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기고-정상환] 정의가 실현된 것인가?

정상환 변호사

정상환 변호사
정상환 변호사

법원은 지난 25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에 대한 위증교사 1심 재판에서 실제 위증을 했던 전 성남시장의 전 수행비서인 김진성 씨에 대해서는 일부 유죄를 선고하면서 이 대표에 대해서는 전부 무죄를 선고했다. 이 사건은 이 대표가 2002년 '분당 파크뷰 분양 특혜 의혹'을 취재 중이던 모 PD가 김병량 당시 성남시장에게 검사를 사칭해 전화할 때 옆에서 검사의 이름과 질문 내용을 알려준 혐의로 벌금 150만원이 확정된 사건에서 비롯됐다.

이후 이 대표는 2018년 경기지사 후보 토론회에서 "PD가 사칭하는데 옆에 있다가 누명 썼다"고 말해 공직선거법 위반(허위 사실 공표) 혐의로 기소됐지만 대법원에서 무죄 확정됐다. 그 과정에서 김진성 씨가 "김 전시장과 KBS가 '이대표쪽으로 (주범으로) 몰자'고 협의했다"고 증언한 것이 큰 역할을 했다. 그후 검찰이 이대표에 대해 압수수색영장을 집행하는 과정에서 이 대표와 김진성씨의 통화 녹취서가 발견돼 김진성 씨는 위증으로, 이대표는 위증교사로 각 기소됐다.

판결 이유를 요약하면 첫째, 이 대표에게 위증교사의 고의가 없었다는 것이다. "이 대표는 김씨가 '모른다'고 하거나 모를 것 같은 내용에 관해서는 증언 요청을 하지 않았고, 김씨가 알고 있는 부분만 증언을 요청" 했고, "통화 이후 김씨가 위증에 이르는 과정에서 이 대표가 개입했다고 인정할 만한 직접적인 증거도 없으며", 통화 당시 김씨가 증언을 할지, 어떤 증언을 할지 정해지지 않았다는 것이다. 다음으로 김씨가 증언할 것을 알았다고 하더라도 "이 대표가 김씨의 증언이 거짓이라는 사실을 미리 알았거나 알 수 있었다고 보기도 부족하다"고 했다.

1심 판결은 의문점이 많다. 이 대표와 김씨의 통화 내용에 의하면 이대표가 김씨의 구체적인 증언 내용에 대해 유도하는 부분이 있다. 김씨는 오래전 일이라 기억이 잘 나지 않거나 김 시장 선거 운동을 위해서 (미리 사직하고) 캠프에서 일했기 때문에 잘 모른다고 이야기함에도 이 대표는 3차례나 전화를 걸어 자신이 원하는 바를 전달했다. 대화 중에 이 대표가 아는 대로 증언해 달라는 부분도 있지만, 변호사인 이대표가 책임 회피를 위해서 말했다고 보는 것이 상식적이다.

재판을 할 때 판사는 증인에게 "기억이 나지 않는데도 불구하고 아는 것처럼 진술하면 위증이 된다"라고 고지한다. 김씨는 오래 전 일이거나 자신이 관여하지도 않았던 부분이라 기억이 나지 않음에도 이대표가 원하는 대로 증언했다. 이 대표에게 어떻게 진술해야 할지 물었고 이 대표는 변론요지서를 보냈다. 이대표가 객관적인 자료를 보내면서 기억을 되살려보라고 한 것이 아니다. 자신의 입장에서 근거도 없이 작성된 변론요지서를 김씨에게 보내 위증을 통해 근거를 만든 것이다. 설령 김씨가 증언한 내용이 사실과 부합한다고 하더라도 기억이 안난다는 데 증언하게 하면 위증교사의 고의가 인정된다. 더 이상 이 대표가 김씨의 위증 과정에 개입할 필요도 이유도 없다.

다음으로 재판부는 이대표가 김씨의 증언이 허위라는 것을 몰랐을 수도 있다고 판단했지만, 사건의 전체적인 맥락을 무시하고 편협한 논리 속에 갇힌 판단이다. 김진성 씨는 백현동 사건의 핵심 인물이며 이 대표의 측근이었던 김인섭과 막역한 사이이고 경기도에서 사업을 하던 사람이었다. 이 대표가 그의 증언이 사실일 수도 있다고 생각했을 가능성은 없다. 형사재판에서 검사에게 입증책임이 있지만 검사가 합리적인 의심의 범위를 벗어날 정도로 입증하면 된다. 지엽적이고 사소한 의심까지 모두 해소할 책임은 없다.사법부가 정의를 실현한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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