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8일과 29일 내린 눈으로 한라산은 벌써 눈 세상이다.한라산은 겨울이 되면 순백의 눈으로 뒤덮이며 마치 설국에 들어온 듯한 풍광을 자랑하고 있다.겨울철 하얀 눈으로 덮인 한라산은 마치 동화 속 풍경으로 변신한다. 해발 1950m의 한라산은 우리나라에서 가장 높은 산이다.사계절 다양한 매력을 자랑하고 있지만 특히 겨울철에 눈 덮인 한라산의 풍경은 환상적이다.
이 때문에 겨울철 한라산의 설경은 많은 이들의 사랑을 받으며 탐방객을 불러들이고 있다.제주의 아름다운 자연 경관을 표현하는 영주십경(瀛洲十景)중 하나가 한라산 백록담에 쌓인 설경의 아름다움을 표현한 녹담만설(鹿潭晚雪)이다.
멀리서 하얀 눈으로 뒤덮인 한라산을 보기만 해도 마치 선계(仙界)에 들어선 듯 신비롭고 폐부(肺腑)까지 시원해지는 느낌이다.특히 맑은 날에는 하늘의 파란색과 한라산의 설경이 조화를 이루며 마치 이 세상에는 두 개의 색만이 존재하는 것 같은 신비로운 풍광을 자아낸다. 너무 눈이 부셔 제대로 눈을 뜨지 못할 정도다.
한라산에는 백록담 정상을 향하는 2개의 탐방로(관음사탐방로·성판악탐방로)와 백록담 턱밑 윗세오름과 남벽에 이르는 3개의 탐방로(어리목탐방로·영실탐방로·돈내코탐방로)그리고 어리목주차장 인근의 어승생악으로 향하는 탐방로가 있다.각 탐방로별로 서로 다른 절경이 펼쳐진다.
◆성판악탐방로
백록담 정상까지 9.6㎞, 편도 약 4시간 30분이 소요된다. 7.3㎞ 지점에 위치한 진달래밭까지는 탐방로 주변이 숲이어서 잎을 모두 떨군 나무에 하얀 눈이 솜처럼 소복이 내려앉은 풍광이 일품이다.출발지점서 4.1㎞에 속밭대피소가 있는데 이 지점 삼나무 숲의 설경에서는 탄성이 절로난다.
속밭대피소에서 1.7㎞ 더 진행하면 사라오름 입구에 도착하는데, 백록담행을 잠시 미뤄두고 사라오름에 꼭 올라가보기를 강추한다. 이 지점서 오름 정상까지는 600m.오름 분화구는 산정호수다. 비가 많은 여름에는 탐방로까지 물이 차오르고, 겨울에는 하얀 눈이 산정호수를 뒤덮고, 호수 주변 나무들에서는 눈꽃과 상고대의 향연이 펼쳐진다.
성판악코스는 정상까지 완만해 가장 많은 등산객들이 찾지만 사라오름 입구에서부터 정상까지 3.8㎞은 다소 가파르다.진달래밭을 지나면 숲은 사라지고 키 작은 관목지대로 시야가 확 트인다.지금까지는 설경 속에 갇혀 걸었지만 지금부터는 설경 위를 걷는다.
숨이 차오르지만 저 앞에 우뚝 솟은 순백의 백록담 풍광이 힘을 불어 넣고, 뒤를 돌아보면 지금까지 걸어왔던 여정에 뿌듯함을 느낀다.드디어 해발 1950m 정상. 대한민국에서 가장 높은 곳에 서 있다.먼 옛날 뜨거운 용암을 쏟아냈던 저 웅장한 굼부리(분화구·噴火口). 지금도 세상을 삼킬 듯 입을 벌리고 있는 그 웅장한 모습에 숨이 멈춰진다.
◆관음사탐방로
백록담 정상까지 8.7㎞. 편도 소요시간 5시간. 성판악코스보다 짧은데도 소요시간은 길다. 그만큼 높은 경사가 발걸음을 무겁게 한다.관음사 주차장에서 6㎞ 떨어진 삼각봉대피소까지 숲길. 탐방로 주변 나무와 숲의 모양에 따라 서로 다른 설경들이 펼쳐진다. 서로 자신을 바라보라고 뽐내는 듯하다.
3.2㎞ 지점 탐라계곡 다리를 건널 때 색다른 풍광이 펼쳐진다. 계곡 아래 크고 작은 바위를 살포시 감싸며 쌓여 있는 설경이 크기가 다른 알들이 옹기종기 모여 있는 듯하다.삼각봉에 이르러 반전이 일어난다. 그동안의 숲길은 끝나고 시야가 탁 트인다.그리고 하얀 눈옷을 입고 하늘을 찌를 듯 솟아있는 삼각봉과 눈 덮인 왕관을 쓴 왕관릉의 장엄한 모습이 등장한다.
삼각봉대피소를 지나 용진각계곡을 건너는 다리 위에서 사진 촬영은 필수. 어느 계절에 찾든 주변 산세와 어우러져 명작이 탄생된다.정상까지 2.3㎞의 힘겨운 과정이 남아있지만 시시각각 서로 다른 모습으로 눈앞에 펼쳐진 순백의 장관을 보노라면 힘이 절로 난다.
◆영실탐방로
윗세오름(3.7㎞)을 거쳐 백록담 턱 밑 남벽분기점에 이르는 5.8㎞코스. 편도 2시간30분. 백록담 정상까지 갈 수 없지만 등산객들에게 가장 강렬한 인상을 심어준다.영실탐방로에는 영주십경 중 하나인 영실기암(靈室奇巖)이 사철 장엄하고 아름다운 자태를 뽐내고 있다.
