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러시아 파병이 있은 후 중국이 대한민국을 일방적으로 무(無)비자국으로 발표하자, 북·러 밀월 때문에 한국에 추파를 던졌단 의견이 나왔다. 과연 그럴까. 우크라이나 국방장관이 윤석열 대통령과 김용현 국방장관을 예방한 다음 날(11월 29일) 러시아 국방장관이 북한의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노광철 국방상을 만났는데, 이날 중국은 러시아와 심상찮은 도발을 했다.
세칭 '3대 핵전력'은 ICBM(대륙간탄도미사일)과 SLBM(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 전략폭격기이다. 전략미사일이 나오기 전 전략폭격기는 유일한 핵 투발 수단이었다. 1945년 미국은 B-29 전략폭격기로 일본에 원자폭탄을 투하해 제2차 세계대전을 끝냈다. ICBM과 SLBM은 기지와 전략원자력잠수함 자체가 보안이라 보여주기 어렵지만, 전략폭격기는 비행과 착륙 등의 형태로 드러낼 수 있다. 그래서 분쟁이 일어날 것 같으면 미국은 '조심하라'는 경고로 전략폭격기를 보낸다.
김정은이 러시아의 국방장관을 알현(?)해 준 날 중·러가 동해에서 연합으로 이 짓을 했다. 러시아는 김정은에게 도움을 청해야 하는 처지였지만, 중국은 그런 처지가 아닌데도 더 도발적인 작전을 했다. 우리 해군에서 이지스함 다음으로 큰 전투함은 4천500t급인 충무공 이순신급 구축함이다. 항공모함을 제외할 경우 중국 해군이 보유한 최대의 전투함은 이지스함에 비교되는 055와 052급이고 그다음이 충무공 이순신급에 견주는 054급(4천300여t)이다.
중국은 054급 전투함 한 척을 대한해협을 통해 먼저 동해로 집어넣었다. 그리고 전투기의 호위를 받는 굉(轟, H)-6 전략폭격기 두 대와 정보 수집 장치를 탑재한 운(運, Y)-9 수송기 한 대를 제주도와 이어도 사이를 가로질러 대한해협으로 들어가게 한 후, 대한민국 본토와 울릉도 사이를 가로지르는 도발적인 비행을 하게 했다. 같은 시각 러시아도 전투기의 호위를 받는 Tu-95 전략폭격기 두 대를 독도 동쪽을 돌아 대한해협까지 날아가게 했다.
핵무기를 싣고 왔을 수도 있는 중·러 전략폭격기가 울릉도와 독도를 포위 비행하자 공군에 비상이 걸렸다. F-15와 F-16 등을 출격시켰지만 중국의 폭격기 편대가 울릉도와 우리 본토 사이를 가로질러 비행하는 것은 막지 못했다. 공군과 합참은 곤란했던 듯 이들이 한국방공식별구역(KADIZ)을 침범했다는 식으로 두루뭉술 넘겨 버렸다. 레이더로 이를 지켜보고 있었던 일본 방위성은 중국 편대가 우리를 더 위협해서인지, 이 사실을 언론에 알리지 않는 이상한 행동을 했다.
일본은 다음 날(11월 30일) 부산해졌다. 일본 규슈(九州) 섬 남쪽에서부터 대만 사이엔 오키나와 등 작은 섬들이 이어지는데, 이 섬들은 중국 잠수함을 막는 그물망 역할을 한다. 그런데 오키나와와 그 남서쪽의 미야코(宮古) 섬 사이는 간격이 넓어, 중국 잠수함이 통과할 수 있는 수로(水路)로 꼽힌다. 이날 이 수로를 지나 태평양으로 나간 중국의 폭격기 편대는 일본 동쪽을 우회해 날아온 러시아의 폭격기 편대를 만나, 이 수로 상공을 여러 차례 통과하는 작전을 한 후 헤어졌다.
한국을 무비자국으로 지정했던 중국은 한 달 뒤 일본도 노(No)비자국으로 선정하며 러시아와 함께 도발적 작전을 한 것. 롯데가 롯데월드타워를 담보로 내놓을 정도로 위기에 빠진 것은 캐시카우(cash cow)인 롯데케미칼이 중국의 저가 유화(油化) 제품에 밀려 적자가 급증한 탓이다. 중국의 석유화학이 한순간에 한국을 잡게 된 것은 전적으로 러시아 덕분이다.
우크라이나 침공이 있은 후 서방은 세계적인 산유국인 러시아의 원유를 사 주지 않고 있다. 돈이 달리게 된 러시아는 헐값에 원유를 내놓았는데, 이를 열심히 사 준 나라가 중국이다. 이 때문에 세계 석유화학 시장 점유율을 넓혀 롯데케미칼을 흔들 수 있었다. 북한도 대단한 수혜국이다. 요즘 북한은 원유 사정이 좋아졌는지 많은 전투기를 띄우고 있다.
중국의 무비자는 한·일의 투자를 유치해 중국 경제를 살리려고 한 것이지, 북·러를 교란하기 위해서가 아니었다. 중국이 한·일로부터 울릉도와 미야코를 도려내는 도발을 한 것은 북·중·러의 강한 어깨동무 덕분이란 것을 놓치는 이가 너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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