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45년 만에 비상계엄령을 선포했다 약 2시간 30분 만에 국회가 비상계엄 해제요구 결의안을 가결하면서 무산시킨 데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로 실시간 상황을 공유한 시민들의 힘이 컸다. 최대한 물리력 사용을 배제하고 표결도 막지 않은 군경 대처도 눈길을 끌었다.
과거 비상계엄이 내려진 사례와 이날 계엄이 무산된 데는 시민들의 눈과 입 역할을 한 SNS가 결정적 차이로 작용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로 이날 비상계엄 선포 소식이 실시간으로 전해지면서 4천여명의 시민들이 즉시 국회로 몰려들었다. 계엄군보다 빠른 시각 국회로 도착한 시민도 적잖을 정도였다.
시민들은 스마트폰을 들고 국회 진입 통제상황과 군 헬기가 국회로 접근하는 모습, 계엄군의 국회 진입 장면 등을 실시간으로 공유했다.
정치권도 SNS를 적극 활용했다. 일부 정치인은 유튜브 라이브 방송 등을 통해 내부 상황을 생중계했다.
결국 계엄사령부 포고령에 담긴 '모든 언론과 출판은 계엄사의 통제를 받는다' 조항은 사실상 아무 효력을 발휘하지 못했다. 전국민이 실시간 상황을 지켜보면서 과거와는 완전히 다른 양상이 전개된 탓이다.
국민의 눈과 귀도 온라인에 쏠렸다. 소셜미디어 '엑스'의 실시간 트렌드에 따르면 '비상계엄' 관련 게시물은 80만개가 넘어서며 1위를 기록했다. 국내 포털 네이버와 카카오는 비상계엄 선포 이후 한 때 이용자가 몰리며 서비스 장애가 발생하기도 했다.
군경의 차분한 대응도 눈길을 끌었다. 국회 입구에서 시민들과 대치하면서도 심각한 물리적 충돌 상황은 발생하지 않았다. 완전무장 상태로 국회에 진입했던 계엄군도 물리력 사용을 최대한 배제하는 모습이었다.
이날 국회 본청 건물에 진입한 계엄군이 진입하는 과정에서 창문이 깨지고 집기 일부가 파손되는 등 충돌이 있었지만 국회 본회의를 개최해 표결하는 과정을 적극적으로 막지는 않았다.
일각에서는 군경이 원치 않는 동원에 마지못해 명령을 따른 모습이 역력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준석 개혁신당 의원은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국회 출입을 막았던 경찰들에 대해 "'국회의원이 일하러 가는데 막는 게 맞습니까'라고 소리쳤을 때 젊은 경찰들이 굉장히 동요했다"고 주장했다.
박수현 더불어민주당 의원 페이스북에는 계엄 해제 직후 셔터를 내린 계엄군을 향해 "내란죄 공범이 될 수 있다"라며 문을 열 것을 요구하자 셔터를 올리는 모습이 공개되기도 했다.
오히려 따뜻한 모습도 나왔다. 국회에 투입됐던 계엄군 한 명이 시민에게 고개 숙여 인사한 뒤 철수하는 모습이 포착돼 눈길을 끌었다. 한 계엄군이 실랑이를 벌이는 시민에게 다가가 오랫동안 껴안고 어깨를 다독이며 진정시키는 모습도 포착됐다.
우원식 국회의장은 이날 새벽 긴급담화문을 발표해 "계엄 선포에 따라 국회로 출동했지만, 국회 의결에 따라 즉각 철수한 것은 민주주의와 함께 성장한 군의 모습을 보여준 것으로 평가한다. 불행한 군사쿠데타의 기억을 가진 우리 국민들도 오늘 상황을 지켜보며 우리 군의 성숙한 모습을 확인했을 것"이라며 "군은 국민의 군대로 헌법과 국민을 수호하는 기본 책무를 흔들림 없이 수행해달라"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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