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간첩죄 적용 범위 확대를 골자로 한 형법 개정안에 반대 입장으로 돌변했다. 중국의 심기를 살피는 게 아니냐는 의심을 살 만하다. 간첩죄 적용 대상이 '적국(敵國)', 즉 북한으로 한정돼 있는데 적성국에 대한 방비가 소홀하다는 지적이 나온 터다. 더구나 국회 법사위 법안소위에서 적용 대상을 '외국 또는 이에 준하는 단체'로 확대, 명시해 의결한 바 있다. 그런데 민주당은 공청회를 열어 각계 의견을 듣자고 어깃장을 놓는다.
민주당은 개정안 급제동을 정당화하는 이유로 법안 완결성을 들지만 배부른 소리다. 이런 수순이면 개정안 연내 처리는 물 건너간다. 여유작작할 안보 상황인지 반문하게 된다. 중국인들이 대낮에 부산 해군작전사령부 작전기지에 입항한 루즈벨트함을 드론으로 촬영한 것이나 국가정보원 청사를 촬영한 건 개인적 호기심 차원이 아니다. 정상적인 보안·방첩 시스템이라면 간첩 행위로 보는 게 지당하다. 이런 상황에서 법 개정을 주저한다는 건 중국의 눈치를 보는 것으로 의심해도 지나치지 않다.
중국은 반간첩법을 개정해 국가 안보와 관련한 것이라면 뭐든 간첩 행위로 여겨 억류하고 처벌한다. 중국에서만 간첩이 활개 치는 탓은 아니다. 우리의 법망은 너무 느슨하다. 그런데도 서영교 민주당 의원은 국회 법사위 법안소위에서 "언제 적 간첩인데 지금 간첩을 얘기하나" "군사 기밀은 다 국가 기밀인가"라고 했다. 어느 나라 국회의원인지 헷갈릴 지경이다. 민주노총 간부 등이 북한과 내통한 혐의로 유죄를 선고받은 것이나 공산당원으로 추정되는 중국인 간첩이 활개 치는 걸 뻔히 보고도 이런 말을 할 수 있다는 게 경이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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