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가의 인품이나 성향과 무관하게 예술은 위대할 수 있다. 구체적인 주제나 상징적 의미를 드러내는 표제음악과 달리 구조나 형식을 통해 음악의 순수한 예술성을 추구하는 절대음악에서 예술가의 개인적 배경과 예술 사이의 연결점이 직접적으로 발견되지 않는 것도 예술을 예술가와 분리할 수 있다는 근거로 제시된다. 하지만 예술이 주관적 가치관을 반영한 결과물로 해석되면 예술의 영역에 속하지 않은 평소의 언행일지라도 창작의 과정에 개입된 자아로 간주돼 냉정한 평가를 받기도 한다.
영화 '아마데우스(1985)'에서 모차르트(1756~1791)는 누구도 범접할 수 없는 천재적 음악성을 지녔지만 비상식적이고 방탕한 인물로 묘사된다. 인간적 결함에도 불구하고 그의 예술은 신성의 경지에 도달해있음을 부정할 수 없었던 살리에리(1750~1825)는 인간으로서의 모차르트를 경멸할지언정 그의 예술 앞에서 깊은 좌절감을 느끼게 된다. 살리에리의 질투심이 강한 적개심으로 발전하는 시점은 모차르트의 비범함에 비해 자신의 초라함을 느꼈을 때가 아닌 그 놀라운 재능이 저토록 천박한 인품에 깃들었음을 자각한 순간부터였다. 예술과 예술가가 합치되지 않음에서 분노를 느낀 살리에리와는 달리 모차르트는 황제 앞에서 '저는 천박하지만 제 음악은 그렇지 않습니다'라고 발언하며 예술과 예술가를 분리해 독립적으로 평가받길 원했다.
자국의 문화적 뿌리에 큰 의미를 두었던 독일의 작곡가 바그너(1813~1883)는 지속적으로 유대인 음악가들이 독일음악의 순수성을 해친다고 비난하며 반유대주의적 성향을 노골적으로 드러냈으며 나치당의 수괴 히틀러(1889~1945)는 바그너의 음악을 독일의 이상과 민족주의의 상징으로 여겨 선전의 도구로 적극 활용했다. 이와는 별개로 바그너는 총체예술(Gesamtkunstwerk)이라는 미학적 개념을 적용해 음악과 극의 완전한 결합을 추구한 음악극(Musikdrama)을 탄생시켰으며 반음계적 진행과 끊임없는 전조를 통해 조성의 경계를 의도적으로 해체하는 새로운 시도로 무조성 음악의 가능성을 제시하는 등 19세기 낭만주의 음악의 발전에 깊은 족적을 남기며 후대 예술가들에게 지대한 영향을 미친 혁신가로 인정된다.
예술과 같은 특정 분야에 독보적인 역량을 발휘하는 이들은 선천적으로 타고난 남다른 기질과 예민한 감각으로 타인과의 보편적 공감대를 형성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일반적 범주에 속하기 힘든 예술가의 독특한 성향은 고독과 불안을 유발하는 원인이 되며 현실과 단절되는 결과를 초래하기도 한다. 영화 '샤인(1997)'에서 호주의 피아니스트 데이비드 헬프갓(1947~)은 아버지의 잘못된 애정에서 비롯된 마음의 상처로 정신병원에 격리됐고 캐나다의 피아니스트 글렌 굴드(1932~1982)는 불완전한 무대 공연에서 벗어나 스튜디오 녹음에 집중하길 선택했다.
예술과 어떤 관계를 형성할지는 감상자 스스로 결정해야 한다. 예술 감상의 경험은 온전히 개인적인 영역으로 어떻게 이해하고 받아들일지는 철저히 주관적 관점에서 이루어진다. 예술이 의도하는 바가 무엇이든, 예술가의 배경이 어떠하든지 간에 감상의 자유는 해석의 다양성을 낳는다. 다양성은 문화의 풍요를 위한 밑거름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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