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버스기사가 폭설로 정체된 도로 위에서 운전 중 컵라면을 먹는 사진을 온라인에 인증했다가 논란이 되자 해당 사진을 삭제했다. 버스기사는 "주의하겠다"고 고개를 숙이면서도 "참 민감한 세상"이라고 덧붙였다.
지난 27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눈길에 갇혀서 라면 먹는 중'이라는 제목의 글과 함께 사진 두 장이 올라왔다. 자신을 버스기사라고 밝힌 A씨는 "버스는 차 안에 냉온수기가 있다. 한 시간째 갇혀 있어서 화가 나서 라면에 물을 부었다. 이게 유머가 아니고 뭐냐"며 물을 부은 컵라면을 들고 있는 사진을 올렸다.
공개된 사진을 보면 폭설로 정체된 경기 수원시의 한 고가도로 위에서 A씨가 운전석에 앉아 컵라면을 먹는 모습이 담겨 있었다. 이후 "다 먹었는데 50m 이동했다"는 글과 함께 텅 빈 컵라면 용기 사진을 추가로 올렸다.
이날은 경기 수원에 폭설이 내려 교통체증이 극심했다.
다만, 이후 A씨는 원본 글을 삭제했다. A씨의 닉네임은 자신이 운전하는 버스의 번호였는데, 한 네티즌이 해당 버스회사에 민원을 넣는 등 논란이 일었기 때문이다.
같은 날 경기도버스운송사업조합 홈페이지에는 '버스 기사가 운전 중에 라면을 취식합니다'라는 제목의 민원 글이 올라왔다. 민원인은 "아무리 폭설로 느린 주행을 한다고는 하나, 운전 중 라면 섭취 같은 위험한 행위를 한 것을 자랑스럽게 인증하며, 게시물 작성까지 하는 걸 보고 안전한 버스 주행문화를 위해서는 민원을 넣어야 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온 사진과 게시글 링크를 함께 올렸다.
이에 A씨는 "본의 아니게 장작을 태운 것 같아서 송구스러운 마음"이라며 고개를 숙였다. A씨는 "오늘 눈길에 갇혀서 한 시간 동안 총 100m 이동하니 화가 나서 라면에 물을 부었다. 사이드 채우고 했다"고 해명했다.
이어 "결코 타 운전자의 불편을 초래하거나 사고를 유발할 상황은 만들지 않았다. 앞으로는 더 주의하겠다"면서도 "참 민감한 세상"이라고 덧붙였다.
버스기사의 컵라면 취식에 네티즌들의 반응은 나뉘는 모양새다. "아무리 정체가 돼 있어도 운전 중 라면은 위험하다"는 의견이 있는 반면, 일각에서는 "식사 시간을 제대로 챙길 수 없는 버스기사의 직업적 특성을 이해해줘야한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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