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여야 의원 한 목소리로 경북 국립 의대 신설 촉구…오랜 숙원 풀리나(종합)

김형동 "경북, 전국에서 유일하게 상급종합병원 없는 광역자치단체"
한동훈 "경북 국립의대 신설 국민의힘 차원에서 강력하게 지원하고 지지"
이철우 "병원에 가려면 택시를 타지 않고 왜 서울로 KTX를 타고 가야 하나"
남인순 "경북과 서울, 인구 천 명당 의사 수 3배 차이…당연히 의대가 들어와야 한다 생각"

26일 국회에서 열린 경북 국립 의대 신설 촉구 토론회에서 참석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경북도 제공.
26일 국회에서 열린 경북 국립 의대 신설 촉구 토론회에서 참석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경북도 제공.

치열하게 대립하던 여야가 의료 낙후 지역으로 손꼽히는 경상북도 국립 의대 신설을 위해 한목소리를 냈다.

26일 국회에서 김형동‧강명구 국민의힘 의원 공동 주최로 진행된 경북 국립 의대 신설 촉구 토론회에서 참석자들은 "경상북도 국립의대 설립은 '선택'이 아닌 '필수'"라고 강조했다.

김형동 의원(안동예천)은 이날 개회사에서 "경북은 전국에서 유일하게 상급종합병원이 없는 광역자치단체로, 새로운 의료 인력 충원이 없는 상황에서 기존 의료인력의 고령화가 진행되면서 지역 내 의료 공백이 커지고 있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경북은 인구 1천명당 의사 수가 1.4명에 불과해 전국 평균 2.1명 대비 현저하게 낮은 상태다. 지역 의료 서비스의 질도 인력 부족 문제로 계속 하락하고 있어 국립 의대 설립 주장이 오랫동안 제기돼 왔다.

의대 신설을 줄기차게 주장해 온 김 의원은 이날 직접 사회자 대신 마이크를 잡고 참석한 여야 의원, 도 관계자 등을 소개하며 협력을 촉구했다.

여당에선 이날 지도부를 필두로 대구경북 지역구 의원들이 다수 참석해 국립 의대 신설에 힘을 실었다.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는 "경북 국립의대 신설을 국민의힘 차원에서 강력하게 지원하고 지지한다"며 "많은 사람이 모여 살고 오랫동안 이 땅의 중심이었던 지역에 제대로 된 상급 종합병원 하나 없다는 현실을 하나하나 바꿔 나가자"고 강조했다.

추경호 원내대표(대구 달성군)는 "경북 의료수요가 의과대학과 종합병원이 밀집한 대구를 중심으로 소화되는 것이 익숙해지니까 안동의 숙원사업인 대학병원이 (설립)안 됐다"며 "숙원사업 실현에 힘을 보태겠다"고 언급했다.

김상훈 정책위의장(대구 서구)은 "KTX를 타고 오가면서 차에서 가끔 연세 드신 부부를 만나는 경우가 있는데 물어보면 서울에 있는 병원에 같이 진찰하고 오는 길이라고 하신다. 혼자 못 가니까 같이 갔다 오신다"며 "결국 인구 천 명당 의사 숫자가 가장 적은 데가 경상북도라는 문제의식을 느낀다. 경상북도 국립 의과대학이 신설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설명했다.

경북도당 위원장인 박형수 국민의힘 의원은 의료 공백이 큰 경북과 전남을 거론하면서 "전남은 목포대와 순천대가 통합해 의대 설립에 합의했다"며 "유일하게 남는 곳이 경북이다. 반드시 의대를 신설해야 한다"고 말했다.

지역에선 이철우 경북도지사를 비롯해 권기창 안동시장 등 자치단체장과 안동대 재학생 등이 참석했고, 야당 의원들도 함께 자리해 협력을 약속했다.

