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증인 스스로 위증해서 이재명 무죄 만들었다는 모순된 판결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위증교사(僞證敎唆) 사건 1심 선고 공판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3부(부장판사 김동현)는 이 대표에게 무죄를 선고하며 "검사가 제출한 증거만 보면 이 대표가 위증하도록 결의하게 하려는 고의(故意)나 교사할 고의가 있었다고 보기 부족하다"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이 대표 부탁을 받고 위증한 혐의로 함께 재판에 넘겨진 고(故) 김병량 전 성남시장의 수행 비서 출신 김진성 씨에게는 위증 일부를 인정해 벌금 500만원을 선고했다. 판결을 간단히 요약하자면 '이 대표는 고의로 교사하지 않았는데, 증인이 스스로 위증을 해서 이재명 대표의 무죄를 이끌어냈다'는 것이다. 너무나 비상식적이다.

법원의 이재명 대표에 대한 위증교사 사건 1심 무죄 선고는 우리 사법(司法)이 정치에 오염(汚染)됐음을 보여 주는 강력한 방증(傍證)이라고 본다. 이 사건은 지난해 9월 유창훈 서울중앙지법 영장 전담 부장판사가 이 대표 구속영장을 기각하면서도 "혐의는 소명되는 것으로 보인다"고 판단한 바 있는 사건이다. 게다가 위증교사 사건 핵심 증인인 고 김병량 전 성남시장의 수행 비서였던 김 씨는 '이재명 대표의 요구로 위증했다'고 인정하고 있다. 이 대표와 증인 김 씨가 나눈 전화 통화 녹취 파일도 존재한다. 통상적으로 위증교사 여부가 '증언'에 의해 판명되는 것과 달리 명백한 증거(證據)가 존재하는 것이다. 이 대표 주장대로 '사실대로, 기억나는 대로 증언해 달라'는 부탁이었다면 여러 차례 전화해 장황(張皇)하게 설명할 필요도 없고, 자신의 변론 요지서를 보내 줄 이유도 없었을 것이다.

이 대표는 2019년 2월 '공직선거법상 허위사실 공표 혐의' 재판이 열리기 전에 증인에게 여러 차례 전화를 해서, '기억나지 않는다'는 사람에게 '있는 대로' '기억나는 대로 말해 달라'는 말을 덧붙이면서도 실제로는 "가능하면 (성남시와 KBS 간에 이재명을 검사 사칭 사건의 주범으로 몰기 위해) 교감이 있었다는 얘기를 해주면 딱 제일 좋죠"라고 말했다. 증인이 당시 상황을 잘 모른다는 취지로 답하자 "그런 얘기를 들었다고 해주면 되지…"라고 말했다.

이 대표 측은 "사건을 재구성하라는 게 아니라 기억을 되살려 보라고 한 것일 뿐"이라고 주장한다. 기억나지 않는다는 사람에게 '그런 얘기를 들었다고 해주면 되지'라고 말한 이 대표의 발언이 위증하도록 교사할 고의가 없었다면 대체 어떻게 해야 위증을 교사할 고의가 인정되는가. 사람을 잡아다가 묶어 놓고 두들겨 패면서 "이렇게 저렇게 증언하라"고 고문이라도 해야 '위증교사'라는 말인가. 이러고도 재판부가 증거와 법리로 판단했다고 할 수 있는가. 이번 판결대로라면 앞으로 어떤 위증교사도 처벌하지 못할 것이라고 본다. 아니, 위증교사죄 자체를 없애야 할 것이다.

증인 김 씨는 이 대표와 여러 차례 통화 후 이듬해 재판에서 이 대표 요구에 부합(附合)하는 증언을 했다. 김 씨의 증언 등을 바탕으로 이 대표는 '공직선거법상 허위 사실 공표 혐의' 재판에서 무죄를 확정받아 경기지사직을 유지할 수 있었다. 남의 부탁을 받고 위증한 사람은 벌금 500만원을 선고받았는데, 그 위증으로 이익을 본 이 대표는 무죄라는 것이다. 사또 재판도 이보다는 나을 것이다.

이번 선고 공판에 앞서 법조계의 지배적 예상은 징역 1년 또는 징역 1년에 집행유예 선고였다. 일반인이라면 징역 1년에 법정구속(法廷拘束)했을 것이라고 보는 견해도 많았다. 하지만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3부는 전혀 다른 판결을 내렸다. '사법부가 붕괴했다'는 탄식이 나올 만하다. 이제 신속하게 2심과 대법원 판결로 사법 정의가 실현되기를 바랄 수밖에 없게 됐다. 검찰은 즉각 항소하고, 2심과 대법원은 신속하고 공정한 재판으로 사법 정의가 살아 있음을 보여주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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