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기고-김일만] 철강산업의 위기와 포항의 정체성

김일만 포항시의회 의장

김일만 포항시의회 의장
김일만 포항시의회 의장

최근 동료 의원 및 직원들과 함께 제법 차가워진 새벽 공기를 마시며 형산강 변으로 나서 출근길을 재촉하는 제철소 근무자들을 향해 응원 구호를 외쳤다.

보름 새 두 번의 포스코 포항제철소 화재와 1제강공장·1선재공장의 폐쇄, 현대제철 2공장 가동 중단 등 심각한 위기를 맞고 있는 포항 지역 철강업계를 응원하기 위함이었다.

그러나 이번 위기가 포항 지역 산업 전체를 위협할 수 있다는 두려움에 마음이 무거웠다.

포스코 창사 56년 만에 첫 파업이 임박했다는 소식까지 들리니 위기감은 더욱 커지는 것 같다.

대한민국 산업의 근간이라는 제조업, 그중에서 철강산업을 꽃피우고 경제발전의 상징이 된 포항이다.

이제 제조업을 넘어 첨단 미래 산업을 육성하기 위해 배터리, 바이오, 나아가 관광산업까지 열심히 밭을 일구고 있지만, 아직 포항을 지탱하고 있는 근간은 철강산업임에 의심의 여지가 없다.

포항제철소의 폐쇄는 경제적 영향뿐만 아니라 철강 도시라는 포항의 정체성에도 영향을 미친다.

지금의 위기는 내수 침체로 인한 철강의 수요 감소, 저가 중국산 철강으로 인한 글로벌 공급 과잉 등이 원인이다.

경기에 따라 이런 위기는 과거에도 겪었던 일이지만, 이번엔 사정이 녹록지 않아 보인다.

중국의 장기적 내수 침체로 인한 공격적인 수출은 한동안 계속될 전망이며 건설 경기가 언제 살아날지도 모르는 일이다.

물론 정부 차원의 정책적 지원은 반드시 필요하다.

포항시의회도 '산업위기대응특별지역'으로 지정되기를 촉구하는 결의안을 통과시켰으며, 앞으로도 정부 지원을 이끌어 내기 위한 모든 노력을 할 것이다.

다만 이 사태가 장기적으로 이어지고 철강업계의 구조적 문제까지 겹치면 우리가 아무리 응원 구호를 외친다 한들 이 위기를 이겨 내기에는 역부족일 터다.

기회는 언제나 위기와 함께 온다. 미래 포항의 정체성은 무엇이 될 것인지 머리를 맞대고 치열하게 고민해야 한다.

먼저 철강업계는 친환경 기술 개발과 탄소 중립을 목표로 구조적인 변화와 혁신을 꾀해야 한다.

포항시는 살기 좋은 문화도시로 정주 여건을 개선해야 한다. 사람이 살고 싶은 도시가 돼야 사람이 모이고 일자리가 생기는 까닭이다.

유럽의 가난한 예술가 도시였던 베를린은 이제 명실상부한 유럽 스타트업의 성지가 됐다.

낮은 물가와 젊은이들이 좋아하는 테크노 음악으로 젊은 인구를 먼저 끌어들인 뒤 독일의 전통적 산업인 자동차, 금융, 헬스 분야를 버리고 과감히 스타트업 육성에 집중해 다른 도시와 차별화를 뒀다.

핀테크와 인공지능 혁신의 상징이 된 런던의 테크시티는 런던 동부 빈민가에 관련 산업을 유치하고 집중 투자해 만들어 낸 결과물이다.

포항도 이제 과거 경제발전의 상징에서 미래 혁신도시의 상징으로 변화할 준비를 해야 한다.

포항은 아름다운 해안을 끼고 있고, 포스텍이라는 명문대도 보유하고 있다.

214㎞의 해안선을 활용한 해양관광 도시로서의 잠재력은 물론 포스텍과 연계해 바이오 스타트업의 성지가 될 수도 있다.

이웃 도시인 경주와 연계해 역사·문화라는 이야기를 입히고 문화 행사를 더욱 육성해 외지인이 찾는 도시로 활성화해야 한다.

아울러 교육 환경을 개선해 인재들이 가족과 함께 정착할 수 있도록 인프라를 구축해야 한다.

정부와 시민 그리고 포항시 관계자들 모두 한마음이 돼 포항의 미래 세대를 위한 여정을 시작해야 한다.

지금 포항 곳곳에는 힘겨운 싸움을 하고 있는 철강업계를 응원하기 위한 현수막이 걸려 있다.

포항 시민들은 우리 포항의 정체성인 철강산업을 살리기 위해 기꺼이 함께할 것이다.

지금까지 그래 왔던 것처럼 이번 위기도 함께 힘과 지혜를 모은다면 '제2의 영일만의 기적'을 만들어 낼 수 있다. 그 여정에 포항시의회도 기꺼이 동참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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