26일 국회에서 열린 경북 국립 의대 신설 촉구 토론회에서 이철우 경북도지사가 발언하고 있다. 경북도 제공
26일 국회에서 열린 경북 국립 의대 신설 촉구 토론회에서 이철우 경북도지사가 발언하고 있다. 경북도 제공

◆이철우 "이미 병원도 다 지어놔… 학생만 허가해 주면 충분"

이철우 경북도지사는 "병원에 가려면 택시를 타고 가야 하는데 왜 서울로 KTX를 타고 가는가"라며 "우리 동네에도 병원이 있어야 한다. 여야 의원과 안동 시민, 저도 줄기차게 안동에 의과대학을 만들어 달라고 이야기했다"고 말했다.

이 지사는 "이미 병원도 다 지어놨다. 학생만 허가해주면 충분하다"며 "자꾸 중앙에 해달라고 해야 하나. 의과 대학생 100명을 뽑는데 우리끼리 하면 된다. 지방분권을 해야 한다"고 압박했다.

이날 토론회를 공동 주최한 강명구 의원(구미을)은 "의과대학을 신설해야 하는 가능성을 얘기하는 게 아니고 당위성을 이야기해야 한다"며 "반드시 이뤄내야 할 염원이나 숙원사업이다. 경북은 의료 취약 지역으로 제대로 된 대형 병원이 없고 접근성도 너무나도 열악하다"고 호소했다.

강 의원은 "고령화 시대에 어르신들은 아프면 병원 못 가고 약 드시고 그냥 참고 기다린다. 말도 안 되는 현실 속에 우리가 살아가고 있다"며 "이제는 제대로 된 고품격 고품질 의료 서비스를 경북에 계시는 주민 여러분들도 받아야 한다. 아직도 우리 아버지, 어머니는 아프면 1시간을 KTX 타러 가서 2시간을 KTX 타고 올라갔다가 돌아가신다. 말이 안 되는 이 현실을 묵과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정태주 국립안동대 총장은 기조 강연에서 "지역 의료 문제는 기존 의대 증원만으로는 해소가 안 된다. 경북의 의료 공백(해결)을 뺀 의료 개혁은 정당성에 문제가 있다"며 "의대가 만들어지면 졸업 후 9∼10년을 (지역에서) 근무하도록 추진해 지역 의료 환경을 개선하겠다"고 말했다.

정 총장은 "전남은 국립의대 신설이 진척됐지만 우리는 소외됐다"며 "우리는 보수의 심장인데 보수 정권에서 얻어야 할 것은 얻어야 한다"고 밝혔다.

◆민주당, 경북 국립 의대 신설 필요성 인정…여야 협력해야

이날 토론회에는 대구경북 지역구 의원이 없는 더불어민주당 소속 의원들도 이례적으로 함께 자리했다.

경북도당위원장을 지낸 임미애 민주당 의원은 "이 문제는 민주당도 힘을 보태지 않으면 불가능한 일이다. 경북에서 32년을 살았기 때문에 경북 의료현실이 어떤지 잘 안다"며 "겨울에 서울에 있는 대학병원에 가면 다 만난다는 농담은 이제 좀 벗어나야 한다. 병원을 들락거리면서 시간을 다 쓰는 현실을 바꾸고 국민이 질 좋은 의료 서비스를 받도록 민주당과 함께하겠다"고 언급했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백혜련 민주당 의원은 "경상북도에 의대를 신설하기 위해서는 민주당 특히 보건복지위원들을 설득하지 않으면 안 된다"면서도 "그 어느 때보다도 지역의 공공의대 설립의 기운이 센 건 사실이다. 이번 해가 가장 최적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백 의원은 "호남권에 하나 그리고 경상도권의 하나 정도는 반드시 이번에 돼야 하는 것이 아니냐고 민주당에서는 생각하고 있다"며 "국민의힘 의원님들도 더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했다.

4선 중진 남인순 민주당 의원은 "의대 정원을 늘리는 것도 필요하지만 의대 없는 지역에 신설하는 것도 중요하다"며 "경북 지역을 서울하고 비교하면 인구 천 명당 의사 수가 거의 3배 차이가 난다. 그만큼 경북이 부족한 것으로 알고 있다. 당연히 의대가 들어와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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