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홍천 사망 일병' 부모 "아들의 억울한 죽음 밝혀달라" 호소

"구조 26분 지연…군, 심정지 아들 다리 다쳤다고 거짓말"
군 "사고 원인·경위 조사 중…유가족 지원에 최선 다할 것"

육군 자료사진. 게티이미지뱅크
육군 자료사진. 게티이미지뱅크

강원 홍천 아미산에서 훈련 중 굴러떨어져 숨진 육군 일병의 부모가 진상 규명과 관련자 처벌을 호소했다.

3일 군인아들부모님카페(군화모)에는 '홍천 사망 통신병 억울한 죽음 밝혀지기를요'라는 글이 올라왔다.

자신을 사망한 A(20) 일병의 어머니라고 소개한 작성자는 "올해 2월 논산으로 입대해 자대배치를 홍천의 한 부대를 전속받고 근무 중 아들이 훈련 중 굴러 다리를 다쳤고, 무전기를 메고 있어서 정신을 잠시 잃었었다는 전화를 군으로부터 받았다"고 말했다.

이어 "'크게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라는 이야기를 듣고 퇴근 후 아이가 신을 실내화와 작은 짐을 챙겨 원주 세브란스병원으로 이송 중 대대장으로부터 'A 일병이 심정지라고 합니다. 죄송합니다'라는 전화를 받았다"고 적었다.

그는 "연세세브란스병원에서 만난 아들은 하얀 천에 머리부터 발끝까지 싸여있었고, 이미 차갑게 식은 상태였다"며 "군 수사당국과 대대장 등의 많은 군인이 저희 부부를 지켜보며 사건 발생 경위를 설명해줬다"고 했다.

작성자는 군 수사 당국으로부터 전해 들은 사고 전말도 호소문에 함께 담았다.

호소문에 따르면 지난달 25일 오전 8시 통신병이던 A 일병은 무전병 3명을 호출하는 방송을 듣고 통신장비를 차량에 실어 중사, 하사, 운전병, 상병 등 4명과 훈련장소인 아미산으로 향했다.

당시 중사는 '차에서 확인할 게 있다'며 대원들만 올려보내고 동행한 운전병은 중사 대신 12㎏ 장비를 매고 산에 올랐다.

하사와 상병, A 일병도 각각 12㎏, 14.5㎏, 25.16㎏의 장비를 매고 산에 올랐고, 중간에 운전병이 '다리를 삐었다'며 짐을 A 일병에게 지게 했다.

작성자는 "아들은 25㎏의 짐과 12㎏의 짐을 번갈아 올려다 놓고 내려와 다시 자신의 짐을 올려다 놓는 식으로 산을 올랐다"며 "수사 과정에서 운전병은 예정에 없던 훈련을 하게 돼 전투화가 아닌 운동화를 신었고 차에 대기하고 있던 중사는 원래 훈련에 참여해야 하는 인원이었지만 차에서 휴대전화를 하고 있었음이 밝혀졌다"고 주장했다.

오후 1시 36분쯤 산을 오르내리던 A 일병의 모습이 보이지 않자 일행이 A 일병을 찾기 시작했고 "살려달라"는 A 일병의 외침이 들려오자 인근 수색 끝에 오후 2시 29분쯤 그를 발견했다. 이후 26분이 지난 오후 2시 56분쯤 포대장 지시로 119에 A 일병 구조를 요청했다.

작성자는 "발견 당시 통화 녹취를 확인한 바로는 아이가 '2바퀴쯤 굴러 몸을 움직일 수 없다', '응급실에 가고 싶다', '물'이라는 표현했던 상태였다"며 "심지어 녹취록에 물을 달라고 했을 때 하사가 '물 줄게 ○○야'라고 말하기도 했다"고 적었다.

그러면서 "아이를 발견하고 26분을 군대 소대장, 중사 등과 통화하며 버렸고, 산이 험해 지상 구조가 되지 않는 걸 알면서도 의무군대 종합센터의 신고는 1시간 뒤에 이뤄졌다"며 "신고 후 1시간 52분 뒤 군기가 도착했으나 아이를 싣고 이륙하는 데 실패해 다시 돌아갔고, 다시 소방 헬기를 요청해 기다리던 중 심정지가 와 심폐소생술(CPR)을 26분간 실시했지만 결국 살리지 못하고 심정지 상태에서 병원 이송해 사망 판정을 받았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이어 "우왕좌왕하며 '이거 잘하면 ○되는 거야'라고 말하며 잘못하면 어떻게 될까 고민하고 정확한 판단을 내리지 못해 아이를 죽음에 이르게 한 사실을 감당하기 힘들다"며 "잘 다녀오겠다고, 건강하게 있으니까 걱정하지 말라던 아들의 모습을 다시 볼 수 없음을 받아들일 수 없다"고 덧붙였다.

한편 3군단은 이와 관련해 "현재 군과 수사기관에서 후송 과정 등을 포함한 사고 원인과 경위를 면밀하게 조사하고 있으며 유가족과도 긴밀하게 소통하고 있다"며 "군은 유가족 뜻에 따라 고인의 명예를 위한 최고의 예우를 다할 것이며 유가족 지원에도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했다.

앞서 지난달 25일 오후 2시 30분께 홍천군 아미산 산길에서 A 일병이 다쳐 응급처치받은 뒤 119 응급헬기를 통해 원주 세브란스 기독병원으로 옮겨졌으나 오후 6시 29분쯤 숨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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