깜짝 놀랐다. 모든 사람이 그랬다. 처음엔 '가짜 뉴스'인 줄 알았다.
하지만 어젯밤 10시 23분, 식당 TV 화면에 갑작스레 윤석열 대통령의 결연한 모습을 통해 발표되는 '비상계엄 선포 긴급 담화문'은 충격이었다.
2024년에 비상계엄이라니, 함께 자리한 지인은 물론 식당 안 모든 사람들은 도대체 왜 이런 상황이 벌어지는지에 대해 어리둥절해했다.
이후 휴대전화 메신저를 통해 '계엄사령부 포고령 발표' '민주당 지도부 국회 전원 집결' '국회 경비단 전원 배치' '국회 폐쇄' '국회에서의 계엄 해제 의결을 막기 위해 의원 체포조 가동' '1공수 부대원들 실탄 챙겨 국회 이동 중' '특전사 이미 들어가' 등 실시간으로 여의도 국회의 상황이 생중계됐다.
이후 새벽 여야는 긴급 소집령을 발동했고, 계엄군은 0시 27분을 전후해 여의도 국회 진입 시도 10여 분 뒤 본관까지 진출했다.
우원식 국회의장은 오전 1시 1분 '비상계엄 해제 요구안'을 상정, 출석 190명 전원 찬성으로 1시 3분 계엄 해제 요구안이 통과됐다.
이 소식에 계엄군이 1시 14분 국회 밖으로 철수했으며, 윤 대통령은 4시 29분 '계엄 해제' 담화를 발표한 뒤 4시 30분 국무회의를 열어 '계엄 해제안' 의결, 6시간 7분여 만의 계엄 정국은 끝이 났다.
한밤의 정치 드라마였다. 드라마는 짧게 끝났지만 1980년 5월 전두환 당시 신군부 이후 44년 만에 선포된 비상계엄의 후폭풍이 더 우려된다.
윤 대통령은 이번 비상계엄의 이유로 최근 야당의 일방적 예산 폭주, 감사원장·검사 탄핵 등을 들었다.
윤 대통령은 "지금까지 국회는 우리 정부 출범 이후 22건의 정부 관료 탄핵소추를 발의했으며, 22대 국회 출범 이후에도 10명째 탄핵을 추진 중"이라며 "또한 판사를 겁박하고, 다수의 검사를 탄핵하는 등 사법 업무를 마비시키고, 행안부 장관·방통위원장·감사원장·국방 장관 탄핵 시도 등으로 행정부마저 마비시키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국회와 야당을 반국가 세력으로 몰았다. 이를 두고 한 정치권 관계자는 "이번 포고문은 그동안 있었던 역대 계엄의 포고문과 다르다. 국회와 야당을 반국가 세력으로 규정한 것이 큰 차이"라며 "이번 비상계엄 선포가 헌법이 규정한 요건인 국무회의를 거쳤는지 확인되지 않는 등 절차상의 문제가 있지만, 국회를 반국가 세력으로 치부한 것은 명분에서도 한참 모자란다"고 했다.
당장 걱정은 한밤의 계엄 선포가 가뜩이나 대내외적으로 처한 현실이 녹록지 않은 우리나라를 더욱 수렁으로 빠뜨리게 할 수 있다는 점이다. 정치적 공황 상태가 불을 보듯 뻔하기 때문이다. 또한 '조기 대선' 가능성도 커 보인다.
더불어민주당은 윤 대통령의 즉각 퇴진을 촉구하고 나섰다. 당연한 야당의 행보다. 민주당은 비상계엄 해제와 동시에 긴급 의원총회를 열고 결의문을 통해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는 명백한 헌법 위반이다. 선포 요건도 지키지 않았다"면서 "비상계엄 선포 자체가 원천 무효이자 중대한 헌법 위반이다. 이는 엄중한 내란 행위이자 완벽한 탄핵 사유"라고 주장하면서 윤 대통령의 자진 사퇴를 요구했다. 하야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즉시 탄핵 절차에 돌입하겠다고 엄포도 놨다.
6시간여 만에 막을 내린 어젯밤 긴박했던 비상계엄 상황을 지켜보면서 과연 이 나라가 대통령의 나라인지, 국민의 나라인지 생각하게 된다. 대한민국은 한 명의 나라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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