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출향인을 만나다] 김규환 대한석탄공사 사장 "석탄공사 또다른 100년 준비할 것"

석탄산업 대체할만한 신 성장동력 만들어 새로운 석탄공사로 거듭나도록 할 것
석탄과 인연? 나는 광부의 아들…"선친이 정선 사북탄광에서 일한 광부 출신"
석탄은 우리나라 산업화 일군 일등공신, 석탄공사에 활력·새바람 일으키고 싶어

김규환 대한석탄공사 신임 사장은 대체산업 부문 개발을 통해 공사 부흥을 꾀하겠다고 다짐했다. 이무성 객원기자
김규환 대한석탄공사 신임 사장은 대체산업 부문 개발을 통해 공사 부흥을 꾀하겠다고 다짐했다. 이무성 객원기자

"대한석탄공사의 또다른 100년을 준비하겠습니다."

강원도 원주 '대한석탄공사' 김규환(65) 사장실에는 '다시 시작하는 100년 석탄공사 반드시 성공한다!'는 현수막이 걸려있다. 그 안에는 경영난에 빠진 석탄공사에 새로운 미래를 만들어보겠다는 김 사장의 각오가 실려 있다.

석탄공사는 1950년 설립된 가장 오랜 공기업이다. 1980년대까지 주요 에너지원이던 석탄 공급을 도맡았다. 그러나 1980년대 말 이후 석탄의 자리를 석유·가스가 대체하면서 그 역할이 축소됐다. 채산성이 갈수록 악화되면서 차례차례 탄광이 문을 닫고, 마지막 탄광인 도계광업소가 내년 6월 폐광 예정이다. 김 사장이 석탄공사 '마지막 사장'이라고 불리는 이유다.

김 사장은 그러나 "석탄 산업을 대체할 수 있는 새로운 성장 동력을 발굴해 석탄공사를 100년 기업으로 거듭날 수 있도록 하겠다"고 힘줘 말했다.

국가품질명장 1호 출신으로 국회의원까지 지낸 그는 새로운 에너지산업 분야에서 석탄공사가 성공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다짐했다. 김 사장은 "포항제철을 우뚝 세운 박태준 회장처럼 석탄공사를 거듭나도록 하고 싶다"고 말했다.

- 석탄 산업과 인연은?
▶제가 '광부의 아들'입니다. 선친은 강원도 정선의 사북탄광 장성광업소에서 광부로 일하셨습니다. 어릴 때 아버지가 일 하고 집에 오시던 모습이 눈에 선합니다. 당시에는 바지 저고리를 작업복으로 입었는데, 바지가 새카맣게 반질반잘해져서 빨아도 깨끗해지지 않았습니다. 마스크도 없이 일했었는지, 아버지가 기침을 하면 까만 기침에 피가 섞여 나왔어요. 아버지 코에는 까만 코가 흘러 나왔고요. 건강이 안 좋아지셨고 예순 초반에 병으로 돌아가셨습니다. 국가품질명장 출신에 국회의원을 지낸 제가 석탄공사 사장직에 응모한 이유는 이런 개인적 인연도 있지마는, 석탄산업이야말로 포항제철 같은 산업기반 토대를 닦고 우리나라 산업화를 일군 일등공신이라고 생각해서였습니다.

김규환 대한석탄공사 신임 사장은 대체산업 부문 개발을 통해 공사 부흥을 꾀하겠다고 다짐했다. 이무성 객원기자
김규환 대한석탄공사 신임 사장은 대체산업 부문 개발을 통해 공사 부흥을 꾀하겠다고 다짐했다. 이무성 객원기자

- 사장 취임 후 어떻게 보내셨나
▶취임 사나흘후에 탄광 사고 순직자 위패를 모신 강원 태백 순직산업전사위령탑을 참배하고, 장성광업소 장명사와 도계광업소 대계사를 각각 참배했습니다. 1천600 분들의 위패가 모셔져 있더군요. 장성광업소에서 일하신 선친 위패도 그곳에 있습니다. 그리고 도계광업소에서 지하 4천m 막장까지 내려가서 직접 석탄을 캐고 광부들과 도시락을 먹었습니다. 우리 아버지가 피땀을 흘렸던 곳을 한번 들어가서 탄을 캐보자 싶었죠. 갱도 안에 설치하는 나무 지지대도 직접 짊어지고 운반했습니다. 정말 이렇게 힘든 곳에서 목숨을 걸고 일하셨구나, 이 광부들이야말로 대한민국 유공자다, 절로 그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캄캄한 탄광에 불빛을 비추니까 탄이 반짝반짝 빛나는게 그렇게 아름다울 수 없었어요.

