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컬' 맛집, '로컬' 카페…. 언젠가부터 해외여행에도 '로컬'이라는 키워드가 뜨기 시작했다. 어디든 있다는 한국인 관광객들로 빼곡해 여기가 국내인지 해외인지 구분이 안가는 유명 맛집보단, 현지인들이 즐겨 찾는 장소를 찾아다니며 그곳에 사는 사람처럼 여행하는 방식을 말한다.
뿐만 아니라 올해 예상을 넘는 인파가 몰리면서 화제가 된 '김천김밥축제', '원주만두축제'처럼 지역 축제에 관심을 갖고 방문하는 2030세대가 늘면서 지역성 그 자체에서 경쟁력을 찾는 경향이 두드러지고 있다. 자신들의 삶의 터전에 집중하며 그곳에서만 할 수 있는 고유한 콘텐츠와 문화를 만들어 나갔을 뿐인데, 새로움을 찾아 나서는 사람들로부터 '로컬'이라는 테마로 불리며 그 수요가 늘어나고 있는 셈이다.
이미 영화 '리틀 포레스트', 방송 프로그램 '나혼자 산다', 제주도 한 달 살기 등이 유행하기 시작한 2010년대 초반을 떠올려보면 무한 경쟁 사회에 염증을 느끼고 소소한 삶의 가치를 강조하는 콘텐츠들 속에서 '탈경쟁', '개인의 가치', '라이프스타일'과 궤를 같이하는 '로컬'에 대한 논의는 이전부터 이뤄졌음을 알 수 있다. 다만 현대 사회가 당면한 여러 경제·사회 문제들이 심화하면서 '로컬'의 지위도 함께 선명해지고 있다.
총인구의 50% 이상이 서울과 수도권에 몰려있는 오늘날, 더 이상 부산과 대구를 비롯한 광역시도 인구 소멸의 위험을 피할 수 없게 됐다. 이는 집값 상승, 출생률 저하, 일자리 불균형과 같은 오늘날 대부분의 사회 문제와 직결됐음에도 문제는 모두가 원인만 지적할 뿐 이러한 불균형이 개선될 조짐이 없다는 점이다.
한국보다 앞서 비슷한 문제에 대응해온 일본에서는 2011년 동일본대지진을 기점으로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한 탈도시 현상이 두드러졌다. 다시 고향으로 돌아온 U턴족을 비롯해 도시를 떠나 지역으로 향하는 사람들이 늘면서, 생기를 잃었던 일본의 지역에 변화가 일기 시작했다. 수도권 쏠림 현상은 앞으로 더 심해지겠지만, 역설적으로 한국에도 도시를 떠나 지역으로 눈을 돌리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특히 팬데믹 시기를 거치면서 원격 근무의 가능성이 확인되고, 지역이 치유의 공간이라는 인식이 퍼지면서 '로컬'의 필요성이 대두됐다.
출판 전문지 '기획회의'에서 연재된 로컬 특집 원고를 단행본으로 엮은 이 책은 여러 분야에 종사하는 19명의 전문가가 보는 한국의 로컬 활동과 전망을 담았다. 이들이 정의하는 로컬은 단순히 대도시의 반대말을 뜻하는 지방이 아닌, 대도시 한복판도 가능한 '자신의 일상을 지킬 수 있는 곳'이라는 의미까지 내포한다.
총 5장으로 구성된 책은 가치, 비즈니스, 콘텐츠, 브랜딩, 매거진의 다섯 가지 주제와 관련지어 로컬을 얘기한다. 책장을 한 칸씩 대여하는 시스템으로 운영되는 공유 서점, 그저 내 동네에서 먹고 놀고 살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에서 시작된 소셜 살롱, 99곳의 지역을 소재로 한 흑백 만화책처럼 재밌는 로컬 활동과 콘텐츠를 만드는 사람들에 주목한다. 한 지역에서뿐만 아니라 서로 다른 지역에 있는 출판사들이 협업해 만든 시리즈도 소개하며 로컬 비즈니스의 의미를 발견한다.
특히 미디어에 부각된 로컬의 긍정적인 면만이 아닌, 지역에서 활동하는 이들의 현실적인 어려움과 현장에 무지한 지자체의 지원 사업이 오히려 지역 콘텐츠의 다양성과 확장성을 막는다는 문제점도 조목조목 따져본다. 여러 해외 사례를 통해 우리나라 도시재생 사업의 문제점과 로컬 브랜딩의 중요성을 살핀다.
끝으로 로컬에 대한 다양한 정의와 해석이 난무하지만, 저자 중 한 명인 곽효정 제주 로컬 매거진 'Sarm' 편집장이 생각하는 로컬에 대해 남겨본다. 220쪽, 1만6천800원.
"나에게 로컬이란 이런 곳이다. 내가 살고 싶은 곳, 집 가까이에 이웃과 친구가 있고 평범한 일상이 지속되는 곳, 트렌드를 쫓을 필요 없이 있는 그대로의 내 모습으로 사는 곳."
댓글 많은 뉴스
이낙연 "민주당, 아무리 봐도 비정상…당대표 바꿔도 여러번 바꿨을 것"
위증 인정되나 위증교사는 인정 안 된다?…법조계 "2심 판단 받아봐야"
'국민 2만명 모금 제작' 박정희 동상…경북도청 천년숲광장서 제막
박지원 "특검은 '최고 통치권자' 김건희 여사가 결심해야 결정"
일반의로 돌아오는 사직 전공의들…의료 정상화 신호 vs 기형적 구조 확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