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부모의 과도한 민원에 시달리던 한 2년 차 교사가 세상을 떠난 '서이초 사건'이 발생한 지 1년이 지났다. 이후 교육계에서는 교권 보호를 위한 실효성 있는 대책들을 이어오고 있지만 교사들이 체감하는 학교 현장의 어려움은 지속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지난달 한국교육정책연구소의 조사 결과, 올해 교사들이 느끼는 스트레스 1순위는 학생의 위반행위와 학부모의 항의·소란(39.8%)이 꼽혔다. 20년 전에는 해당 답변율이 가장 뒷순위였던 것과 대비된다.
◆학부모 인식 바꿔 학교 문화 개선
대구시교육청은 학교 현장에서 교사들의 사기를 높이고 성숙한 공교육 문화를 만들어가기 위해 지난해부터 '학부모와 함께 만들어 가는 다:행복한 대구교육캠페인'을 추진하고 있다. 시교육청 관계자들은 전담팀(TF·태스크포스)을 구성, 학부모들이 스스로 학교교육에 대한 인식을 재정립할 수 있도록 다양한 계획들을 수립했다.
우선 캠페인 관심 유도와 공감대 형성을 위해 '학부모 인식 정립 슬로건'을 공모했다. 한달 간 학생, 학부모, 교직원 등 총 2천889명이 참여했으며, 학부모가 학교·교사를 '믿고' 학부모와 교사가 '함께' 노력해 행복한 '우리 학교'를 만들자는 의미로 '믿어요, 함께해요. 우리 학교'가 최종 선정됐다.
지난해 7월에는 대구 지역 학부모 800여 명이 참여한 가운데 '학부모 타운홀미팅'을 개최했다. 타운홀미팅은 정책결정권자가 지역 주민들을 초대해 정책 또는 주요 이슈에 대해 설명하고, 의견을 듣는 비공식적 공개회의를 의미한다. 당시 회의에서는 '우리가 바라는 대구의 미래 교육이 되기 위해 교육 주체로서 지켜야 할 것은?'을 주제로, 지역 유·초·중·고·특수학교 학부모들이 올바른 학교 문화 조성에 관한 다양한 의견을 나눴다.
이날 행사에서 모인 학부모 의견은 '학부모 선언문'의 기초 자료로 활용됐다. 학부모 선언문에는 학교 교육에 대한 신뢰 및 지지, 교사 의견 존중, 학부모의 학교 교육 지원 등 총 10가지 내용이 담겨있다.
이 외에도 학부모 인식 정립 릴레이 챌린지, 슬로건 선포 및 대시민 협약식, 학부모 선언문 필사 이벤트, 학부모 선언문 실천 사례 영상 제작 등 캠페인 확산을 위한 다양한 활동들을 진행하고 있다.
◆공모전 통해 실천 사례 발굴 나서
시교육청은 올해 캠페인 활동의 일환으로 학부모 선언문 실천 사례를 발굴하기 위한 '2024 다:행복한 대구교육 공모전'을 실시했다. 지난 7월부터 9월까지 슬로건인 '믿어요, 함께해요. 우리학교'를 주제로 학부모 선언문 속에 담긴 10가지 약속 실천 사례를 수기, 그림, 영상, 육행시 등 4개 부문으로 공모했다.
접수 결과 학생, 학부모, 교직원, 시민 등 총 1천183명이 공모에 참여했고, 대상 1편, 최우수상 4편, 우수상 4편, 참가상 20편 등 총 29편의 우수 콘텐츠가 선정됐다.
대상은 고기능 자폐스펙트럼 장애를 가진 자녀를 키우며 그동안 만났던 담임 교사들과의 추억을 기록한 수기 작품이 차지했다. 해당 작품에는 자녀의 장애 진단 후 자신의 사적인 이야기를 들려주며 위로·조언을 나눠준 선생님, 아이의 돌발적인 행동에도 당황하지 않고 따뜻한 말로 위로해 주는 선생님 등에 대한 감사의 표현이 담겼다.
대상을 수상자인 학부모 이지현 씨는 "공교육이 많이 무너진 상황 속에서 선생님들에게 조금이나마 힘을 드리고 싶다는 마음에 이번 공모전에 참여하게 됐다"며 "공모전을 포함해 학부모 인식 정립 활동들이 계속 쌓이다 보면 교사, 학교교육에 대한 인식도 많이 개선되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영상 부문 최우수상을 수상한 곽인정 씨는 "자녀와 함께 대구교육박물관을 방문해 보게 된 교육 역사 자료를 바탕으로 공모전 영상 작품을 만들었다"며 "평소에도 학생, 교사, 학부모 등 교육 구성원들의 믿음과 신뢰 속에서 학교교육이 더욱 나아진다고 생각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강은희 교육감은 "많은 분들이 공모전에 참여해 주셔서 감사드린다"며 "이번 공모전을 계기로 교육공동체 모두가 선언에 담긴 내용을 함께 실천하며 다:행복한 대구교육으로 나아가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최다 참여 지산초에 간식차 선물
대구 지산초는 지난 10월 15일 학교교육활동 공개의 날에 시교육청으로부터 '간식 차'를 선물로 받았다. 이번 공모전에 학생 123명(52%)이 작품을 제출해 응모 참여율 최다 학교로 선정됐기 때문이다.
지산초는 올해부터 학교와 학부모 간 소통을 활발하게 하기 위해 다양한 노력들을 이어오고 있다. 지난 3월 학급 설명회를 열고 학부모를 초대해 각 학급 관련 사항들을 설명하고 학부모, 교사 간 얼굴을 익히고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을 가졌다. 이후에도 자녀 이해와 부모 역할 교육 등 학부모 연수를 꾸준히 운영해 왔다.
특히 학교는 이번 공모전 참여를 독려하기 위해 학생들이 학기 말 틈새 시간 및 방학을 활용해 작품을 완성할 수 있도록 했다. 시교육청 공모전과는 별개로 교내 공모전을 진행, 총 23명의 학생들에게 금상, 은상, 동상 등 상장을 수여하기도 했다.
남정신 지산초 교사는 "학부모 선언문을 주제로 아이들이 글을 쓰고 그림을 그렸기 때문에 '학교와 교사를 신뢰하고 존중하자'는 선언문의 내용이 잘 전달됐을 거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진아 학생(6년)은 "이번 공모전을 통해 부모님이 학교, 선생님, 그리고 나를 위해 한 일들을 다시 떠올려보게 됐다"며 "친구들과 함께 글을 쓰고 공모전에 참여해 간식 차까지 받을 수 있어 뜻깊은 경험이었다"고 소감을 전했다.
한편, 시교육청은 지난 10월 중순부터 공모전 선정 작품들을 ▷대구시교육청 Wee카페 ▷반월당역 2호선 라인 ▷2·28기념학생도서관 ▷대구학부모원스톱지원센터에서 순차적으로 전시하고 있다. 이어 '다:행복한 대구교육 캠페인' 누리집 (happydge.co.kr)에 작품들을 탑재해 홍보를 이어갈 예정이다.
댓글 많은 뉴스
TK통합 여론조사…대구시민 68.5%·경북도민 62.8% '찬성'
"대구경북 행정통합 찬성" 시·도민 70% 육박 (종합)
조국 "尹 찍은 분들, 지금 자랑스럽나?…최순실, 명태균과 비교하면 10분의 1"
대구 찾은 이재명 "TK 현안 해결 힘 보탤 것…공항 이전 등 정부 지원 없어 난항"
조국 "금투세 폐지에도 주식장 대폭락…이게 포퓰리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