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함재봉 칼럼] 미국 민주당의 패인

함재봉 한국학술연구원장

함재봉 한국학술연구원장
함재봉 한국학술연구원장

공화당의 도널드 트럼프 후보가 민주당의 카멀라 해리스 후보를 예상 밖의 압도적인 표 차로 누르고 제47대 미국 대통령에 당선됐다. 트럼프는 미국의 부자들과 기업들의 전폭적인 감세를 약속하고 시장에 대한 각종 규제들을 철폐할 것을 공약으로 내세웠다. 일론 머스크 같은 부호들의 적극적인 지지를 받았다. 많은 전문가들은 트럼프의 정책이 빈부격차를 심화시키고 중산층과 서민층의 삶을 더욱 어렵게 할 것이라고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트럼프가 승리했다. 반면 민주당 유권자들은 자신들의 후보인 해리스를 위해서 적극적인 투표를 하지 않았다. 그뿐만 아니라 미국 유권자 중 공화당원의 숫자가 민주당원의 숫자를 넘었다. 놀라운 일이다.

민주당은 자신들의 진보 정책이 보수 공화당의 방해로 인하여 실현되지 않고 있다고 주장한다. 이번 대선에서도 해리스 민주당 후보는 트럼프가 당선되면 부자들을 위한 감세를 추진하고 부동산 규제를 철폐하여 집값을 상승시킴으로써 중산층과 서민층들의 고통을 가중시킬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미국의 유권자들은 공화당의 트럼프를 대통령으로 뽑았다. 왜 그랬을까?

현재 미국 50개 주 중 18개 주는 민주당이 주지사와 주 상·하원을 장악하고 있다. 다시 말해 연방정부는 공화당으로 넘어갔지만 18개 주의 주정부는 민주당이 공화당의 방해 없이 모든 정책을 좌지우지할 수 있다. 그렇다면 과연 민주당이 장악한 주들은 조세 평등과 집값 안정, 교육 평준화를 실현하고 있는가?

캘리포니아와 워싱턴, 뉴욕 등은 민주당이 장악하고 있는 대표적인 주들이다. 이번 대선에서도 여지없이, 압도적으로 민주당의 해리스 후보를 밀었다. 그렇다면 캘리포니아의 집값은 어떤가? 캘리포니아는 현재 주지사, 주 상·하원은 물론 대부분 대도시의 시장과 시의회를 민주당이 장악하고 있다. 캘리포니아의 민주당 정치인들은 '주택은 곧 인권(Housing is a human right)'이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무주택자로 길거리나 무주택자 보호시설에 거주하는 캘리포니아 주민들의 숫자는 무려 19만 명에 달한다. 캘리포니아 남부의 샌디에이고시 주택의 중간 가격(median price)은 현재 83만달러, 한화 약 11억5천만원에 달한다. 샌디에이고는 미국에서 가장 진보적인 도시 중 하나다. 샌디에이고 시민들은 늘 인종 평등, 중산층과 서민 보호를 외치고 진보 정책을 표방하는 민주당을 찍는다.

그러나 대부분의 캘리포니아 대도시와 마찬가지로 샌디에이고 역시 1가구 거주용 단독주택이 주택의 주종을 이룬다. 이러한 주택들은 넓고 쾌적하고 아름다운 전형적인 미국의 중산층 주택의 모습을 갖추고 있다. 문제는 이러한 주거 환경을 유지하기 위해서 주민들은 자신들의 동네에 다가구주택이나 아파트, 저소득층을 위한 주택을 건설하는 것을 완강하게 거부한다.

지난 8년간 샌프란시스코 지역은 26만8천699명의 고용 창출을 이루었다. 그러나 같은 기간 동안 새로 건설된 주택은 17만6천 채에 불과했다. 캘리포니아의 인구는 계속해서 늘고 있는 반면 주택 건설 숫자는 폭락하고 있다. 모두가 쾌적하고 넓은 단독주택들만 있는 동네를 유지하기 위하여 저소득층 주택, 아파트 등의 건설 허가를 내주지 않기 때문이다. 캘리포니아의 집값이 폭등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미국 서북부의 워싱턴주 역시 민주당의 보루다. 민주당의 대표적인 정강 정책은 누진세다. 부자들은 중산층이나 서민보다 소득의 더 높은 비율을 세금으로 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정작 워싱턴은 미국에서 가장 지독한 역누진세 체제를 갖고 있다. 워싱턴주에 살고 있는 세계 최대의 부호 빌 게이츠나 제프 베이조스는 소득의 3% 미만을 세금으로 낸다. 반면 워싱턴주 소득 최하위 20%는 17.8%를 세금으로 낸다. 미국의 민주당은 자신들의 정강과는 정반대의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뉴욕 역시 대표적인 주다. 작년 1년 동안 뉴욕시의 공립학교 학생 중 무려 14만6천 명이 집이 없었다. 지난 9년간 뉴욕에서 집이 없는 공립학교 학생 숫자는 매년 10만 명을 넘었다. 집값이 너무 비싸 저소득층이 집에서 쫓겨나고 있고 중산층들 역시 뉴욕 시내에 진입할 수 없기 때문이다.

민주당이 장악하고 있는 주들은 현재 길거리에서 살고 있는 무주택자들이 가장 많고 소득 격차가 늘고 있으며 소득 계층에 따른 교육의 질이 양극화되고 있다. 자신들이 부르짖는 정책과 정반대의 결과를 만들어내고 있다. 미국의 유권자들은 캘리포니아, 워싱턴, 뉴욕 등 대표적인 민주당 장악 주의 주택, 세금, 교육 정책이 가져온 결과를 통하여 민주당의 정강 정책이 허구임을 깨닫기 시작했다. 트럼프가 승리한 이유 중 하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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