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일 아침 출근길에 발생한 화재로 이날 해당 아파트 단지는 아비규환을 방불케 했다. 직접적으로 화재 위험에 노출돼 대피한 주민은 30명이었지만 이웃들도 불안감에 집에서 뛰쳐나와 화재 현장을 바라보며 발을 동동 굴렀다.
불이 난 동 입구로 한사람씩 나올 때마다 모여있던 주민들은 아는 이웃인지 확인하느라 젖은 수건으로 감싼 얼굴을 유심히 살폈다. 이웃이 나오면 달려가 꼭 껴안는 주민도 적잖았다.
화재가 난 동 25층 주민 A씨는 "화재가 발생하면 자동으로 개방되는 자동개폐장치가 있다고 생각해 다급히 옥상으로 올라갔는데 문이 잠겨있었다"며 "매캐한 검은 연기는 점점 차오르고 어린 자녀들도 있어서 살아야겠다는 마음에 여러번 발길질을 해 문을 열었다. 너무 당황스럽고 공포감이 몰려왔다"고 말했다.
2일 오전 대구 수성구 황금동 한 아파트에서 발생한 화재당시 소방당국과 아파트 관리사무실의 미흡한 대처를 대처를 두고 주민들의 불만 섞인 증언이 잇따르고 있다.
24층 주민 B(27)씨는 "집 안까지 검은 연기가 들어와서 오전 9시쯤 119에 신고를 했는데 물수건 사용 등 최소한의 대피 요령도 설명해주지 않고 진화 중이니 기다리라는 답만 들었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B씨가 내민 휴대폰에는 불이 난 사실을 인지한 오전 9시 3분부터 30분 사이 119와 가족들에게 11차례나 전화를 건 흔적이 남아있었다.
B씨는 약 10분 뒤 119에 전화해 언제쯤 구조될 수 있는지 재차 물었지만 집안에서 대기하라는 대답만 돌아왔다고 했다. 화재 당시 어머니와 함께 집안에 있었던 B씨는 20분이 지나도 구조 작업이 진행되지 않자 젖은 물수건 2개로 코와 입을 막고 스스로 현장을 빠져나왔다.
B씨는 "관리실에서도 기다리라는 말만 반복했다. 세월호가 떠오르면서 무방비로 기다렸다간 죽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어머니와 급히 내려왔다"며 "무사히 대피하고 나서야 소방에서 잘 대피하셨냐는 연락이 왔다"고 말했다.
대구소방안전본부 관계자는 "당시 동시간대 접수 신고가 33건으로 많았다"며 "대피요령에 따라 위층 거주자에게는 연기가 위쪽으로 올라가니 계단 아래로 내려오지 말고 대기하라고 안내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아파트 측의 화재 대피 안내방송에 대한 불만도 새어나왔다. 대피를 알리는 방송 시점이 워낙 늦었던 데다 이마저도 화재와 상관없는 층간 소음 안내방송이 나와서다.
해당 아파트 24층 주민 C씨는 "집 안에 있었는데 방송으로 갑자기 시끄러운 가요가 나오더니 나긋한 멘트로 층간 소음에 조심해달라는 생뚱맞은 방송이 나왔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에 대해 해당 아파트 관리사무소 관계자는 "안내 방송이 고장이 났는지 처음에 제대로 작동이 안 됐는데 나중에는 정상적으로 안내 방송이 울린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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