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일반의로 돌아오는 사직 전공의들…의료 정상화 신호 vs 기형적 구조 확대

종합병원·일반 의원 다수 채용해도 저연차 전공의는 구직 어려워
의료계 "돌아오는 것처럼 보여도 기형적 구조라 정상화 요원"

전공의 대다수가 뚜렷한 복귀 의사를 밝히지 않음에 따라 전체 전공의 1만3천여명 중 1만 명 이상이 사직 처리될 것으로 보인다. 사진은 18일 오후 서울 시내 한 대형병원 전공의 전용공간에 붙어 있는 신입 전공의 모집 안내문. 연합뉴스
전공의 대다수가 뚜렷한 복귀 의사를 밝히지 않음에 따라 전체 전공의 1만3천여명 중 1만 명 이상이 사직 처리될 것으로 보인다. 사진은 18일 오후 서울 시내 한 대형병원 전공의 전용공간에 붙어 있는 신입 전공의 모집 안내문. 연합뉴스

사직 전공의들이 '수련의'가 아닌 '일반의' 자격으로 의료 현장에 돌아오고 있다.

의대 증원 갈등에 따른 의료 공백 정상화 기대감이 조금씩 나오고 있지만, 의료계에서는 필수의료 분야 전문의 부족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여전하다.

◆전공의 재취업 러시

대구시의사회는 지난 6월 정부가 전공의들의 사직서 처리를 허용하면서부터 의사회 홈페이지 '구인구직'란을 통해 의사회 소속 병·의원들의 사직 전공의 채용을 독려하고 있다.

이를 통해 대구 시내 한 이비인후과 의원은 사직 전공의 한 명을 채용, 진료 보조를 맡기고 있다. 이 의원 원장은 "1년만 더 있으면 전문의 자격을 얻을 수 있는데 이를 포기하고 나온 걸 보면 너무 안타깝다"며 "어떻게든 배운 지식과 기술을 쓸 수 있게 진료 현장에 나오도록 했다"고 말했다.

지역 대학병원 교수들이 사직 전공의들의 취업을 위해 지역 중소 종합병원에 전공의 취업을 부탁하는 사례도 있다. 대구 시내의 한 종합병원은 지난 9월 사직 전공의 8명을 채용했다. 이들은 병원 안에서 전문의의 수술이나 진료를 돕고 병원 내 학술 컨퍼런스에도 참여하는 등 수련병원에서 일할 때와 거의 비슷한 일을 하고 있다.

이 종합병원 원장은 "선배 의사로서 힘들어하는 후배들을 그냥 보고 있을 수만은 없었기에 우리 병원에서 계속 하던 일을 할 수 있도록 방안을 마련했다"고 전했다.

그나마 일반의 채용으로 취직된 사직 전공의들은 연차가 높은 경우가 많다. 해당 병·의원들이 연차가 높은 전공의들의 숙련도가 더 높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연차가 낮거나 의료 직종으로 가지 못한 사직 전공의들은 자리를 찾기 어렵다.

의학 연구소에 취직하는 경우도 있다. 대구 한 상급종합병원의 흉부외과 전공의 1년차였던 B씨는 올해 초 의대 증원에 반발해 사직서를 낸 뒤 서울의 한 상급종합병원 의학연구소의 보조연구원으로 취직했다.

필수의료를 담당하는 전문의로서의 꿈을 키우고 있었던 그는 시간 당 1만원 남짓의 월급을 받으며 일하고 있다.

B씨는 "돈이 전부가 아니지만 내가 하고 싶은 일이 아닌 일을 하면서 버티는 게 쉽지 않았다"고 고충을 털어놓았다. B씨는 "지금의 의정 갈등이 정상화되면 다시 흉부외과 수련을 하고 싶다"며 "빨리 이 상황이 해결되기를 바라고 있을 뿐"이라고 희망했다.

◆필수의료 인력난, 여전히 심각

의료계는 사직 전공의들이 재취업하고 있다는 이유만으로 의료 정상화를 논하기는 어렵다고 지적한다. 일반의가 의원급 진료는 할 수 있겠지만, 정부가 강화하고자 하는 중증·필수의료 인력이 다 빠져나가버린 상황이라 이를 메꿀 인력이 절대 부족하다는 것이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이달 21일 기준 수련병원에 출근 중인 전공의는 1천73명으로 전체 1만463명 중 10.3%에 불과하다.

대구시의사회 관계자는 "각 병원이나 의원에서 일반의 채용이 늘어나는 건 맞지만, 여전히 필수의료 공백이 불가피하다"며 "의료계와 정부가 신뢰 회복을 통해 공공·필수의료 정상화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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