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바이든 '사면권 남용' vs 트럼프 '족벌주의' 논란

바이든, 퇴임 한 달 남짓 앞두고 차남 사면
트럼프, 사돈을 아랍 및 중동 문제 고문 임명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차남인 헌터 바이든(오른쪽)이 지난 6월 11일(현지시간) 델라웨어주 뉴캐슬 주방위군 기지에서 바이든 대통령과 대화하고 있다. 이날 헌터 바이든은 델라웨어주 윌밍턴 연방법원에서 불법 총기 소유 혐의에 대해 유죄 평결을 받았다. 연합뉴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차남인 헌터 바이든(오른쪽)이 지난 6월 11일(현지시간) 델라웨어주 뉴캐슬 주방위군 기지에서 바이든 대통령과 대화하고 있다. 이날 헌터 바이든은 델라웨어주 윌밍턴 연방법원에서 불법 총기 소유 혐의에 대해 유죄 평결을 받았다. 연합뉴스

미국의 현재와 미래 권력이 가족에 대한 온정주의적 판단으로 구설에 올랐다. 퇴임을 한 달 남짓 남겨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총기 소지 법규 위반과 탈세 혐의로 유죄판결을 받은 차남 헌터를 사면해 사법권 남용 논란을 일으켰다. 트럼프 당선인은 주프랑스 미국 대사에 이어 아랍·중동 문제 담당 고문에 자신의 사돈을 임명했다.

◆공염불이 된 약속

바이든 대통령은 가족을 위해 대통령의 사면권을 행사하지 않겠다고 여러 차례 공언했지만 결국 공염불이 됐다.

미국 백악관은 1일 저녁(현지시간) 바이든 대통령 명의의 입장문을 내고 "오늘 나는 아들 헌터의 사면장에 서명했다. 내가 취임한 날부터 나는 법무부의 결정 과정에 개입하지 않겠다고 말했으며, 내 아들이 선별적으로 그리고 불공정하게 기소되는 것을 지켜보면서도 약속을 지켰다"고 말했다.

그는 아들 헌터에 대한 형사기소가 정치적인 동기로 이뤄졌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아버지로서 그리고 대통령으로서 내가 왜 이런 (사면) 결정을 내리게 되었는지 미국인들이 이해해주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그는 주말에 사면 결정을 내렸으며 더 기다릴 이유가 없어서 사면장에 서명하고 이를 발표한다고 설명했다.

바이든과 백악관은 그간 헌터 바이든에 대한 사면권 행사에 관한 질문이 나올 때마다 사면을 하지 않을 것이라고 공언해왔다.

헌터 바이든은 델라웨어에서는 총기 법령 위반으로 올해 6월 유죄판결을 받았고, 캘리포니아에서는 탈세로 기소돼 9월에 재판을 받기 직전에 유죄인정을 했다. 양쪽 다 연방법 위반이다.

총기 법령 위반 기소 내용은 헌터가 2018년에 총기를 구매할 때 제출해야 하는 서류 양식에 '불법적으로 마약을 사용하거나 마약에 중독되지 않았다'는 취지의 부분에 체크했는데 이것이 거짓말이므로 허위공문서 작성이며 불법으로 총기를 소유했다는 것이다. 헌터는 마약 중독자로 알려졌다. 탈세 기소 내용은 140만달러(20억원) 규모의 세금을 내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트럼프 당선인은 사법권 남용이라며 강하게 비난했다. 그는 자신의 소셜미디어인 트루스소셜에 "이번 사면에 수년간 감옥에 갇혀 있는 'J-6 인질'도 포함되느냐"며 "(사면권) 남용"이라고 주장했다.

'J-6 인질'은 트럼프 당선인이 패배했던 2020년 대선 결과에 불복해 이듬해 1월 6일 의회 폭동에 가담했다 수감된 지지자들을 말한다.

트럼프 당선인은 헌터와도 깊은 악연이 있다. 대통령이던 2019년 7월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통화하면서 헌터를 포함해 바이든 부자(父子)를 조사하라고 압박했다는 의혹으로 탄핵소추를 당했고 이듬해 2월 상원에서 탄핵안이 부결됐다.

이후에도 트럼프 당선인과 공화당은 헌터를 집중 공격의 대상으로 삼았고 바이든 대통령은 '아픈 손가락' 헌터를 상대로 한 정치 공세를 멈추라며 반발해왔다.

◆사돈 요직 기용

트럼프 당선인이 1일(현지시간) 자신의 트루스소셜에 글을 올리고 레바논계 미국인인 마사드 불로스를 아랍 및 중동 문제에 대한 선임 고문으로 임명하겠다고 발표했다.

불로스는 트럼프 당선인의 딸 티파니 트럼프의 시아버지다. 대선 때 아랍·무슬림계 미국인 지도자들과 여러 차례 만나 트럼프 당선인의 지지를 공고화하는 데 역할을 했다.

트럼프 당선인은 "마사드는 유능한 변호사이자 재계에서 크게 존경받는 지도자로 국제무대에서 폭넓은 경험을 갖고 있다"면서 "그는 대선 선거운동에서 자산으로 아랍계 미국인 커뮤니티와 새로운 연합을 맺는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고 밝혔다.

이어 "마사드는 거래 해결사(deal maker)이자 중동에서의 평화에 대한 확고한 지지자"라면서 "그는 미국과 미국의 이익을 강령하게 옹호할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트럼프 당선인은 전날 자신의 사위인 재러드 쿠슈너의 부친 찰스 쿠슈너를 주프랑스 대사로 임명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CNN은 트럼프 당선인이 두 딸의 시아버지들을 이례적으로 요직에 기용하기로 한 것은 신뢰할 수 있는 가족 구성원에 의지해온 전례를 집권 2기에도 계속할 것임을 보여준다고 보도했다.

그러면서 트럼프 당선인은 예전부터 가족들에게 정치적 역할을 맡겨 이해 충돌과 족벌주의에 대한 논란을 일으켰다고 CNN은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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