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또 다른 전쟁 '꿈틀'…시리아 내전 다시 격화

시리아 반군, 알레포 8년 만에 탈환
반군 배후에 이란·러시아 약화 주목

2011년에 시작된 시리아 내전이 다시 격화하고 있다. 30일(현지시간), 시리아 알레포 남서쪽의 마아랏 알누만 마을에서 시리아 반군들이 포획한 시리아 군 탱크 위에 서 있다. AP 연합뉴스
2011년에 시작된 시리아 내전이 다시 격화하고 있다. 30일(현지시간), 시리아 알레포 남서쪽의 마아랏 알누만 마을에서 시리아 반군들이 포획한 시리아 군 탱크 위에 서 있다. AP 연합뉴스

2011년에 시작된 시리아 내전이 다시 격화하고 있다. 시리아 반군은 8년 만에 시리아 제2의 도시 북부 알레포를 장악했다. 미국은 내전이 다시 격화하자 시리아에 대화를 통한 평화적 해결을 촉구하고 나섰다. 일부 전문가들은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재집권을 앞둔 시점이라는 사실을 주목한다.

▶시리아 반군, 알레포 8년 만에 탈환

30일(현지시간) AP·AFP·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시리아 반군이 제2의 도시 북부 알레포의 대부분을 장악했다. 시리아 반군 세력 가운데 가장 규모가 큰 하야트 타흐리르 알샴(HTS)이 튀르키예의 지원을 받는 반정부 소규모 무장조직과 합세해 지난 27일 북서부에서 대규모 공세에 나선 지 사흘 만이다.

영국에 본부를 둔 시리아 내전 감시 단체 시리아인권관측소(SOHR)는 "HTS와 동맹 세력이 알레포시 대부분과 정부 기관, 교도소를 장악했다"며 "반군이 앞서 북부와 북서부에서 50개 이상의 마을을 점령했다"고 밝혔다.

시리아 정부군은 이날 성명을 내고 "테러리스트의 수가 많고 전장이 여러 곳으로 분산돼 군은 민간인과 군인의 생명을 보호하고 반격에 대비하기 위해 방어선 강화를 목표로 병력 재배치 작전을 수행했다"고 밝혔다.

시리아 정부군이 2016년 러시아와 이란의 지원을 받아 알레포에서 반군을 몰아낸 이후 반군의 알레포 진입을 공개적으로 인정한 것은 8년 만에 처음이다.

시리아 군 소식통은 시리아와 러시아 전투기가 알레포 교외의 반군을 표적으로 공습을 감행했다고 전했다.

시리아인권관측소는 이날 알레포 시내에서 민간 차량을 겨냥한 러시아 전투기의 공습으로 민간인 최소 16명이 숨지고 20명이 다쳤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지난 27일 이후 양측의 무력 충돌로 반군 측 183명, 정부군 측 100명, 민간인 44명 등 327명이 숨진 것으로 집계했다.

반군의 알레포 기습 점령은 바샤르 알아사드 시리아 대통령에겐 수년 만의 가장 중대한 도전으로, 2020년 이후 교착 상태에 빠진 시리아 내전의 전선을 뒤흔들고 있다고 AFP 통신은 짚었다.

미국은 내전이 다시 격화되자 시리아에 대화를 통한 평화적 해결을 촉구했다. 숀 사벳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대변인은 30일(현지시간) 성명을 내고 "바샤르 알아사드 정권이 대화를 거부하고, 러시아와 이란에만 의존하는 것이 현재 시리아에서 벌어지고 있는 사태를 불렀다"고 지적했다. 사벳 대변인은 알아사드 정권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결의대로 반군과 정치적 대화를 시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30일(현지시간), 반정부 전투원들이 시리아 북서부 이들리브 지방의 마아렛 알누만 도로를 따라 이동하고 있다. AFP 연합뉴스
30일(현지시간), 반정부 전투원들이 시리아 북서부 이들리브 지방의 마아렛 알누만 도로를 따라 이동하고 있다. AFP 연합뉴스

◆시리아 내전 왜 갑자기 격화하나

시리아 내전은 2011년에 시작됐으며 21세기 들어 가장 복잡하게 전개되는 내전으로 꼽힌다. 시리아 정부와 반군 세력의 대결이라는 큰 틀 속에서도 종교와 민족에 기반한 내부 갈등과 외부 세력의 개입이라는 변수가 전쟁의 양상을 변화시키고 있기 때문이다.

30일(현지시간) 외신을 종합하면 바샤르 알아사드 대통령은 최근 4년간 러시아와 이란의 도움으로 반군의 공세를 막고, 시리아 주요 도시를 통제할 수 있었다.

다만 쿠르드족이 거주하는 동북부 지역은 미국의 지원을 받는 쿠르드족 민병대 시리아민주군(SDF)이 영향력을 행사하는 지역이다.

이와 함께 서북부에는 이번에 알레포를 장악하는 데 성공한 하야트 타흐리르 알샴(HTS) 등 반군 단체들이 근거지를 두고 있다.

실제로 시리아 반군 중에서 가장 세력이 크다는 평가를 받는 HTS의 전신은 이슬람 테러 조직 알카에다와 연계된 알누스라 전선(자바트 알누스라)이다.

HTS는 민주화가 아닌 근본주의적 이슬람 국가 건설을 목표로 내걸었다. 이 때문에 미국 국무부는 HTS를 테러 조직 명단에 올린 상태다. 이 같은 상황에서 시리아와 국경을 맞댄 튀르키예(터키)는 서북부 지역의 반군 단체 일부를 지원해왔다.

쿠르드족 민병대 SDF를 견제하면서 서북부를 통제했던 HTS가 갑작스럽게 알레포 진격을 결정한 배경과 향후 계획은 정확하게 파악되지 않았다.

다만 안보 전문가들은 이스라엘과 이란 및 그 대리세력이 벌인 중동 내 전쟁이 HTS의 결단을 부추긴 게 아니냐는 분석에 힘을 싣는다.

HTS의 결단 시점은 이란과 함께 아사드 정권을 군사적, 정치적으로 지원해온 러시아도 3년을 향해가는 우크라이나전에 발목이 잡힌 때이기도 하다. 일부 전문가들은 과거 아사드 정권에 깊은 적대감을 지니고 군사시설 폭격도 직접 명령한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재집권을 앞둔 시점이라는 사실도 함께 주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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