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롯데와 신세계는 무엇이 달랐나…건설업 위기 속 그룹의 선택은?

한국신용평가 '건설업 불황 속 그룹의 선택' 보고서
두산·태영·롯데·신세계 계열 건설사 지원 사례 분석

대구 상공에서 바라본 시가지 아파트 모습. 매일신문DB
대구 상공에서 바라본 시가지 아파트 모습. 매일신문DB

태영건설의 '워크아웃' 충격이 가시기도 전에 롯데그룹이 유동성 위기를 겪고 있다는 악성 루머까지 번지면서 국내 건설업계에 긴장감이 높아지고 있다. 2022년부터 이어진 건설업 한파에 대기업도 속수무책으로 위기에 노출된 가운데 그룹 차원의 지원에 따라 명함이 엇갈리는 진단이 나왔다.

◆'유동성 위기' 태영·두산의 공통점

한국신용평가는 '건설업 불황 속 그룹의 선택'이라는 보고서를 내고 두산·태영·롯데·신세계의 계열 건설사 지원 사례를 분석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태영건설은 지난해 12월 28일 워크아웃을 신청했다. 기존 만기 시점에서 추가적으로 10일 간의 상환 유예를 받았던 서울 성수동 오피스 개발사업 브릿지론 상환 기한이 도래한 날이었다.

과거를 거슬러 올라가면 계열사 지원에도 부실화 위기에 놓였던 회사는 두산건설이 있다. 두산건설은 당시 우량 건설사였고 두산그룹 역시 재계 순위 10위권이었다. 연구진은 두산건설과 태영건설은 각 회사가 속한 계열 전반이 단기간에 현금 유동성을 확보하기 어렵다는 공통점을 지니고 있다고 분석했다. 두산그룹은 두산중공업(플랜트), 두산인프라코어(건설기계) 등이 계열 사업의 큰 축이었다. 태영그룹도 건설업과 방송업(SBS)을 주된 사업으로 삼고 있다.

결과적으로 유동성에 한계가 있었던 두산그룹과 태영그룹은 일시적인 지원을 여러 차례 반복할 수밖에 없었다. 장기간에 걸친 반복된 지원에도 두산건설의 재무 역량이 회복되지 않은 가운데 모회사인 두산중공업도 위기를 맞았다. 두산그룹은 2년간 3조원 규모의 자산을 매각하는 구조조정을 단행했고 두산건설 역시 2021년 매각됐다.

◆롯데와 신세계는 무엇이 달랐나

태영건설이 위기를 겪자 당시 시장에서는 건설사의 도미노 부실이 시작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팽배했다. 태영건설과 함께 주요 모니터링 업체로 꼽히던 롯데건설과 대구에서 대규모 손실을 기록한 신세계건설이 언급됐다.

롯데건설과 신세계건설은 두 그룹이 속한 계열사의 역할을 통해 과거보다 리스크를 완화하고 있다. 롯데그룹은 2022년 하반기 롯데건설의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우발채무와 관련된 유동성 리스크가 불거지자 즉각적으로 계열 지원을 단행했다. 신세계도 신세계건설의 영업손실이 확대되던 지난해 하반기부터 모회사인 이마트를 중심으로 단기간에 1조원을 지원했다. 그 결과 신세계건설의 별도기준 부채비율은 지난해 말 기준 976%에서 올해 9월 말 145%로 크게 개선됐다.

롯데그룹과 신세계그룹은 우수한 현금 창출력과 신용도, 보유 자산의 담보 가치를 바탕으로 계열 건설사의 재무구조를 단숨에 개선시켰다. 유동성 리스크를 겪던 계열 건설사들이 유통 자산에 기반한 계열 지원으로 위기를 극복한 것이다.

◆ "리스크 발현 초기에 대규모 지원"

보고서는 특정 계열사로 인한 재무 리스크가 확산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서는 리스크 발현 초기에 대규모 지원을 통해 시장 심리를 안정시키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롯데와 신세계는 안정적인 현금흐름을 바탕으로 적절한 시기에 대규모 지원을 통해 신뢰를 회복할 수 있었으나 두산과 태영은 그렇지 못했다는 것이다.

연구진은 "태영건설은 신뢰도 하락이 실제 부실로 이어질 수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라며 "이런 자기충족적 예언이 현실화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신속한 대응이 수반되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최근 국내 주식 시장을 큰 혼란에 빠뜨린 롯데그룹 '유동성 위기설'도 언급됐다. 지난달 롯데그룹과 관련한 유동성 위기 루머는 사실무근으로 판명됐으나 악순환을 반복하지 않기 위해서는 그룹이 직면한 리스크에 대한 객관적 분석과 대응책을 제시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연구진은 "계열 지원은 건설사의 생존 가능성을 높이는 중요한 요인이지만 그 자체로 모든 문제가 해결될 수는 없다"며 "계열사의 재무 안정성과 리스크 관리 능력이 조화를 이룰 때 계열 지원이 효과를 발휘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