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년 이상 원자력의 혜택을 누려온 현세대가 폐기물 처리의 부담을 미래세대에 전가하는 것은 무책임한 일이다"
26일 국회에서 매일신문과 이인선 국민의힘 의원(대구 수성을)의 공동 주최로 진행된 에너지정책 릴레이 포럼에서 '고준위 방사성 폐기물 관리 특별법 제정'을 촉구하는 각계각층의 목소리가 제기됐다.
이인선 의원은 이날 개회사에서 "우리나라는 1978년 고리 1호기 가동을 시작한 이후 아직도 고준위 방사성 폐기물 처리 시설 확보에 실패해 '화장실 없는 아파트'의 상황"이라며 "경상북도에 원자력 발전소가 11개 있다. 고준위 특별법을 21대 국회에서 통과시키려고 애를 썼지만 마무리 못 짓고 22대 국회로 왔다"고 조속한 처리를 강조했다.
당 대표를 지낸 김기현 의원(울산 남구)은 축사에서 "오래전부터 폭탄 돌리기를 하는 고준위 방폐장을 어떻게 할 것인가. 숙제이면서도 아무도 풀고 싶지 않아서 다들 회피했다. 이제는 풀어야 할 때가 됐다"고 특별법 통과를 촉구했다.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산중위) 여당 간사인 박성민 의원(울산 중구)은 "산중위 간사를 맡으면서 어떻게 해서든 '고준위 방폐장 법을 통과시켜야 하겠다' 이런 각오를 가지고 있다"며 "조만간 결실을 볼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성원 의원(동두천양주연천을)은 "한국은 안타깝게도 에너지 자체가 이념적인 문제가 돼서 탈원전이냐 아니면 신규원전 건설이 되느냐, RE100‧CF100이냐 이념적으로 접근하고 있다"며 "고준위 방폐장 문제를 해결하지 않으면 우리나라는 더 이상 에너지 문제에 있어 앞으로 나갈 수 없다"고 말했다.
◆전문가들, 한국 운영 원전 수 세계 5위…고준위 방폐장은 '0'
이날 주제 발표를 맡은 정재학 한국방사성폐기물 학회장은 "원전을 시작한 지 46년이 지났지만, 고준위 방폐물을 원전 부지 내에서 저장하다가 부지 밖에 있는 중간 저장 시설과 연구 처분 시설로 옮겨서 영구적으로 생태계로부터 안전하게 격리하는 숙제를 아직 해결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정 회장은 "한국은 세계에서 다섯 번째로 많은 26개의 원전을 운영하고 있다"면서도 "미국, 프랑스, 스위스, 캐나다, 일본 등은 부지를 선정했거나 또는 부지를 선정하기 위한 절차를 진행 중이다. 우리는 현재 부지 공모도 시작하지 못하고 정책을 수립 및 특별법을 논의하는 단계에 있다"고 설명했다.
정부는 과거 중저준위 방폐물 특별법 제정으로 주민투표를 거쳐 경주를 부지로 선정했던 성공 사례를 언급하면서 고준위 방폐장 특별법 필요성을 강조했다.
윤정원 산업통상자원부 원전환경과장은 "특별법은 원전 정책에 대한 어떤 정치적 입장과 무관하게 고준위 방폐장 부지 선정을 위한 절차법"이라며 "고준위 방폐장 관리는 부지 선정에만 13년, 처분‧토지 건설까지 약 37년이 소요되는 장기간의 프로젝트로서 정부 정책 변화와 관계없이 일관된 추진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재학 한국원자력환경공단 고준위 사업본부장은 고준위 방폐장 해외 추진 사례를 들면서 법 제정이 필수요건임을 강조했다.
이 본부장은 "고준위 방폐물 특별법이 통과되지 못하면 방폐장 부지 선정을 진행하기 어렵다"며 "특별법은 부지 선정을 하고 관리하는 데 있어서 국민의 신뢰를 받고 사업을 하기 위해서 필요한 법이다. 핀란드, 스웨덴 등도 법적 근거를 마련해 방폐장 건설을 추진 중"이라고 설명했다.
박수정 행정개혁시민연합 사무총장은 "지역 주민들의 시급한 사안을 해결하기 위해 특별법 제정을 합리적인 협의를 바탕으로 속도감 있게 진행해서 종지부를 찍었으면 한다"고 밝혔다.
박 사무총장은 또 "앞으로 모든 국민들이 방폐물 문제에 대해서 알게 될 시점이 오고 있다"며 "수요자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 기성세대 하듯이 해왔던 소통 방법들이 왜 먹히지 않았는지, 모든 세대를 아우를 수 있는 그런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날 행사에는 이인선, 김기현, 안철수, 박성민, 김성원, 강대식, 이만희, 김민전, 최은석, 우재준, 김예지 의원, 이만규 대구시의장 등이 참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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