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비상계엄 파도에 흔들리는 '대왕고래 프로젝트'

1차 시추 예산 대폭 삭감에 비상계엄 여파까지…미래 불투명
2026년 예정된 2차 시추 '추진 가능할까' 우려 높아져

동해 심해 석유가스전 개념도
동해 심해 석유가스전 개념도

안 그래도 흔들리던 '대왕고래 프로젝트(동해 심해 가스·석유 탐사)'가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여파로 더더욱 높은 파도에 휩쓸리게 됐다.

다음 달 첫 시추 작업을 앞두고 정부 예산의 98%가 삭감된 마당에 현 정국까지 불안정해지며 추가 재원 마련에 큰 암초가 도래한 탓이다.

현재 대왕고래 프로젝트와 관련해 시추선 웨스트카펠라호가 오는 10일쯤 부산항에 도착해 보급품을 실은 뒤 경북 동해안 시추 예정지로 이동할 예정이다.

사업을 주관하는 한국석유공사가 1차 시추작업을 앞두고 포항 영일만항을 최근 보조항만으로 선정하면서 포항지역에서도 나름 기대감이 고조됐다. 하지만 더불어민주당이 지난달 29일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 회의에서 대왕고래 프로젝트 예산을 기존 505억5천700만원에서 497억2천만원(98%)을 삭감한, 8억3천700만원으로 단독 통과시키며 찬물을 끼얹었다.

대왕고래 프로젝트는 석유공사와 산업부가 예산의 절반씩을 각각 부담한다. 이미 해외 선사 등과 계약이 모두 끝난 상태에서 당장의 급한 불은 석유공사 부담 비용으로 감당할 수 있지만, 추가 재원 마련이 반드시 필요한 상황이다.

우원식 국회의장 중재로 오는 10일까지 여야가 관련 예산 협의에 나설 예정이었으나 이번 비상계엄으로 여파로 인해 합의안 마련에 빨간불이 켜진 것으로 관측된다. 대왕고래 프로젝트가 윤 정부의 대표적인 대형국책사업 중 하나인 탓에 비상계엄으로 틀어진 국회와의 관계가 향후 프로젝트 추진에 걸림돌로 작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윤 대통령 역시 2일 저녁 비상계엄령 선포 담화에서 "민주당이 내년도 예산에서 재해대책 예비비 1조원, 아이돌봄 지원 수당 384억원, 청년 일자리, 심해 가스전 개발 사업 등 4조1천억원을 삭감했다"고 밝히며 대왕고래 프로젝트 예산 갈등이 이번 비상계엄 이유 중 하나임을 시사했다.

더 큰 문제는 수차례 시추 작업이 예정돼 있다는 점이다. 이런 이유로 예산 마련이 계속 삐걱될 경우 프로젝트 추진동력 자체가 상실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대왕고래 프로젝트는 약 2년 주기로 총 5번의 시추 탐사 작업이 예정돼 있다. 각 작업 당 최소 1천억원의 비용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된다.

게다가 다음 달 시작되는 1차 시추 탐사 작업에 이어 2차 시추 작업은 2026년쯤이 이뤄질 전망인 만큼 차기 정권이 해당 프로젝트를 계속 이어갈지도 미지수다.

한국석유공사 관계자는 "오는 10일까지 추가 예산 확보를 위해 국회 설득 작업에 나서는 중이었지만 갑작스런 정국 변화에 어떻게 해야할 지 무척 당혹스럽다"며 "우선은 상황을 조용히 지켜보고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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