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6일 삼성전자가 반도체 사업 진출 50주년을 맞아 위기론을 불식시킬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글로벌 메모리 1위의 위상을 높일 수 있도록 기술 경쟁력 회복에 속도를 높여야 한다는 것이다.
올해 들어 반도체 업황이 회복기에 접어들면서 세계 반도체 기업들은 호황을 누렸다. 하지만 삼성전자는 인공지능(AI) 시대 필수 메모리인 고대역폭 메모리(HBM)에서 경쟁사보다 한 발 뒤처지면서 '나홀로 겨울'이라는 오명을 썼다.
삼성전자 반도체 사업을 관할하는 디바이스솔루션(DS)부문은 D램과 낸드 모두 세계 시장에서 선두를 유지해왔다. 1992년 D램 시장 1위, 이듬해인 1993년 메모리 전체 1위에 올랐고 2002년 낸드도 1위에 등극한 후 지금까지 왕좌를 지켰다.
하지만 AI시대를 맞아 메모리 시장에도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수요가 AI로 쏠리고 레거시(범용) 메모리를 쓰는 기존 IT 기기의 수요 침체는 깊어졌다. 특히 HBM에서 주도권을 잡은 SK하이닉스가 급부상하면서 범용 D램이 주력인 삼성전자를 바짝 추격하는 양상이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가 집계한 올해 3분기 삼성전자의 D램 시장 점유율은 D램 41.1%로 1위는 유지했다. 다만 HBM 시장이 열리기 전인 2022년 당시 45.1% 대비 다소 하락했다. 반면 같은 기간 2위 SK하이닉스의 D램 시장 점유율은 HBM의 선전에 힘입어 27.7%에서 34.4%까지 치고 올라왔다. 두 기업의 격차는 6.7% 포인트(p)에 불과하다.
삼성전자는 올해 3분 잠정 실적 발표 당시 반도체 사업 수장인 전영현 부회장이 직접 부진한 실적에 대한 사과문을 내놓기도 했다.
이에 대해 이승우 유진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HBM에서 드러난 삼성의 경쟁력 약화로 인해 '기술의 삼성' 이미지가 훼손됐다"며 "근원적 경쟁력 회복은 생각보다 오래 걸릴 수 있지만, 문제를 숨기기보다 공론화한 것은 긍정적인 변화의 시작"이라고 평가했다.
전문가들은 새로운 리더십, 조직문화 변화 등을 바탕으로 쇄신에 나서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김용석 가천대 반도체대학 석좌교수(반도체교육원장)는 "현재 삼성전자 안에는 SK하이닉스에 밀렸다는 패배 의식이 만연한데, HBM 실책은 그동안 잘하던 것만 하려는 안주와 자만심에서 비롯된 것"이라며 "그러나 실패가 오히려 보약이 될 수 있다"고 했다.
또 "이제는 책임소재를 따지고 묻는 것에서 벗어나 고(故) 이건희 선대회장 시절에 있었던, 똘똘 뭉치고 새로운 것에 도전하는 조직문화를 다시 살려내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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