산림청 지정 '아름다운 소나무 숲' 사이로 다양한 모습의 기암괴석(奇巖怪石群)이 고개를 내민 모습이 마치 환타지 영화의 한 장면 같다.여름 집중호우 시에는 성벽처럼 이뤄진 바위군 사이로 커다란 폭포가 형성되고, 겨울에는 얼음폭포라는 또 다른 장관이 펼쳐진다..
한때 대한민국에서 가장 맛있는 컵라면을 팔았던 윗세오름. 지금은 여타의 사정으로 라면이 판매되지 않고 있다. 이곳서 잠시 휴식 후 남벽으로 진행.백록담의 외벽(外壁)인 남벽은 깎아지른 듯한 수직절벽이 울퉁불퉁한 모습을 하고 있어 마치 외계행성에 서 있는 듯하다. 특히 겨울 설경은 그 어느 곳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신비로운 모습이다.
◆어리목탐방로
윗세오름(4.7㎞)을 거쳐 남벽분기점에 이르는 6.8㎞코스. 편도 3시간 소요.해발 1423m의 사제비동산까지는 숲 터널. 사제비동산부터 윗세오름 대피소까지 광활한 평원이 펼쳐진다. 저 멀리 보이는 백록담까지 온 세상이 하얀 눈으로 덮여 있다.
윗세오름까지의 등산과정에서 주변에 보이는 것이라고는 흰 눈에 덮인 온통 하얀 세상이다. 그 어떤 방해물도 없다.새 하얀 넓은 도화지 위에 혼자 놓여 있는 기분이다.
◆어승생악탐방로
어리목 주차장(탐방안내소)에서 어승생악 정상까지 1.3㎞. 소요시간 편도 30분.어승생악은 시간적, 체력적으로 다른 탐방로는 택하기 버거운 등산객들이 찾는 오름이다. 어승생악은 미니 한라산이라 할 수 있다.
비록 탐방거리가 짧지만 정상에 커다란 굼부리를 비롯해 자연생태가 잘 보존되어 있으며 한라산 백록담을 비롯해 멀리 추자도, 비양도, 성산일출봉이 한눈에 내려다보인다. 짧고 굵게 한라산 설경을 즐길 수 있다.
◆돈내코탐방로
돈내코탐방안내소에서 평궤대피소(5.3㎞)를 거쳐 남벽분기점(7㎞)에 이르는 코스로 편도 3시간30분정도 소요된다.남벽순환로를 따라 윗세오름에 이르고, 어리목과 영실탐방로와 연계할 수 있다.이 밖에도 한라산에 직접 오르지 않고서도 한라산 설경을 제대로 즐길 수 있는 곳이 있다.
바로 1100도로 최고점인 1100고지 휴게소. 도로의 높이가 해발 1100m로, 타지방의 웬만한 산 정상보다도 높아 한라산 못지않게 눈이 많이 쌓이는 곳이다.1100고지는 한라산과 삼형제오름 사이에 위치해 있으며, 람사르습지로 지정된 습지 산책로가 있어 이 산책로를 걷는 것만으로도 한라산 설경을 즐기기에 충분하다.
멀리 한라산 백록담의 설경뿐 아니라 습지 앞 삼형제오름이 선사하는 눈꽃과 상고대의 풍광에 감탄이 절로 난다.눈이 내릴 때마다 설경을 감상하려는 탐방객들이 몰리면서 주변 일대가 교통정체를 겪기도 한다.
겨울철만 되면 한라산 설경을 감상하려는 등산객들이 몰리면서 제주특별자치도는 이들의 편의를 위해 지난달 27일부터 오는 27일까지 백록담 정상으로 향하는 성판악코스와 관음사코스에 탐방예약제를 해제했다. 정상 탐방 예약 없이 겨울 한라산 설경을 만끽할 수 있다.
또한 탐방객들의 편의를 위해 오는 21일부터 내년 2월 23일까지 한라산 눈꽃버스가 운행된다.눈꽃버스는 토요일과 공휴일 오전 9시에서 오후 6시 사이 제주시외버스터미널에서 영실 탐방로 매표소까지 왕복 24회 운행된다.
한라산 설경을 감상하기 위해서는 유의해야할 점이 있어 사전 철저한 준비가 필요하다.겨울산은 복병이 많다. 눈과 추위, 강풍 등으로 평소 산행보다 체력이 급격히 떨어진다.특히 정상까지는 왕복 10시간을 고려해야 하기 때문에 체력 고갈에 대비한 충분한 간식과 물은 필수.
또한 따뜻한 옷과 방수가 되는 등산화, 땀으로 장갑이 젖어 얼 수 있기 때문에 여분의 장갑, 방한모, 찬바람을 막을 수 있는 넥워머, 미끄럼 사고 예방을 위한 아이젠과 스틱도 필요하다.한라산 설경의 장관도 좋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안전한 산행이다.
한국지방신문협회 제주일보 조문욱 기자
댓글 많은 뉴스
홍준표 대선 출마하나 "트럼프 상대 할 사람 나밖에 없다"
나경원 "'계엄해제 표결 불참'은 민주당 지지자들 탓…국회 포위했다"
홍준표, 尹에게 朴처럼 된다 이미 경고…"대구시장 그만두고 돕겠다"
언론이 감춘 진실…수상한 헌재 Vs. 민주당 국헌문란 [석민의News픽]
"한동훈 사살" 제보 받았다던 김어준…결국 경찰 고발 당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