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포항∼삼척 1시간 30분…31일 '동해안 철도시대' 열린다

동해 중부선 철도 '166.3km' 한반도 척추 연결

동해선 철도 전경. 경북도 제공.
동해선 철도 전경. 경북도 제공.

을사년(乙巳年)이 열리기 직전 오는 31일, 호랑이(한반도)의 척추가 완전히 연결된다. 2009년 착공에 들어간 동해중부선(경북 포항~강원 삼척, 166.3㎞) 구간이 15년 8개월만에 개통되는 것이다. 동해중부선은 2021년 12월 개통한 동해남부선(부산 부전~울산~포항, 149.6㎞)과 현재 단선 철도로 운행 중인 강원 강릉~삼척(58.0㎞)과의 연결은 당장은 7번 국도의 교통량 분산과 함께 국토 동남권과 환동해권의 연결을 의미한다. 한반도 통일 이후 먼 미래엔 동해선 철도는 유라시아 횡단철도의 출발지이자 도착지가 된다는 의미도 있다.

동해선 철도 전경. 경북도 제공.
동해선 철도 전경. 경북도 제공.

◆철도 오지 주민들에게 큰 호재

강원 고성에서 부산까지 약 380㎞ 길이의 동해안은 서·남해안과 달리 철도·도로 등 육상 교통의 불편이 심각했다. 당장 동해안 고속도로의 경우엔 강원 속초~삼척, 포항~부산 구간만 연결돼 있는 상태다. 동해안 유일한 간선 도로망인 7번 국도 경북 구간은 지역민 뿐만 아니라 관광객과 산업 물동량의 증가 등으로 인해 교통량 과잉에 허덕이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서 총 사업비 3조4천271억원의 투입된 동해중부선은 국도 7호선의 보완재 역할을 톡톡히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동해중부선은 신설역사가 총 18곳이다. 이 가운데 여객을 취급하는 곳은 11곳으로, 경북엔 총 7개역이 신설된다.

새해 첫날 개통하는 동해 중부선 노선도. 경북도 제공.
새해 첫날 개통하는 동해 중부선 노선도. 경북도 제공.

기존 역사를 포함해서 동해중부선 철도가 정차하는 역사를 살펴보면, 포항은 포항역·월포역·장사역, 영덕은 강구역·영덕역·영해역·고래불역, 울진은 후포역·평해역·매화역·기성역· 울진역·죽변역·흥부역 등이다. 동해중부선이 개통하면 포항~삼척 간 이동을 위한 소요 시간은 1시간30분대에 접근이 가능하다. 이는 2시간 이상 소요되는 도로 교통과 비교했을 땐 30분 이상 시간이 줄어듦을 의미한다.

단선 비전철인 동해선 포항~동해 구간(172.8㎞) 전철화 사업은 동해 중부선 구간과 동시 개통된다. 이를 통해, 전기차 일괄 수송체계 구축 등으로 열차 운행 효율이 크게 개선되는 것과 함께 강원특별자치도가 추진하는 강릉~삼척 고속화 개량 사업 등도 착착 이뤄지게 된다.

그동안 철도 교통의 혜택을 누리지 못했던 영덕·울진 주민들에게도 큰 호재다. 도로 교통 대체 수단의 등장으로 인해 대구로의 접근성이 크게 개선된다. 또한 포항·강릉 등에서 환승이 가능해져 수도권 접근성이나 관광객 유치 효과도 클 것으로 기대된다.

울진군은 지난달 27일 철도공사(코레일)과 철도관광 활성화를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협약에 따라 코레일은 울진군과 관광상품 구성 및 운영 지원을 통해 열차 승차권 할인, 관광명소 관람 혜택이 있는 자유여행·패키지 여행 상품을 출시하기로 했다.

울진군은 이번 협약을 통해 지역 특성에 맞춘 관광 콘텐츠 개발 및 철도 이용 확대 방안을 마련할 방침이다.

손병복 울진군수는 "동해선 개통으로 울진이 새롭게 도약하는 계기가 되도록 철도관광과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한 댜앙한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했다.

◆환동해 경제권 탄생

동해중부선이 개통되면 부산~강릉 간 소요시간은 환승 없이 약 3시간 52분이 걸린다. 기존의 무궁화호를 이용한 8시간과 비교하면 절반 이상이 줄어들게 된다.

코레일은 개통 초기에는 이곳에 최고 시속 150㎞의 ITX-마음 열차를 투입할 계획이다. 개통 이후 탑승률, 열차 수요 등을 분석해 2026년부터는 최고 시속 250㎞인 KTX-이음 열차를 투입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KTX-이음 열차가 투입되면 부산~강릉 간 이동거리는 2시간 35분으로 더욱 단축된다. KTX-이음 열차가 투입됐을 때 포항에서 삼척까지는 54분이면 접근이 가능해진다.

