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대 두 명이 몰던 전동 킥보드에 60대 부부가 치였다. 아내는 숨졌다. 가해자들은 면허 없이 공원 내 자전거 전용도로를 달렸다. 언론은 비교적 조용했다. 전동 킥보드 운전자가 피해자인 사고도 있다. 휴가 나온 20대 장병이 친구와 전동 킥보드를 몰다가 버스에 치여 숨졌다. 친구도 크게 다쳤다. 전동 킥보드 운전자는 인도(人道)에서 가해자가 되지만 차도(車道)에서는 피해자다.
전동 킥보드 운행에 대해 찬성과 반대가 있다. 찬성 논리는 이렇다. 전동 킥보드는 '라스트 마일 모빌리티'(Last Mile Mobility)다. 전동 킥보드를 이용하면 자동차로 가기에는 가깝지만 걸어가기에 먼 거리를 빠르게 이동할 수 있다. 누구나 쉽게 이용하고 주차(駐車)가 편하다. 비용도 저렴하다. 안전이 문제지만 제도를 정비하면 해결할 수 있다. 전동 킥보드는 오토바이가 아니니 보행자가 적은 인도에서는 운행을 허용해야 한다.
반대도 만만치 않다. 2020~2022년 전동 킥보드 사고는 5천 건이었다. 55명이 사망했고 5천600명이 다쳤다. 청소년 무면허 운전도 심각하다. 청소년들은 면허 인증을 요구하지 않는 대여업체에서 전동 킥보드를 빌린다. 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학부모의 93%가 전동 킥보드가 필요치 않다고 응답했다. 지방자치단체들이 버려진 전동 킥보드를 치우기 위해 애쓰지만 역부족이다.
외국은 전동 킥보드 퇴출(退出)이 대세(大勢)다. 호주 멜버른시는 전동 킥보드 도입 2년 만에 이용을 금지했다. 프랑스 파리시도 작년에 전동 킥보드 이용을 금지했다. 이용자 나이를 제한하고 번호판을 부착하기도 했지만 결국 금지 결정을 내렸다. 독일 겔젠키르헨시도 전동 킥보드를 퇴출했다. 버려진 전동 킥보드에 자전거가 걸려 넘어지면서 운전자가 사망한 사고가 계기가 됐다.
우리나라는 전동 킥보드에 관대하다. 지금까지 나온 대책은 두 가지다. 하나는 전동 킥보드 최고 속도를 시속 25km에서 20km로 낮추는 것이다. 이렇게 하면 사고 시 충격량이 36% 감소한다. 전동 킥보드가 시속 25km로 달리다가 부딪치면 충격량이 자전거의 두 배가 넘지만, 시속 20km로 달리면 충격량이 자전거의 1.6배로 줄어든다. 다른 대책은 '전동 킥보드 없는 거리'를 만드는 것이다.
'공공재'라는 개념이 있다. 사람들의 소비를 막을 수 없고, 한 사람의 소비가 다른 사람의 소비를 줄이지 않는 재화를 뜻한다. 그래서 많은 사람이 소비할수록 좋다. '공유자원'은 '공공재'와 다르다. '공유자원'도 누구나 거저 소비할 수 있다. 다만 한 사람이 '공유자원'을 소비하면 다른 사람의 소비가 감소한다. 그 결과 '공유자원'은 남용(濫用)돼서 고갈(枯渴)된다.
인도는 공간(空間)이다. 공간은 '공공재'이면서 '공유자원'이다. 혼잡하지 않으면 한 사람이 공간을 차지해도 다른 사람의 공간이 줄어들지 않는다. 이때 공간은 '공공재'다. 혼잡하면 얘기가 달라진다. 한 사람이 공간을 차지하면 다른 사람의 공간이 줄어든다. 많은 사람이 모여 사는 도시는 혼잡하다. 도시에서 공간은 '공유자원'이다. 길거리에 마시다 남은 커피와 쓰레기봉투를 버리거나 현수막을 설치하는 것은 공간 남용이다. 인도에 뒹구는 전동 킥보드는 공해(公害)다.
사람에게 보행(步行)은 필수적이다. '걷기'는 시민의 기본 권리다. 내가 걷는다고 해서 다른 사람이 위험해지지 않는다. 자전거 운행은 보행과 비슷하다. '자전거 타기'는 기본 권리에 가깝다. 간혹 자전거가 보행자에게 위협적인 경우가 생긴다. 이 때문에 자전거 전용 도로를 만들고 최고 속도를 제한한다. 전동 킥보드는 자전거와 다르다. '전동 킥보드 타기'는 기본 권리가 아니다. 선택적 소비일 뿐이다. 전동 킥보드로 인해 보행자가 위험해지고 시민의 기본 권리가 침해되는 현실은 아주 이상하다.
날씨가 추워졌다. 겨울이다. 풀빵이나 어묵을 파는 노점이 많이 보인다. 이들은 금세 사라진다. 누군가 신고해서 단속한 것 같다. '스윙' '지쿠' '빔' '킥고잉' '씽씽' '디어', 이 이름들을 들은 적이 있는가. 전동 킥보드 대여업체들이다. 등록만 하면 누구나 전동 킥보드 대여업을 할 수 있다. 전동 킥보드 29만 대가 인도와 차도를 종횡무진(縱橫無盡) 돌아다닌다. 전동 킥보드 대여업체들은 '공유자원'인 공간을 제 것처럼 사용한다. 지방자치단체들이 노점은 단속하면서 전동 킥보드를 허용한다. 크게 잘못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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