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대구FC 2025, 혁신의 원년으로] <상> 바람 잘 날 없었던 2024시즌

시즌 초반 최원권 전 감독 딸깍 축구 좌절
박창현 감독 부임 이후에도 하위권 맴돌아
파이널 라운드 무승…승강 플레이오프 굴욕

〈대구FC 2025, 혁신의 원년으로〉

시민구단 대구FC가 가까스로 K리그1 잔류를 이뤄냈습니다. 마지막까지 마음을 졸였던 수많은 팬은 1일 경기가 끝난 뒤에서야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습니다. 그러나 이렇게는 안 된다는 성토가 들끓습니다. 이번에 제대로 변화하지 않는다면 내년 시즌에도 K리그 강등 전쟁을 피할 수 없다는 두려움이 팽배합니다. 수년째 지적돼온 갖가지 문제점이 개선되지 않은 채 이어지면서 지금과 같은 위기로 표출됐다는 것이 중론입니다. 지속가능한 프로축구 구단으로 성장하려면 어떤 변화가 필요한지에 대해 세차례에 걸쳐 게재합니다.

1일 대구 북구 DGB대구은행파크에서 열린 K리그 2024 승강 플레이오프 2차전에서 대구FC가 잔류에 성공하자 팬들이 기뻐하고 있다. 안성완 기자 asw0727@imaeil.com
1일 대구 북구 DGB대구은행파크에서 열린 K리그 2024 승강 플레이오프 2차전에서 대구FC가 잔류에 성공하자 팬들이 기뻐하고 있다. 안성완 기자 asw0727@imaeil.com

상) 바람 잘 날 없었던 2024시즌

◆'딸깍 축구'의 좌절

올 시즌 초반 대구FC를 지휘한 최원권 전 대구FC 감독. 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올 시즌 초반 대구FC를 지휘한 최원권 전 대구FC 감독. 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지난 시즌 리그 6위를 기록, 상위 스플릿(현 파이널라운드 A·리그 1~6위 그룹) 진입에 성공한 대구FC는 올 시즌 시작 때만 해도 야심차게 출발했다. 지난 시즌 예상 외의 호성적을 보인 만큼 올 시즌에 대한 팬들의 기대감도 컸다. 이에 호응하듯 최원권 당시 대구 감독은 "지난 시즌 큰 재미를 봤던 '딸깍 축구'(수비를 바탕으로 역습 한방으로 마치 마우스를 딸깍 하고 누르는 것처럼 간단하게 득점을 만드는 것으로 팬들이 대구가 이런 방식을 잘 한다고 해서 붙여진 표현)을 확대하겠다"며 "올해는 리그 2위에게 주어지는 아시아챔피언스리그 진출에 사상 처음으로 도전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같은 계획은 시즌 초부터 삐거덕거리기 시작했다. 딸깍 축구의 핵심인 세징야와 에드가, 고재현 등 이른바 '삼각편대'가 부상, 슬럼프 등으로 동시에 극심한 부진을 보인 것이 컸다. 더욱이 다른 팀들도 이에 대한 대비책을 마련했던 터였다. 결국 최 감독의 '딸깍 축구'는 힘을 쓰지 못했고, 이는 시즌 초반 성적 부진으로 이어졌다.

결적적인 사건은 4월 17일 홈에서 벌어진 대구와 2부 리그 충북청주FC와의 코리아컵 경기 직후 일어났다. 이날 경기에서 대구는 한 수 밑인 충북청주에 1대 2로 졌고, 화가 난 일부 팬은 경기 직후 선수단 버스를 막는 실력 행사까지 벌였다. 결국 최 감독은 7경기를 치르며 '1승 3무 3패, 리그 11위'라는 초라한 성적을 남긴 채 자진 사퇴했다.

◆시즌 중 새 감독…여전한 하위권

시즌 중 4월 부임한 박창현 대구FC 감독. 대구FC 제공
시즌 중 4월 부임한 박창현 대구FC 감독. 대구FC 제공

대구 구단은 후임 감독을 발빠르게 선임했다. 같은 달인 4월 23일 포항스틸러스의 감독대행을 잠시 맡았으며 2017년부터 직전까지 홍익대를 지휘한 박창현 감독이 부임했다. 그는 젊은피들을 적극적으로 기용하며 스피드 있는 공격 축구를 표방했다.

박용희(왼쪽) 선수와 정재상 선수. 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박용희(왼쪽) 선수와 정재상 선수. 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박 감독은 그의 말처럼 부임하자마자 정재상, 박용희, 박재현, 안창민 등 대구FC B팀에서 뛰던 젊은 선수들을 과감하게 기용하면서 공격에 신선한 바람을 불러일으켰다. 팬들은 기존 수비 위주의 답답한 경기에서 박진감 넘치는 공격 축구로의 변화에 열광했다.

그러나 이런 변화는 잠시였다. 젊은피를 활용한 공격 축구는 금세 상대팀들에게 분석됐고, '골결정력 부족'으로 드러나면서 답답한 경기가 이어졌다. 결국 득점을 기댈 수 있는 선수들은 '세드가'(세징야+에드가) 뿐이었다. 특히 세징야는 부상으로 인한 초반 부진을 극복하고 점차 득점력을 높여갔고, 이들에게 의존하는 기존 축구로 회귀했다.

그런 사이 선수단에도 부침이 심했다. 4월 대구 수비의 든든한 버팀목이던 김강산 선수가 입대한 데 이어 지난 7월 '플레이 메이커' 역할을 하던 벨톨라가 대전하나시티즌으로 이적했다. 대신 외인 수비수 카이오와 공격수 이탈로가 대구에 입단했다.

◆파이널 라운드 무승 '굴욕'

세징야. 대구FC 제공
세징야. 대구FC 제공
대구FC
대구FC '헤더 스페셜리스트' 에드가. 대구FC 제공

대구는 박 감독 부임 이후에도 좀처럼 하위권을 벗어나지 못했다. 최고 성적이 리그 9위였다. 6위까지 주어지는 상위 스플릿에 진입하려면 무엇보다 연승을 거듭해야 하지만, 대구는 연승 기회에서 매번 패하는 경기를 했다. 그나마 '제2의 전성기'를 방불케 하는 세징야가 혼신의 득점력을 선보이며 리그 후반 패배 위기에 놓은 팀을 멱살잡고 끌어올렸다. 여기에다 '헤더 스페셜리스트' 에드가가 초반 부진을 극복하고 노익장을 뽐내며 팀 득점에 큰 몫을 했다. 세드가의 맹활약에 대구는 파이널라운드에 돌입하기 전, 강등권에서 자유로운 리그 9위를 지킬 수 있었다.

그러나 대구는 정작 진검 승부인 파이널 라운드에 돌입하면서 부진을 거듭했다. 특히 파이널 라운드에서 '2무 3패'라는 초라한 성적으로 B그룹 팀 중 유일하게 승리를 챙기지 못한 팀이라는 불명예를 안으며 리그 11위로 추락했다. 대구의 사상 첫 승강 플레이오프에서도 쉽지 않았다. 2부리그 2위팀인 충남아산FC와 2차전 연장까지 가는 접전 끝에 겨우 내년 시즌 잔류를 확정할 수 있었다. 선수단과 구단, 팬들 모두 '십년감수'하는 상황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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