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직서 낸 전공의들, 일반의로 일하고 있었다…통계 보니

올해 3분기 대구 일반의 숫자 지난 분기보다 51% 늘어

지난 9월 8일 오후 서울 대한의사협회에서 열린
지난 9월 8일 오후 서울 대한의사협회에서 열린 '사직 전공의들을 위한 근골격계 초음파 연수강좌'에서 사직 전공의들이 족부 초음파 시연을 지켜보고 있다. 연합뉴스

대구 지역 상급종합병원에서 외과 전공의로 일하던 A씨는 올해 초 의대 정원 확대에 반발해 사직서를 낸 뒤 지난달 한 의원에 일반의로 일하고 있다. A씨는 "정부의 정책에 반발해 병원을 떠났지만 배운 게 의료기술 뿐인 상황에서 다른 일로 전직하기는 쉽지 않았다"며 "다행이 현재 일하고 있는 의원에서 일반의 채용을 해 줘서 의료인으로서 살아갈 수는 있게 됐다"고 말했다.

A씨의 사례처럼 올해 초 의대 정원 확대에 반발하며 사직서를 낸 전공의들이 대부분 일반의로 취업한 사실이 통계 등으로 확인되고 있다.

26일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지난 18일 기준으로 사직이 확정된 전공의는 전국 총 9천198명이다. 보건복지부가 파악한 바에 따르면 의료 기관에 재취업해 일반의로 일하고 있는 사직 전공의는 4천640명으로 전체의 50.4%였다.

또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전국 전체 일반의는 올해 2분기 6천624명이었으나 3분기에는 9천471명으로 약 43%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대구 또한 올해 2분기 일반의 숫자는 252명이었으나 3분기에는 51% 증가한 382명으로 집계됐다.

특히 의원과 종합병원에서 일하는 일반의 숫자가 크게 늘었다. 올해 2분기 대구 지역 의원에서 근무하는 일반의는 170명이었으나 3분기에는 229명으로 약 35% 증가했다. 종합병원의 경우 3분기 일반의 숫자는 38명으로 2분기 7명에 비해 5배 이상 늘어났다.

지역 대학병원 교수들이 사직 전공의들의 취업을 위해 지역 중소 종합병원에 전공의 취업을 부탁하는 사례도 있다. 대구 시내의 한 종합병원은 지난 9월 사직 전공의 8명을 채용, 병원 안에서 전문의의 수술이나 진료를 돕고 병원 내 학술 컨퍼런스 참여도 하는 등 수련병원에서 일할 때와 거의 비슷한 일을 하고 있다.

이 종합병원의 병원장은 "선배 의사로서 힘들어하는 후배들을 그냥 보고 있을 수만은 없었기에 우리 병원에서 계속 하던 일을 할 수 있도록 방안을 마련했다"고 말했다.

상급종합병원의 경우 올해 2분기 16명에서 3분기 20명으로 비율로만 보면 25% 증가했지만 결국 4명이 늘어나는 데 그쳤다.

이러한 현상에 대해 대구 시내 한 개원의는 "공공·필수·지역의료 살리겠다고 추진한 의대 증원 정책 때문에 필수의료 전문의는 안 나오고 비필수 인기 진료과에서 일하는 일반의만 양산한 꼴이 됐다"며 "이대로라면 내년 대한민국의 의료 현장은 더 힘들어질 것"이라고 우려의 목소리를 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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