산업을 육성함과 동시에 무역 장벽을 높이기 위해 '인플레이션 감축법'을 도입했으며 독일‧프랑스 등 유럽 국가들은 자국 내 전기차 배터리 생산체계를 구축하고 몸집을 불리고 있다.

2차전지 시장에서 '총성 없는 전쟁'이 이뤄지고 있는 상황에서 한국이 비교우위를 점할 수 있는 건 포항이 '양극재 생산 허브'로 완전히 자리매김한 덕분이다.

경북도에 따르면 2017년 세계 최대 2차전지 양극재 소재 기업인 에코프로가 포항에 처음 둥지를 튼 이후 포스코퓨처엠, 에너지머티리얼즈, 우전지앤에프 등 전후방 기업들이 잇따라 입주했다. 이들 업체는 2027년까지 14조원 수준의 대규모 투자를 약속하면서 블루밸리 산단의 분양률 또한 단숨에 70% 이상으로 크게 향상됐다.

철강 일변도의 산업 중심에서, 차세대 먹거리인 2차전지 산업으로 산업 구조 전환이 이뤄지면서 지역 산업계에도 큰 변화가 이뤄지고 있다. 정부는 지난해 7월 포항 블루밸리 국가산단‧영일만 일반산단을 국가 첨단전략산업 특화단지로 지정했다.

2차전지 분야 국가 첨단전략산업 특화단지는 2030년까지 2차전지 글로벌 초격차(超隔差) 선도를 위해 연간 양극재 100만톤(t) 생산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를 위해 정부는 ▷지속가능한 인프라 구축 ▷초격차 기술개발 및 인력 양성 ▷건실한 산업생태계 확립 등 3대 전략을 세워뒀다.

경북도는 경제부지사‧포항시장을 공동단장으로 하는 2차전지 특화단지 추진단을 꾸리고 관련 인프라, 연구개발, 인력 양성 등 혁신생태계 구축을 위한 다각적 지원을 펼치고 있다.

이차전지 양극재산업 특화단지인 경북 포항은 양극재 생산 세계 1위로 대한민국 이차전지 산업을 이끌고 있으며, 글로벌 초격차 선도를 위한 중장기 방향을 제시하고 있다는 평이다. 경북도 제공.
이차전지 양극재산업 특화단지인 경북 포항은 양극재 생산 세계 1위로 대한민국 이차전지 산업을 이끌고 있으며, 글로벌 초격차 선도를 위한 중장기 방향을 제시하고 있다는 평이다. 경북도 제공.

◆2차전지 기업, 포항으로 오이소

2차전지 특화단지 추진단의 모토는 '투자 기업의 차질 없는 입주'다. 관련 기업이 입주해 전후방 산업 생태계가 구축됐을 때 2차전지 산업의 성패가 좌우된다는 판단에서다. 이를 위해 추진단은 기업의 애로사항을 수렴하고, 관련 중앙부처와 협의하는 등 규제개선에 적극 나서고 있다.

블루밸리 산단은 철강산업 위주의 표준산업 분류코드가 분류돼 있어 그간 2차전지 기업 유치에 제약이 적지 않았다. 추진단은 지난 4월 산단 계획 변경을 통해 패스트트랙으로 이를 처리, 현재 기업 입주가 원활하게 이뤄지고 있다.

또, 특화단지 공업용수와 전력의 적기 공급을 위한 국가수도기본계획 변경, 변전소 증설 등 관련 예산을 확보해 기업 입주시기에 맞춰 차질 없이 제공하고 있다. 투자기업의 신속한 착공을 위해서도 부지 평탄화 공사를 사전에 시행하는 기업활동에 행정력을 모으고 있다.

국가첨단전략산업 특화단지로 지정되면서 국가 연구개발 공모사업 등에 대한 기술개발도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최근 잇따르는 전기차 화재로 인해 사회적 불안감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 특화단지 내에서 2차전지 안전성 강화를 위해 '고안전성 하이니켈 양극재 단결정화 제조기술 개발' 등도 수행 중이다.

