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8일 대구 북구 칠성시장 주방용품거리의 한 점포에는 군고구마를 구워내는 기계가 놓여 있었다. 붕어빵과 국화빵을 구워낼 수 있는 장비도 함께 보였다. 세 기계 모두 점포의 재고는 단 1개에 불과했다. 상인 안모(63) 씨는 "지금은 찾는 사람도 없어서 재고를 쌓아두지 않고 있다. 당장 지난해와 비교해도 찾는 이가 10분의 1로 줄었다"고 말했다.
고물가와 불법 노점상 단속이 강화되면서 겨울철에 등장하던 길거리 음식들이 사라지고 있다. 군고구마와 국화빵은 물론 붕어빵도 노점 위치가 나오는 지도를 보고 찾아가야 할 정도다.
대구역 인근에서 붕어빵 노점상을 운영하는 황모(63) 씨는 해를 거듭할수록 장사하기가 더 어렵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그는 "팥과 밀가루, 가스비 등은 매년 오르는데 손님들의 지갑은 점점 닫히고 있어 어려움이 크다"며 "다행히 아직 붕어빵에 대한 수요는 있지만 군고구마 등은 집에서도 쉽게 구울 수 있다 보니 사실상 수요가 없어졌다"고 밝혔다.

노점상에서 판매하는 겨울철 간식들은 그동안 저렴한 가격이 장점으로 꼽혔다. 하지만 고물가 영향으로 가격이 점점 더 비싸지자 자연스레 수요도 줄어든 것으로 분석된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에 따르면 지난달 27일 기준 대구에서 국산 붉은 팥 40㎏의 중도매인 가격은 77만5천원으로 지난해 46만1천원 대비 68.1%나 올랐다.
붕어빵 노점상들은 붕어빵 크기를 줄이는 등 고물가 속에서 저마다의 생존전략을 찾고 있다. 과거엔 성인 남성 손바닥만 한 크기였던 붕어빵을 주로 볼 수 있었지만 최근엔 절반 정도 크기의 붕어빵이 대부분이다. 이날 방문한 붕어빵 노점상은 모두 절반 크기의 붕어빵을 4개 2천원에 판매하고 있었다.
거리 노점상은 줄어들었지만 군고구마와 붕어빵 등 겨울 간식에 대한 수요는 여전하다. 최근엔 편의점과 일반 카페에서 판매 수요가 늘어나고 있다. 최근 카페 디저트로 붕어빵을 출시한 여모(40) 씨는 "인근에 붕어빵을 판매하는 곳이 없어 새롭게 시작했다"며 "카페를 이용하지 않더라도 붕어빵이 먹고 싶어서 오는 사람이 있을 정도로 디저트로 인기가 높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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