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년 연장 논의와 관련해 업종별, 기업별로 사정이 크게 다를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는 가운데 대구에서도 산업별로 차이가 클 것으로 예상된다. 인력이 부족한 업종을 중심으로는 정년연장 논의가 활발한 반면, 청년 수요가 높은 업종에서는 정년 연장이 비교적 부담스럽다는 반응이 나온다.
◆69% vs 6%...업종별 고령자 비중도 달라
지역에서 골판지를 제조하는 한 업체는 전체 근로자 중 60세를 넘긴 근로자가 절반을 넘는다. 컨버터 기계 등을 다룰 수 있는 숙련공이 필요하지만 청년 인력을 구하기가 힘들어 20대부터 근무하던 인력이 60대를 넘어서도 계속해서 근무하고 있다.
이 업체 관계자는 "골판지 제조 과정에서 고열과 굉음이 발생해 새로 젊은 직원들이 오더라도 곧 그만두는 경우가 많다. 직원이 없어서 공장을 제대로 운영 못 할 정도"라며 "우리 같은 제조업에서는 60세 이상 숙련된 근로자가 꼭 필요하다. 정부 차원의 정년 연장 논의는 물론 '고령자 계속 고용 장려금'도 확대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반면에 지역의 한 IT업체의 경우 60세 이상 근로자 비율이 4%가 채 안 된다. 회사 입장에서는 경험과 노하우를 갖고 있는 고령의 엔지니어를 계속해서 고용하고 싶지만 높은 임금에 대한 부담이 크다.
이 회사 대표는 "젊은 청년들만 있는 것보다 기본적으로 '신구 조화'가 이뤄져야 회사가 올바르게 성장할 수 있다. 다만 고령일수록 인건비가 높다 보니 상대적으로 인건비가 저렴한 청년 고용에 신경을 쓰게 된다"며 "고령의 근로자를 고용할 수 있는 유연한 형태의 임금 체계가 나온다면 그들의 활약 덕에 청년 고용 효과도 덩달아 늘어날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고용노동부의 '2023년 고령자고용현황' 조사에 따르면 업종 간 55세 이상 고령자 비중 격차는 최대 62.5%p(포인트)에 달한다. 만 55세 이상 고령자 비중이 가장 높은 업종은 농림어업으로 69.2%를 기록했고, 가장 낮은 업종은 정보통신업으로 6.7%로 나타났다. 보고서는 "업종별, 기업별 사정에 따라 고령 근로자의 지속적인 고용 필요성이 다르므로, 정년과 관련한 사항은 기업 자율에 맡겨야 할 사안"이라고 언급했다.
정년연장과 관련, 지역에선 선제적인 대응 대신 정부의 시책을 관망하는 분위기가 이어진다. 산업계 관계자는 "사무관리직의 경우 정년을 지킬 수 밖에 없고, 숙련공은 근태 등에 따라 선별적으로 임금피크제를 활용 중"이라며 "정년 연장의 전제조건이 호봉제 폐지와 맞물려 있는 만큼 공조직은 공조직대로, 민간분야는 민간대로 자유계약 시스템이 마련돼야 한다"고 했다.
◆기업들이 선호하는 방식은 '퇴직 후 재고용'
기업들이 정년 연장을 부담스러하는 가장 큰 이유로는 '높은 임금 부담'이 꼽힌다. 국내 기업 대부분이 근속 연수에 따른 연공서열형 임금 체계를 택하고 있어 법정 정년을 연장하면 임금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한국경제인협회(한경협)가 여론조사기관 리서치앤리서치에 의뢰해 종업원 300인 이상 국내 기업 121곳의 인사 노무담당자를 대상으로 '고령자 고용정책에 관한 기업 인식 조사'를 실시한 결과, 응답자의 67.8%가 정년 연장으로 인한 경영 부담을 느낀다고 답했다. 이들은 '연공·호봉급 체계에 따른 인건비 부담 가중'(26.0%)을 가장 큰 이유로 꼽았다.
기업들은 계속 고용제도가 도입될 경우 '퇴직 후 재고용'(71.9%) 방식을 가장 선호한다고 했다. 이유로는 '재고용에 따른 고용유연성 확보'(35.2%), '전문성, 희망자 등 일정 기준에 적합한 근로자만 계속 고용 가능'(25.8%), '고령 근로자의 생산성에 연계해 임금수준 조정 가능'(24.5%) 등으로 나타났다.
전문가들은 우리나라의 경직적인 노동시장 구조 때문에 일률적인 정년 연장보다는 생산성 등을 반영한 임금체계 개편 등을 통해 기업들이 적극적으로 고령 인력을 활용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임영태 한국경영자총협회 고용·사회정책본부장은 "단순히 법정 정년을 일률적으로 늘리는 것은 기업경영과 청년고용에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며 "고령 인력 활용 확대를 위해서는 생산성과 임금 간의 괴리를 줄이고, 임금의 유연성을 강화할 수 있는 임금체계 개편이 반드시 선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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