신소재 개발에는 포스텍, 포항산업과학연구원 외에도 UC산타바바라, 인도공과대, 포스코 등 국내외 유수 연구기관 기업이 함께 참여하는 글로벌 연구 협력도 이뤄지고 있다. 대구·경북 초광역 사업의 일환으로 추진되는 '초장수명 2차전지 원천소재 기술 개발'을 위한 지역 혁신 메가프로젝트 등도 정부 공모사업으로 선정돼 원활하게 추진 중이다.

포항의 2차전지 산업은 지방 소멸 극복에도 큰 역할을 하고 있다. 지난 9월 산업통상자원부 공모에 선정된 '2차전지 특성화 대학원'은 국가첨단 산업을 이끌 글로벌 석·박사급 인력을 2029년까지 총 225명 양성한다. 또 영남권 전체를 대상으로 하는 남부권 배터리 아카데미에서는 예비취업자·재직자 등 1천870명을 양성해, 2차전지 산업 현장에 투입하고 있다.

이외에도 교육부 주관 2차전지 분야 특성화고로 지정된 포항흥해공업고는 내년부터 140명의 신입생을 모집해, 현장형 인재로 양성한다. 이같은 연령별·분야별 인력 양성은 2차전지 산업 생태계 조성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경북도는 도내 각 권역별로 이차전지 산업 생태계를 구축해 나갈 계획이다. 이를 위해 동부권은 이차전지 양극재산업 특화단지 육성, 이차전기 자원순환 클러스터 조성. 남부권은의 미래형 소형 모빌리티 실증 거점, 서부권은의 이차전지 소재생산 및 재사용 기반 마련, 북부권은 이차전지 전구체 및 재활용 사업 지원으로 글로벌 시장 선점을 주도한다. 경북도 제공.
경북도는 도내 각 권역별로 이차전지 산업 생태계를 구축해 나갈 계획이다. 이를 위해 동부권은 이차전지 양극재산업 특화단지 육성, 이차전기 자원순환 클러스터 조성. 남부권은의 미래형 소형 모빌리티 실증 거점, 서부권은의 이차전지 소재생산 및 재사용 기반 마련, 북부권은 이차전지 전구체 및 재활용 사업 지원으로 글로벌 시장 선점을 주도한다. 경북도 제공.

◆경북의 미래 먹거리 2차전지

경북은 포항 외에도 구미, 경주, 김천, 칠곡 등에 걸쳐 2차전지 관련 기업이 130여곳 이상 포진해 있다. 특히, 구미는 배터리 구독과 이력관리 사업을 전문으로 수행하는 실증기반 센터가 내년 하반기 들어서게 된다. 또 2026년 완공을 목표로 한 2차전지 육성 거점센터 등도 조성 중이다.

경주는 전기이륜차 배터리 공유스테이션 실증센터가 건립 중으로, 2차전지 기업지원과 기술혁신을 위한 기반 구축이 착착 이뤄지고 있다.

경북도는 지역 내 2차전지 산업 역량을 한 데 모으는 한편, 도 전체로 시너지 효과가 미칠 수 있는 방법을 검토 중이다. 특히 각 지역별 특성을 고려한 2차전지 육성 마스터플랜 등도 현재 수립 중이다.

2차전지 산업은 단순한 기술 산업을 넘어, 국가의 미래와 경제 성장에 중요한 영향을 미치는 분야다. 경북도는 포항을 중심으로 앞으로 2차전지 초격차를 유지할 수 있도록 지속적인 투자와 혁신 등을 이어나갈 방침이다.

양금희 경북도 경제부지사는 "2차전지 산업은 전 세계적으로 전기차와 재생 가능 에너지 수요가 증가하면서 필요성은 더욱 커질 것"이라며 "경북은 이미 구축된 산업 생태계와 연구개발 인프라를 바탕으로 친환경, 신소재 등 차세대 배터리 기술 개발을 통해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력을 더욱 단단히 하고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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