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은행 부당대출 핵심 피의자인 손태승 전 우리금융그룹 회장이 구속 심사를 받는 가운데 구속 여부 및 검찰 수사 방향에 따라 임종룡 현 회장에 대한 거취 표명 압박도 거세질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된다.
서울남부지방법원 정원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26일 오후 2시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상 배임 혐의로 구속영장이 청구된 손태승 전 회장에 대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시작했다.
손 전 회장은 영장실질심사가 시작하기 약 30분 전 법원에 도착해 어떤 질문에 답하지 않고 곧장 법정으로 들어갔다. 손 전 회장에 대한 구속 여부는 이날 늦은 저녁 또는 오는 27일 새벽 결정될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우리은행이 2020년 4월부터 올해 1월까지 약 400억원 규모의 대출 서류 진위 확인을 누락하거나 담보·보증을 적정하게 평가하지 않았고, 대출을 받은 손 전 회장의 친인척 등도 용도에 맞지 않게 대출금을 유용한 것으로 의심 중이다.
특히 검찰은 부당대출 과정에서 손 전 회장의 지시나 묵인이 있었는지를 포함해 구체적 경위를 확인하고 있다.
검찰의 수사는 관련자들이 구속되면서 급물살을 타기 시작했다. 지난 9월에는 손 전 회장의 처남 김모 씨가 관계자 중 처음으로 구속 상태로 재판에 넘겨졌다. 지난 10월에는 임모 우리은행 전 본부장이 구속 기소됐다. 지난 18일, 성모 우리은행 전 부행장도 약 154억원 규모 불법대출을 승인한 혐의로 구속 기소됐다.
이후 검찰은 우리은행 본점을 압수수색했는데, 당시 임종룡 회장과 조병규 우리은행 은행장 사무실이 압수수색 대상에 포함됐다. 특히 조병규 은행장은 압수수색 영장에 피의자로 명시되기도 했다.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에 따르면 금융사 등의 장(長)이나 감사 또는 검사 직무에 종사하는 임직원 등은 직무를 수행할 때 금융사 등의 임직원이 그 직무에 관해 이 법에 규정된 죄를 범한 정황을 알았을 때 지체없이 수사기관에 알려야 한다 명시하고 있다.
결국 손 전 회장의 부당대출 실행 시기가 임 회장이나 조 은행장 취임 전이라도, 사실을 인지한 시기가 임기 중이었다면 수사기관에 알릴 의무가 있는 것이다.
우리금융 이사회는 조 은행장에 대한 연임이 어렵다고 판단했고, 결국 조 은행장은 스스로 연임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표면적으로는 "조직 쇄신을 위해 연임하지 않겠다"는 게 조 은행장의 뜻이다. 하지만 자신이 피의자로 전환된 상황과 손 전 회장이 구속 심사를 앞두고 있는 점 등이 조 은행장의 거취를 압박하는 수단으로 작용했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검찰은 수사 범위를 점차 현 경영진으로 좁히는 모양새인데, 금융감독원도 우리금융·은행에 대한 정기검사 기간을 오는 29일까지 연장하기로 했다.
금감원은 10월 7일 우리금융·은행 정기검사를 시작했다. 당초 검사 계획 기간은 6주였고, 예정대로면 지난 15일 종료다. 하지만 금감원은 예정보다 1주 연장하고, 이번에 또 연장하며 사실상 검찰 수사에 보폭을 맞추고 있다.
손 전 회장과 조 은행장에 대한 검찰의 수사가 탄력을 받으며 부당대출 사태가 종반으로 접어들고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그러나 실상은 다르다는 시각도 존재한다.
임 회장은 오는 2026년 3월까지 임기가 남아있다. 하지만 손 전 회장의 구속 여부, 조 은행장에 대한 검찰 수사 방향에 따라서는 임 회장도 임기를 채우지 못하고 거취를 표명해야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유로는 우리금융의 다양한 현안이 꼽힌다. 우리금융은 임 회장 취임 후 종합금융그룹이라는 목표를 두고 여러 사업을 추진 중이다. 하지만 이번 부당대출 사태로 모두 좌초 위기를 맞았다. 사태가 정리되지 않고서는 우리금융이 다시 정상 궤도에 오르기 어렵다는 전망이다.
만약 우리금융·은행에 대한 금감원 정기검사에서 경영실태평가 등급이 3등급 이하로 나올 경우, 우리금융이 공을 들여온 동양생명과 ABL생명 인수가 무산될 수 있다. 이 경우 우리금융은 동양‧ABL생명 인수가격의 10%에 해당하는 1천500억원의 계약금을 잃게 된다. 또 우리금융이 추진하는 4번째 인터넷전문은행 인가도 쉽지 않을 수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금융권에서는 이번 사례를 이례적으로 보고 있기는 하다. 임 회장은 아직 피의자로 전환되지는 않은 것으로 알고 있지만, 사무실이 압수수색 대상에 포함됐다는 뉴스를 보고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검찰의 칼 끝이 임 회장을 향하고 있는 것 아니겠냐"며 "검찰 수사의 진척에 따라 임 회장에 대한 거취 표명 압박도 거세질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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