동해중부선 개통에 따른 동해선 전구간 연결, 고속열차 투입 등은 철도를 통해 강원특별자치도, 대구·경북(TK), 부산·울산·경남(부울경)이 하나 경제권이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김진태 강원도지사는 "동해중부선이 개통되면 인구 150만명의 강원, 500만명의 TK, 770만명의 부울경이 하나로 연결된다"며 "1천400만명에 달하는 동해안 초광역 경제권이 탄생하게 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새해 첫날 개통하는 동해 중부선 노선도. 경북도 제공.
새해 첫날 개통하는 동해 중부선 노선도. 경북도 제공.

향후 동해선 철도는 남북 간 경제 협력의 중요한 연결고리이자, 평화의 상징과 같은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남북간 철도 연결, 나아가 시베리아 횡단철도(TSR)로 이어지면 유라시아 횡단철도 운영이 현실이 된다. '평화'와 '국가 간 협력'을 상징하는 동해선 철도는 일본·중국·러시아 등이 맞대고 있는 동북아시아 지역의 물류, 에너지, 수산업, 항만 개발 등 다양한 분야에서 경제 협력의 마중물 역할을 한다.

특히, 통일 이후에는 러시아의 천연가스·석탄 등 광물자원을 동해선을 통해 한국으로 수입하거나 이를 활용한 가공·수출 등도 가능해지게 해 환동해 경제권의 자원 협력 네트워크를 강화하는 기반으로 작용할 것으로 기대된다.

뿐만 아니라 동해선은 영일만항을 비롯해 부산항·동해항 등 국가 주요항만과 연결돼 있기 때문에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국제 물류의 집결지이자 추후 개척될 북극항로의 전진기지로서 역할도 기대된다. 이를 통해 환동해 국가 간 무역과 물류의 효율적 이동이 가능해진다. 한국의 제조업 기술, 러시아의 자원 등이 결합한 다자간 협력 프로젝트 뿐 아니라 스마트 물류나 에너지 클러스터 등 분야에서의 국제적 협력을 촉진하게 할 것으로도 기대된다.

◆지역 발전 마중물 역할

천혜의 자연·관광자원을 갖춘 경북 동해안에 관광객 유입 증가 효과도 매우 클 것으로 기대된다. 내년 5월 유네스코 세계지질공원 등재가 확정적인 영덕 국가지질공원을 비롯해 관동8경으로 잘 알려진 울진 망양정·월송정 등 그간 낮은 접근성으로 인해 관광객 유치에 어려움을 겪던 동해안의 명소들이 주목받을 수 있는 길이 열리게 됐다.

경상북도는 지난달 30일 개통한 중부내륙철도, 동해선 철도 등을 활용해 지역 관광 활성화 등의 대책을 고심하고 있다. 이를 위해 올해 초부터 민간 투자 유치를 도정 운영 방향으로 정했으며 1시·군 1호텔·리조트 건립 프로젝트를 추진 중이다. 이철우 경북도지사는 여름휴가 중인 지난 8월 영덕 고래불 해수욕장에서 손병복 울진군수·김광열 영덕군수, 민간 금융투자회사 관계자 등과 만나 동해선 철도 개통 이후 지역 관광 활성화를 위한 투자유치 방안 등을 모색하기도 했다.

새해 첫날 개통하는 동해 중부선 노선도. 경북도 제공.
새해 첫날 개통하는 동해 중부선 노선도. 경북도 제공.

동해선 철도는 행정통합 이후를 대비해 경북도가 구상하는 대구경북 대순환 철도의 완성이라는 측면에서 의미도 크다. 대순환철도는 대구를 기점으로 구미~김천~문경~영주~울진~포항~영천을 거쳐 다시 대구로 돌아오는 총 연장 485.5㎞ 노선이다.

TK 내 물자·인적 자원의 이동과 교류를 촉진하는 역할을 하게 되는 대순환 철도 구상에 대해 이철우 도지사는 "포항에서 회를 먹고, 경주에서 관광도 하고, 헛제사밥 먹으러 안동으로 오게 되면 지역 내 굉장히 소비가 많이 일어날 것"이라면서 ▷기존 철도 노선 활용 ▷신규 개통하는 중부내륙·동해선 철도와의 연결 ▷남부내륙철도·대구경북선·영주~울진 구간 등 철도 노선 신규 건설 계획을 밝힌 바 있다.

경북도 관계자는 "동해선 철도의 개통은 국토 동남권~동해안권의 연계를 통해 환동해권을 축으로 하는 국가 기간 철도망이 완전히 구축됐음을 의미한다"며 "동해선 철도 개통에 따른 관광 활성화 방안 등 지역 경제 활성화에 보탬이 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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