- 석탄공사 사장 취임 각오는?
▶제가 국가품질 명장 1호 보유자입니다. 정밀 기계 가공 기술을 갖고 있어요. 그런 제가 석탄공사 사장에 지원한 이유는 제 선친이 일했고, 그동안 우리나라의 에너지를 책임진 석탄공사에 도움이 되고 싶어서였습니다. 하지만 현재처럼 석탄 캐서 파는 돈보다 석탄 캐는데 돈이 더 들어가는 비효율적인 구조로서는 사업의 영속이 어렵습니다. 일본은 기초과학 분야에만 다수의 노벨상을 가지고 있지만, 우리나라는 아예 없습니다. 기술이 약하죠. 그래서 새로운 '콘셉트'(강점 분야)를 만들어내서 석탄공사 100년을 준비하겠다, 사장 면접 볼 때 그렇게 얘기했습니다. 어떻게 콘셉트를 만들건가 묻더군요. 포스코는 철강 회사이지만 배터리 소재 분야를 개척해서 큰 매출을 올리고 있다, 가전제품 만드는 LG전자는 에너지 솔루션 만들어 글로벌 기업이 됐다, 그런 기업들처럼 기술 명장 출신인 제가 직원들과 합심해 석탄공사의 신수종 사업을 개척해보겠다 그렇게 말씀드렸습니다.

- 도계광업소가 내년 6월 폐광될 경우 석탄공사 앞날은?
▶제가 처음 취임했을 때 직원들 사기가 이만저만이 아니었습니다.(우리나라 마지막 탄광인 도계광업소가 내년 6월에 폐광될 예정이라 석탄공사도 문을 닫을 가능성이 높다. 그로 인해 김 신임사장은 석탄공사의 '마지막 사장'으로 불린다.) 언제 문 닫습니까, 석탄 공사 문 닫으면 어디 가서 일합니까, 그래서 제가 걱정하지 마라, 함께 이겨내보자고 직원들 앞에서 다짐했습니다. 그래서 요즘 제가 강연자로 나서서 직원 대상 조찬 특강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제가 어려운 환경을 딛고 국가 품질명장으로 성장하기까지 실패를 이겨낸 이야기 등을 전하면서 할수 있다는 자신감과 혁신 비전을 공유하고 있습니다. 그런 취지에서 제 집무실에 '삼풍 운동'(꽃바람! 행복바람! 창조혁신 바람!) 현수막을 붙여놓고, 새마을운동 같은 새바람을 일으켜보고자 합니다.

김규환 대한석탄공사 신임 사장은 대체산업 부문 개발을 통해 공사 부흥을 꾀하겠다고 다짐했다. 이무성 객원기자
김규환 대한석탄공사 신임 사장은 대체산업 부문 개발을 통해 공사 부흥을 꾀하겠다고 다짐했다. 이무성 객원기자

- 도계광업소 폐광에 대한 생각은?
▶도계광업소는 전국 유일한 탄광입니다. 여기서 생산되는 석탄이 우리나라 연탄수요를 다 충족시키고 있습니다. 이 석탄의 품질이 최상등급입니다. 그런데 석탄산업 채산성이 안 맞다고 하나 남은 탄광까지 문 닫자는 것은 쌀이 남아도니까 쌀농사 짓지말고 수입하자는 것과 같은 얘기라고 생각합니다. 석탄공사가 도계광업소는 보유하고 있어야 한다고 봅니다.

- 석탄산업을 대체할 아이디어가 있나?

▶제가 '10만분의 1mm'를 만들어낸 사람입니다. 새로운 에너지 분야에서 석탄공사가 도전할 수 있는 아이템이나 제품을 연구개발하고자 합니다. 품질 명장으로서의 제 오랜 경험과 노하우를 걸고 도전해보고자 합니다. 구체적인 내용은 차차 알려드리겠습니다.

- 대구와 인연이 각별하다고?

▶제 고향은 강원도 평창입니다. 하지만, 가난하던 어린 시절, 어머니와 생계를 위해 대구로 이사를 왔고 저는 열여섯 나이에 당시 남선알미늄에 취직했습니다. 회사에서 저를 성실하게 봤던지, 기술을 익혀 국제기능올림픽에 나갈 것을 추천해주셨습니다. 1975년입니다. 사내 2위로 대회에 출전했고, 대구시와 경북도 대회에서 잇따라 1등으로 전국대회 출전했습니다. 첫 월급을 받고 어머니와 함께 좋아했던 기억이 납니다. 더 큰 회사에 도전해보자는 생각에 1976년 대우중공업 창원공장에 취업했고, 이듬해 정직원이 됐습니다. 기계 분야에서 기술을 갈고닦은 끝에 초정밀분야 1인자가 될 수 있었습니다. 태어난 곳은 강원도이지만, 어머니와 함께 한 어린 시절 추억이 있고, 제가 도전할 수 있는 기회를 준 대구는 제2의 고향이나 마찬가지입니다.

- 향후 각오는?

▶한국이 아직 선진국이 아닙니다. 더 땀흘리고 일자리를 만들어야 합니다. 중소기업은 힘들고 대기업은 채용에 한계가 있습니다. 중국은 추격해오고 선진국과 격차는 더욱 벌어지고 있습니다. 한국이 진정한 경쟁력을 가지려면 강력한 원천기술을 가지고 있어야 합니다. 제가 그런 새로운 사업 영역을 개척해서 대한석탄공사의 새로운 100년을 준비하도록 하겠습니다.

김규환 대한석탄공사 신임 사장은 대체산업 부문 개발을 통해 공사 부흥을 꾀하겠다고 다짐했다. 이무성 객원기자
김규환 대한석탄공사 신임 사장은 대체산업 부문 개발을 통해 공사 부흥을 꾀하겠다고 다짐했다. 이무성 객원기자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