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시장 재편에도 견고한 한국 3사…기술 우위가 관건 [진격하는 K배터리]

유럽 최대 배터리 생산업체 노스볼트가 최근 파산 절차를 밟고 있다. 노스볼트 제공
유럽 최대 배터리 생산업체 노스볼트가 최근 파산 절차를 밟고 있다. 노스볼트 제공

전기차 수요 정체(캐즘)가 장기화되면서 급격한 성장세를 보였던 2차전지 기업들이 위기에 내몰리고 있다. 내실이 부족한 기업이 사라지는 대신, 경쟁력을 갖춘 기업 위주로 시장이 재편될 가능성이 높다.

LG에너지솔루션과 삼성SDI, SK온 등 이른바 'K배터리 3사'는 시장에 몰아닥친 한파에도 선방하는 모습이다. 장기간 축적된 기술력을 기반으로 생산 역량을 확대하고 사업 다각화를 추진해 캐즘 이후를 대비하는 모습이다.

1~9월 중국 제외 세계 배터리 시장 점유율 순위. SNE리서치 제공
1~9월 중국 제외 세계 배터리 시장 점유율 순위. SNE리서치 제공

◆견고해지는 '빅5'

유럽 최대 전기차 배터리 업체인 스웨덴의 노스볼트는 지난달 21일 미국에서 파산보호를 신청했다. 노스볼트는 150억달러(약 21조원)에 이르는 막대한 투자를 받고도 수율(생산품 대비 정상품 비율) 문제 극복에 어려움을 겪다가 전기차 시장 침체란 악재까지 더해지자 결국 버티지 못했다.

블룸버그 통신은 "노스볼트의 최대 주주인 폭스바겐조차 유럽 내 전기차 판매 정체와 중국 사업 악화 등으로 올해 들어 추가 자금조달이나 배터리 구매 계약을 꺼렸다"고 전했다.

노스볼트 측은 위기 극복 방안 중 하나로 아시아 기업들과의 협력을 거론했지만, 세계 최대 전기차 배터리 생산업체인 중국 CATL은 노스볼트에 투자할 계획이 없다고 공식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현재 글로벌 2차전지 시장은 사실상 한국과 중국이 양분하고 있다.

SNE리서치 집계 결과 올 9월까지 중국을 제외한 세계 전기차 배터리 시장에서 CATL(26.3%)과 LG에너지솔루션(25.8%)이 20% 중반대의 점유율을 기록했고, SK온이 점유율 11.0%로 그 뒤를 이었다. 파나소닉(9.9%)과 삼성SDI(9.2%)는 9%대 점유율로 4위와 5위에 각각 자리했다. 중국의 BYD의 점유율은 4%에 그쳤으나 지난해 같은 기간(1.8%) 대비 2배 이상 증가했다.

10위권 가운데 '빅5'를 제외한 나머지 기업은 점유율이 모두 5% 미만이다. 특히 한국 3사의 합산 점유율은 46.0%, 중국 기업의 합산 점유율은 34.8%로 집계됐다.

삼성SDI가 독일 뮌헨에서 열린 IAA 모빌리티 행사에 출품한 전고체 배터리. 연합뉴스
삼성SDI가 독일 뮌헨에서 열린 IAA 모빌리티 행사에 출품한 전고체 배터리. 연합뉴스

◆기술 경쟁력이 관건

중국 배터리 업체의 해외 진출이 본격화되고 있으나 여전히 한국 제품에 대한 선호도가 높은 배경에는 우수한 기술력이 있다.

리튬이온배터리는 첨단 제조업 중에서도 생산을 담당하는 오퍼레이터의 숙련도가 중요한 분야로 꼽힌다. LG에너지솔루션, SK온 등 20년 이상 배터리를 생산해 온 유수의 글로벌 톱티어(일류) 배터리 기업들도 신규 공장 가동 시 정상적인 수율(90% 이상)을 달성하는 데 통상 6개월에서 1년이 소요된다.

배터리 업계 관계자는 "완성차 기업은 통상 신차 출시 3∼4년 전에 전기차의 핵심 부품인 배터리 업체와 스펙을 선정한다"며 "BMW가 노스볼트 수주를 중간에 철회한 것처럼 앞으로 글로벌 완성차 기업들이 납품 업체를 선정할 때 배터리 제조업체의 지속 가능성에 대한 요소를 더 높이 평가할 것"이라고 말했다.

포트폴리오 다변화와 차세대 배터리 개발이 향후 기업의 경쟁력을 좌우하는 요소로 작용할 것으로 전망된다.

LG에너지솔루션은 GM과 '각형 배터리 및 핵심 재료 공동개발을 위한 계약'을 체결해 파우치형, 원통형, 각형을 아우르는 3대 배터리 폼팩터(형태)를 포트폴리오로 갖췄다. 또 삼성SDI는 '꿈의 배터리'로 불리는 전고체 배터리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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