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야고부-김수용] 경제 심리

김수용 논설실장
김수용 논설실장

한국은행은 매월 전국 도시 2천200여 가구를 대상으로 소비자 경제 상황 인식과 소비지출전망 등을 설문조사하는데, 그 결과를 수치화한 것이 소비자동향지수(CSI)다. CSI는 세분화한 15개 지수(指數)를 내놓는데, 이 중 6개 주요 지수(현재생활형편, 생활형편전망, 가계수입전망, 소비지출전망, 현재경기판단, 향후경기전망)를 합성해 만든 수치가 소비자심리지수(CCSI)다. 장기평균(2003∼2023년)과 비교해 기준 100보다 크면 낙관적, 작으면 비관적이라는 뜻이다. 26일 한국은행이 '11월 소비자동향조사'를 발표했는데, 소비자심리지수가 100.7로, 10월보다 1포인트 낮아졌다. 특히 주목해야 할 부분은 6개 지수 중 향후경기전망이 74로, 7포인트가 떨어졌다는 점이다. 지난해 11월 72에 이어 최저 수준이고, 낙폭은 2년 4개월 만에 최대치다. 미국의 도널드 트럼프 재집권 이후 보호무역 강화에 따른 수출 둔화와 내수 부진 우려가 커져서다. 비슷한 맥락(脈絡)으로 기업경기실사지수(BSI)도 있다. 한국은행, 한국경제인협회(한경협), 대한상공회의소 등이 정기적으로 BSI를 발표한다. 26일 한경협이 내놓은 12월 BSI 전망치가 97.3으로 나왔다. 매출액 기준 600대 기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인데, 경기 전망이 33개월 연속 기준치 100을 밑돌았다. 1975년 조사를 시작한 이후 역대 최장인 2018년 6월∼2021년 2월(33개월)과 같은 기록이다. 부정적 전망에 대해 한경협은 기업들이 경영 실적 악화로 한계에 봉착(逢着)한 것으로 보인다고 진단했다.

경제는 심리다. 특히 소비, 투자, 고용 등은 경제 변수가 경기 변동과 같은 방향으로 움직이는 '경기 순응성(順應性)'을 갖는다. 기대 심리는 과열을 부르고, 불안은 침체를 낳는다. 경제 주체 중에 기업과 가계가 불안을 호소하는데 정부만 괜찮다고 한다. 2017년 노벨경제학상을 받은 행동경제학자 리처드 탈러(Richard H. Thaler)에 따르면, 인간은 오류를 범할 수 있는 존재이며 이를 인정하면 더 나은 결정을 내릴 수 있다. 기업과 가계의 전망이 불합리한 근거에 따른 비관적 편향(偏向)일 수도 있다. 그런데 정부가 이를 묵인하고 방치하면 시장은 그렇게 흘러가 버린다. 정부도 오류를 범할 수 있다. 이를 받아들여야 비로소 문제를 직시하고 답을 찾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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