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끓는 의료계 "전공의가 처단 대상? 분노"…전의교협·전의비 공동성명

4일 오전 서울 용산구 전자랜드 한 가전 매장에서 시민이 비상계엄 선포·해제 관련 보도를 시청하고 있다. 연합뉴스

의료계는 비상계엄 선포 직후 나온 계엄사령부 포고령 내용에 분노하고 있다. 사직 전공의들에게 '48시간 안에 현업에 복귀하라'는 내용을 두고 의료계는 윤석열 대통령이 의료계에 위협을 가한 것으로 보고 대통령 하야 목소리를 키우고 있다.

지난 3일 계엄사령부가 발표한 제1호 포고령에서 "전공의를 비롯하여 파업 중이거나 의료현장을 이탈한 모든 의료인은 48시간 내 본업에 복귀하여 충실히 근무하고 위반 시는 계엄법에 의해 처단한다"고 적시했다.

이를 두고 사직 전공의들은 자신들이 '처단의 대상'이 됐다는 사실에 두려움과 분노를 함께 표했다.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와 계엄포고령이 복귀하려던 전공의들의 발길마저 돌려세웠다는 평마저 나온다.

한 사직 전공의는 "계엄사 포고령 발표 이후 밤에 별다른 연락은 받지 못했지만 간밤에 두려움을 느꼈다"며 "'처단'이라는 말을 두고 두려움과 함께 '우리가 처단받아야 할 대상인가'라는 생각이 들어 분노도 함께 들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사직 전공의도 "계엄령에 전공의에 대한 내용이 들어있다는 게 충격적"이라며 "진짜 전공의들을 반국가세력으로 보고 있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의대 교수들과 개원의들도 즉각 반발에 나섰다. 전국의대교수협의회(전의교협)와 전국의대교수비상대책위원회(전의비)는 4일 공동으로 성명을 내고 윤 대통령의 하야를 요구했다.

전의교협과 전의비는 공동성명에서 "지난 10개월 동안 의대 교수들은 윤석열 정부의 잘못된 의료 정책을 지속적으로 비판하면서 진정으로 국민 건강을 증진시키는 방안으로 돌아오길 요구하였으나 윤석열 정부는 아집스러운 정책을 고수하며 혈세를 낭비하면서도 국민의 안전을 위험에 빠뜨렸다"며 "급기야 어제는 자유대한민국을 전체주의, 독재시대로 회귀시키는 불법적 비상계엄 조치를 자행했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그러면서 "사직한 전공의들을 아직도 파업 중인 것이라는 착각 속에 복귀하지 않을 경우 처단하겠다는 전시 상황에서도 언급할 수 없는 망발을 내뱉으며 의료계를 반국가 세력으로 호도했다"며 "의대교수들은 반국가 세력, 반역 세력인 윤석열과 그 정부, 그 호위 세력들에게 당당히 맞설 것임을 천명한다"고 밝혔다.

대한의사협회는 계엄령 선포 직후 입장문을 발표, "현재 파업 중인 전공의는 없으며 사직 처리된 과거 전공의들은 각자 위치를 지키고 있다"며 "의사 회원들의 안전도모와 피해방지를 위해 협회는 만전을 기하고 현 상황으로 인해 피해가 있을 경우 즉시 협회로 연락달라"고 당부했다.

최안나 대한의사협회 기획이사이자 전임 집행부 대변인은 "대통령의 우격다짐에 따르지 않는다는 이유로 (전공의를) 국가 전복을 꾀하는 내란 세력으로 간주해 '처단'하겠다는 이 나라가 자유민주주의 대한민국이 맞다고 생각하느냐"고 되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