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한국, 조지아와 경제동반자협정 체결…車·라면 관세 '철폐'

금속 원료품목·와인 등 수입관세 철폐…쌀·천연꿀 등은 양허 제외

정인교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오른쪽)이 게나디 아르벨랏제 조지아 경제지속가능발전부 차관과 27일 서울 중구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열린
정인교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오른쪽)이 게나디 아르벨랏제 조지아 경제지속가능발전부 차관과 27일 서울 중구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열린 '한-조지아 경제동반자협정(EPA) 협상 타결식'에서 기념 촬영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부가 유럽과 아시아를 잇는 신흥 물류 요충지인 조지아와 경제동반자협정(EPA)을 맺었다. 조지아는 한국의 주요 수출 품목인 자동차, 식품, 화장품 등에 부과하던 관세를 즉시 전면 철폐한다.

정인교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은 27일 게나디 아르벨랏제 조지아 경제지속가능발전부 차관과 서울의 한 호텔에서 만나 이 같은 내용을 포함한 '한·조지아 EPA' 협상 타결을 선언했다. 산업부에 따르면 한·조지아 EPA는 한국이 체결한 26번째(협상타결 기준) 자유무역협정(FTA)이다. EPA란 FTA와 같이 관세 철폐 등의 시장 개방 요소를 포함하면서도 상대국과의 공동 번영을 목적으로 협력 요소를 강조하는 통상 협정을 말한다.

코카서스 지역의 교통·물류 거점인 조지아는 구소련권 국가 중 가장 개방된 시장경제 체제로 운영된다. 개방적 대외정책을 통해 46개국과 FTA를 체결하는 등 넓은 배후 시장을 보유하고 있으며, 공급망·에너지 등 분야의 협력 잠재력이 크다. 지난해 기준 한국과 교역액은 약 2억달러로, 조지아에 대한 한국의 무역수지는 약 1억8천만달러 흑자로 집계됐다.

이번 EPA를 통해 한국은 전체 품목 중 93.3%, 조지아는 91.6%에 적용되는 관세를 10년 내 철폐하기로 했다. 특히 조지아는 한국의 주력 수출품인 승용차와 관련해 신차뿐 아니라 중고차, 친환경차에 대한 관세를 즉시 철폐하는 등 전면 개방했다. 조지아 시장에서 한국 자동차의 가격 경쟁력이 일본 등 EPA를 체결하지 않은 경쟁국에 비해 높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K-콘텐츠 열풍에 힘입어 전 세계적으로 수요가 증가하고 있는 'K-푸드'와 'K-뷰티'에 대한 관세도 즉시 철폐돼 라면·조미김·건조감·삼계탕·커피 프림 등 농림수산식품과 맥주·소주 등 주류, 각종 화장품이 지평을 넓힐 것으로 기대된다. 향후 조지아가 정부 주도 인프라 개발사업에 착수할 경우 수요 증가가 예상되는 건설장비, 재생에너지 설비 등에서도 무관세를 지속하기로 했다.

조지아가 운송·물류의 요충지인 만큼 서비스 품목에서는 해운, 도로 화물 운송, 창고업, 화물 주선업 시장도 개방된다.

반대로 조지아의 주요 생산품인 와인뿐만 아니라, 증류주(차차), 천연 탄산수 등에 대한 수입 관세를 즉시 철폐함에 따라 국내 소비자의 선택의 폭과 효용이 확대될 전망이다. 구리 스크랩, 기타 알루미늄 합금, 슬랙 등 국내에서 원료로 활용할 수 있는 품목에 부과되는 수입 관세는 즉시 철폐했다. 한국은 이처럼 대부분 공산품에 대한 관세를 없앴지만, 쌀·천연꿀·인삼·호두·잣 등 민감 품목은 양허를 제외했다.

정 통상본부장은 "조지아는 최근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등 지정학적 요인으로 신흥 물류 요충지로 더욱 부상하고 있다"며 "이번 EPA를 통해 발칸·코카서스로 진출하는 교두보를 마련하는 효과도 기대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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