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칙도 증거도 없이 "네 죄를 네가 알렷다"라며 마음대로 판결하는 것을 '사또 재판'이라고 한다.
21세기 한국에서 조선시대 '사또 재판'에 필적(匹敵)하는 재판이 나왔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위증교사 혐의' 1심 판결이 그 꼴이다. 사또 재판이 증거 없이 심증(心證)과 편견(偏見)으로 무고한 사람을 때려잡는 것이라면, 김동현 서울중앙지법 부장판사는 위증도 있고, 교사도 있고, 녹취 증거가 있음에도 '고의가 없었다'는 심증에 근거해 무죄 판결했다.
재판부는 '이재명이 김진성에게 기억하거나 아는 걸 말해 달라는 통상적인 증언 요청만 했다'고 판단했다. 이재명 대표는 2018년 12월 김진성 씨에게 수차례 전화를 걸어 '기억나는 대로 말해 달라'면서도 구체적으로는 "가능하면 (성남시와 KBS 간에 이재명을 검사 사칭 사건의 주범으로 몰기 위한) 교감이 있었다는 얘기를 해주면 딱 제일 좋죠"라고 말했다. 김 씨가 당시 상황을 잘 모른다고 답하자 "그런 얘기를 들었다고 해주면 되지…"라고 말했다. 이것을 '통상적인 증언 요청'이라니 '사또 재판'이라는 말이다.
이 대표가 김 씨에게 변론요지서를 제공한 것에 대해서도 재판부는 '방어권 차원이며 상식에 반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법정에서 증인은 기억나지 않으면 '기억나지 않는다'고 답해야 한다. 기억나지 않는다는 사람에게 증언을 요청하면서 자신의 변론요지서를 보낸 것 자체가 '이렇게 증언해 달라'고 요구하는 것이 아니면 무엇인가.
재판부는 이재명 대표가 위증을 알았거나 미필적 예견했다는 고의가 없었다고 판단했다. 이 대표가 '어떻게 말해 달라'고 김 씨에게 요청하고, '변론요지서'를 보내고, '위증 요구에 중압감을 느꼈다'는 김 씨의 법정 진술까지 있음에도, 위증할 줄 몰랐고 고의가 없었다는 것이다. 칼을 미리 준비해 수차례 찔렀지만 죽을 줄 몰랐다고 주장한다고 해서 '살인 고의가 없었다'고 판결한다는 게 말이 되나.
법원은 '사또 판사'들을 추방하고, 사또 재판이 나오지 않도록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헌법 제103조는 '법관은 헌법과 법률에 의하여 그 양심에 따라 독립하여 심판한다'고 밝히고 있다. 여기에 직업인으로서 양심이 아니라 법관 개인의 양심(성향)이 개입하면 사또 재판이 되고 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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