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시가 대구경북(TK)신공항 건설을 공영 개발 형태로 직접 시행하면서 정부의 '공공자금관리기금(공자기금)' 융자 지원 여부가 핵심으로 떠올랐다. 공자기금 지원은 법령 개정이 필요 없는 정부 정책 결정 사안에 해당하는 만큼 속도감 있는 사업 추진을 위해선 정부 차원의 검토가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공자기금 지원, 정부 검토 서둘러야"
1994년부터 운용되기 시작한 공자기금은 전체 기금을 통합 관리하기 위한 계정성 기금으로 '기금 저수지'로 불린다. 각종 기금의 여유 재원을 통합 관리해 재정 융자 등 공공목적에 활용하고, 국채의 발행과 상환을 효율적으로 관리하기 위해 만들어진 기금이다.
다시 말해 여유가 있는 다른 기금으로부터 자금을 빌려와 재원이 부족한 기금이나 필요한 곳에 빌려주는 한편 국채의 발행과 상환까지 담당하는 자금 조달 창구이자 기금 간 '은행' 역할을 한다는 의미다.
TK신공항에 대한 공자기금 지원 여부는 관련 법 개정이나 별도의 법안을 마련할 필요가 없고 정부의 정책 결정에 달려 있는 사안이다. 대구시가 대통령실에 정부가 공자기금 지원에 대한 검토에 조속히 착수해 줄 것을 촉구한 이유다.
공자기금법에 따르면 공자기금의 융자계정으로부터 자금을 융자받아 사업을 수행하려는 중앙관서의 장(행정안전부 장관)은 매년 3월 31일까지 다음 회계연도의 융자신청서를 기획재정부 장관에게 제출해야 한다.
이어 기금을 관리하는 중앙관서의 장이 공자기금으로부터 자금을 예탁받으려면 매년 5월 31일까지 다음 회계연도의 예탁요구서를 기획재정부 장관에게 제출해야 한다.
즉 공자기금 대규모 융자는 소관 부처인 행정안전부가 공자기금을 정부로부터 확보해야 가능하고, 이를 위해선 기금의 운용 방침을 주도하는 기획재정부 문턱을 넘는 게 관건이다.
공자기금을 지원받기 위해선 TK신공항 건설 사업이 기금운용계획안에 '지정 사업'으로 반영돼야 한다. 공자기금의 운용 계획은 기재부 장관이 매 회계연도마다 수립하고 있는데, 기재부 장관은 공자기금법에 따른 융자신청서를 검토해 공자기금 운용계획에 반영하고 있다.
이후 기재부 장관이 위원장인 공자기금운용위원회 의결을 거치면 기금운용계획안에 포함될 수 있다. 기금운용계획안은 매년 9월 예산안과 함께 국회에 제출되고 있으며, 상임위·예결위 심의와 본회의 의결을 거쳐야 최종 확정된다.
◆공자기금으로 TK신공항 사업 안정성 확보
정부도 지출 소요 등을 충당하기 위해 공자기금으로부터 자금을 빌린다. 국회예산정책처에 따르면 일반회계가 공자기금으로부터 빌린 자금은 2019년 34조3천억원에서 코로나19에 따른 지출이 발생한 2020년에는 102조8천억원까지 늘어났다.
또한 정부가 공자기금을 통해 지방채 발행을 지원한 사례도 있다.
정부는 지난 2014년 지방자치단체의 재원 부족 문제에 대응하기 위해 공자기금을 통한 지방채 인수금액을 전년도 1천억원에서 3조3천억원으로 증액했다. 지방채 인수 사업은 지자체의 지방채를 정부의 공자기금에서 융자해주는 사업이다.
올해도 지방교부세 감소에 따른 지자체 재정 어려움을 보완하기 위해 공자기금의 지방채 인수 예산을 전년도 100억원에서 2조6천억원으로 대폭 확대했다.
대구시에 따르면 TK신공항 건설 사업비 전액을 공자기금으로 추진하는 방식에는 17조원 규모의 총사업비가 필요할 것으로 분석됐다. 이 가운데 공자기금에서 융자해야 할 돈은 13조원이다. 공자기금을 통해 지방채를 발행하면 5년 거치 10년 상환 조건이 가능하다.
공자기금 융자 지원을 통한 공영 개발 방식은 TK신공항 건설 추진에 있어 현재로서는 사실상 최후의 수단으로 꼽힌다. 애초 대구시가 지난 9월까지 진행해 온 특수목적법인(SPC) 설립 방식은 고금리와 건설 경기 침체에 따른 사업 여건 악화 탓에 민간사업자 공모에 상당한 어려움을 겪었다.
사업비 전액을 민간 조달로 충당할 경우 발생하는 금융이자 비용은 총사업비의 46%(14조8천억원)를 차지한다. 이 같은 기형적인 구조로는 SPC 구성이 불가능할 것으로 판단한 대구시는 직접 공영개발에 나서는 방식으로 전환했다. 사업비 전액을 공자기금으로 융자할 때 드는 금융이자 비용은 3조1천억원으로, 총 사업비의 18.2%까지 낮출 수 있다는 게 대구시의 설명이다.
이와 관련 홍준표 대구시장은 최근 기자간담회에서 "공적자금을 조달해 대구시가 단독으로 사업을 시행하면 특혜 시비도 없어진다"고 강조했다.
지역 건설업계도 공영개발 방식 전환을 통해 속도감 있는 사업 추진에 나서야 한다고 한목소리를 내고 있다. 얼어붙은 건설 경기 속에 지역 건설업계는 사회간접자본(SOC)에 대한 정부의 재정 투자 비중마저 줄어 공공건설 환경이 갈수록 어려워지는 상황에 놓였기 때문이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이 지난해 발간한 보고서에 따르면 중앙정부의 SOC 예산 중 건설산업에 직접적인 투자 효과를 가져오는 시설사업비는 2010년 11조7천억원으로 SOC 예산의 46.5%에 달했으나, 지난해에는 7조8천억원으로 줄어 31.1% 수준까지 축소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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