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직 전공의들이 '수련의'가 아닌 '일반의' 자격으로 의료 현장에 돌아오고 있다.
의대 증원 갈등에 따른 의료 공백 정상화 기대감이 조금씩 나오고 있지만, 의료계에서는 필수의료 분야 전문의 부족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여전하다.
◆전공의 재취업 러시
대구시의사회는 지난 6월 정부가 전공의들의 사직서 처리를 허용하면서부터 의사회 홈페이지 '구인구직'란을 통해 의사회 소속 병·의원들의 사직 전공의 채용을 독려하고 있다.
이를 통해 대구 시내 한 이비인후과 의원은 사직 전공의 한 명을 채용, 진료 보조를 맡기고 있다. 이 의원 원장은 "1년만 더 있으면 전문의 자격을 얻을 수 있는데 이를 포기하고 나온 걸 보면 너무 안타깝다"며 "어떻게든 배운 지식과 기술을 쓸 수 있게 진료 현장에 나오도록 했다"고 말했다.
지역 대학병원 교수들이 사직 전공의들의 취업을 위해 지역 중소 종합병원에 전공의 취업을 부탁하는 사례도 있다. 대구 시내의 한 종합병원은 지난 9월 사직 전공의 8명을 채용했다. 이들은 병원 안에서 전문의의 수술이나 진료를 돕고 병원 내 학술 컨퍼런스에도 참여하는 등 수련병원에서 일할 때와 거의 비슷한 일을 하고 있다.
이 종합병원 원장은 "선배 의사로서 힘들어하는 후배들을 그냥 보고 있을 수만은 없었기에 우리 병원에서 계속 하던 일을 할 수 있도록 방안을 마련했다"고 전했다.
그나마 일반의 채용으로 취직된 사직 전공의들은 연차가 높은 경우가 많다. 해당 병·의원들이 연차가 높은 전공의들의 숙련도가 더 높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연차가 낮거나 의료 직종으로 가지 못한 사직 전공의들은 자리를 찾기 어렵다.
의학 연구소에 취직하는 경우도 있다. 대구 한 상급종합병원의 흉부외과 전공의 1년차였던 B씨는 올해 초 의대 증원에 반발해 사직서를 낸 뒤 서울의 한 상급종합병원 의학연구소의 보조연구원으로 취직했다.
필수의료를 담당하는 전문의로서의 꿈을 키우고 있었던 그는 시간 당 1만원 남짓의 월급을 받으며 일하고 있다.
B씨는 "돈이 전부가 아니지만 내가 하고 싶은 일이 아닌 일을 하면서 버티는 게 쉽지 않았다"고 고충을 털어놓았다. B씨는 "지금의 의정 갈등이 정상화되면 다시 흉부외과 수련을 하고 싶다"며 "빨리 이 상황이 해결되기를 바라고 있을 뿐"이라고 희망했다.
◆필수의료 인력난, 여전히 심각
의료계는 사직 전공의들이 재취업하고 있다는 이유만으로 의료 정상화를 논하기는 어렵다고 지적한다. 일반의가 의원급 진료는 할 수 있겠지만, 정부가 강화하고자 하는 중증·필수의료 인력이 다 빠져나가버린 상황이라 이를 메꿀 인력이 절대 부족하다는 것이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이달 21일 기준 수련병원에 출근 중인 전공의는 1천73명으로 전체 1만463명 중 10.3%에 불과하다.
대구시의사회 관계자는 "각 병원이나 의원에서 일반의 채용이 늘어나는 건 맞지만, 여전히 필수의료 공백이 불가피하다"며 "의료계와 정부가 신뢰 회복을 통해 공공·필수의료 정상화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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