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매일춘추-태병은] 숲 속 미술관, 수피아미술관

태병은 아트리움모리 큐레이터

태병은 아트리움모리 큐레이터
태병은 아트리움모리 큐레이터

대구에서 한 시간 이내의 거리, 경북 칠곡군의 가산면에 무려 68만 평 부지의 민간 정원이 있다. 전국 최대 민간 정원이라는 타이틀로 광고하는 가산 수피아가 바로 그곳이다.

나는 2022년 문화예술교육사라는 직책으로 수피아미술관과 인연을 맺었다. 미술관은 가산 수피아 내에서도 높은 곳에 자리해있어 미술관의 앞마당에 서있으면 아래로 펼쳐지는 자연의 풍경이 액자 속 그림처럼 펼쳐진다. 매일 오전 미술관의 문을 열면서도 매번 감탄하며 바라보았던 그 풍경이 여전히 기억에 남는다. 미술관에서 진행되는 전시의 구성에 따라 때로 앞마당에 야외 설치 작품이 자리 잡을 때면 매번 다른 작품과 어우러지는 자연의 풍경을 바라보는 것 또한 흥미로운 감상 포인트가 되었다. 가을이면 아름다운 풍경을 뒤로 한 야외 밴드 공연이 펼쳐지기도 해, 미술관을 찾은 관람객들에게 다양한 예술 경험을 선사하기도 했다.

수피아미술관은 2020년 '어른들은 누구나 어린이였다'라는 전시로 개관을 알렸다. 당시 참여 작가 중 대중에게 인지도가 높았던 전이수 작가의 사인회와 미술관 로비에 크게 자리 잡은 김계현 작가의 블록 작품을 어린이들이 직접 만들어보는 프로그램 등의 다채로운 전시연계프로그램으로 많은 관람객들에게 긍정적인 호응을 이끌어내며 성공적인 개관을 치렀다. 유료 입장권을 필요로 하는 민간정원 내에 위치하는 미술관이라는 특수함을 발판 삼아 수피아미술관만의 정체성을 구축하기 위해 이후에도 관람객과의 소통을 바탕으로 하는 다양한 기획 전시가 이어졌다. 특히 2022년 개최되었던 '댕댕아, 우리 미술관 가자'전의 경우 반려견을 동반해 관람할 수 있는 전시로, 반려문화가 급격히 발달하고 있는 동시대의 상황을 재빠르게 적용한 흥미로운 전시로 호평을 받았다.

수피아미술관의 경쟁력은 미술관의 주변으로 존재하는 68만 평의 자연환경으로부터 비롯된다. 2022년 진행했던 어린이 교육프로그램 '수피아로 그리는 숲 이야기'는 참여자 모집이 단기간 내 마감될 뿐 아니라 프로그램 종료 후 어린이 참여자와 학부모들의 열띤 반응을 이끌며 성황리에 진행됐다. 수피아미술관의 풍부한 자연 공간을 탐험하고 활용하는 놀이 활동을 주제로 '나그네의 선물', '숲속의 노래 소리' 와 같은 제목으로 진행된 수업은 대부분 야외에서 이루어졌다. 미술관의 문을 한 발짝만 나서면 사계절에 따라 절로 그 모습을 달리하는 나무숲이 온 사방에 존재하고 있다. 이 수업은 미술관의 이러한 특수 환경을 활용하여 흙을 만지고 나무 냄새를 맡으며 떨어진 낙엽 잎들을 관찰하는 형태로 이루어졌다. 참여자는 도시에서 경험하지 못했던 새로운 자극들을 통해 감각을 일깨우고, 학부모들은 그런 아이들의 모습을 보며 수업에 만족해했다.

도시에 위치하는 미술관이 갖추기 힘든 이러한 주변 환경은 누구도 흉내 낼 수 없는 수피아미술관만의 경쟁력이 된다. 관람객이 미술관에 들어서 전시 작품을 관람하기 전 마지막으로 봤던 풍경 역시 관람의 질에 영향을 미칠 것이다. 끝없이 펼쳐진 숲과 함께하는 미술관, 수피아미술관에서 예술과 자연을 함께 만끽하는 경험을 해보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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