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장 이번 달 대출이자가 무서워 죽겠는데 계엄령이라니. 딴 나라 얘기인 줄 알았어요."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령이 해제된 4일 '보수의 심장'으로 불리는 서문시장 상인들의 표정에는 실망감이 역력했다. 이들은 내수 경기 침체로 불황이 극심한 가운데 대통령이 경제 부양책을 펴긴커녕 무리한 계엄령 선포로 서민들을 벼랑 끝으로 내몰았다고 입을 모았다.
서문시장에서 떡집 노점상을 운영하고 있는 윤모(55) 씨는 "작년 연말과 비교해도 손님이 40% 가까이 줄었다. 장을 보고 시장에서 밥을 먹거나 요기를 하는 사람도 요새는 찾아볼 수 없다"며 "소상공인들이 겨우 호흡기로 연명하고 있던 상황이었는데 계엄령 선포는 심리적인 기대마저 무너뜨린 것"이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인근에서 횟집을 운영 중인 김현수(28) 씨는 "어제 계엄령을 선언한 이후 환율이 급격하게 올랐다. 환율이 오르면 결국 물가도 오르게 돼 우리 같은 자영업자들은 팔아도 남는 게 없다"며 "어제 뉴스로 소식을 접한 뒤 당장 오늘 발주 물량이 제대로 못 들어올까 봐 눈앞이 캄캄했다"고 했다.
불황 무풍지대로 일컬어지던 대학가도 수년째 극심한 침체를 겪고 있긴 마찬가지다. 이날 점심시간 때쯤 찾은 경북대 북문 식당가에는 가게별로 1~3개 테이블 정도만 손님들이 차 있었고, 프랜차이즈 빵집과 카페 등이 있던 상가는 공실로 바뀌어 있었다.
경북대 인근에서 20년 넘게 백반집을 운영해왔다는 장모(53) 씨는 "가게 매출이 줄어 최근엔 일하던 직원도 내보냈다. 대학생들 사이에서 단체 모임 등도 급격히 줄어 요새는 4명 이상 오는 손님도 보기 어렵다"며 "정치적 갈등이 불러온 계엄령 탓에 서민들 민생만 더 팍팍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3일 갑작스레 비상계엄령이 선포된 이후 일부 편의점 등에서는 생필품 수요가 급격히 늘어나는 현상이 벌어지기도 했다. 한 편의점 업체에 따르면 전날 오후 11시부터 자정까지 1시간 동안 전국 전 매장 기준 통조림 매출은 지난주 같은 요일, 같은 시간대보다 337.3%나 급증했다. 이 밖에 봉지면은 253.8%, 생수 141.0%, 즉석밥 128.6%, 건전지 40.6%, 안전상비의약품 39.5% 등도 높은 매출 증가율을 보였다.
지역의 한 편의점 관계자는 "지난밤에 갑작스러운 소식에 불안한 마음을 갖고 편의점을 찾는 사람들이 많았다. 혹시 모를 상황에 대비하는 것 같다"며 "매일 필요한 물건을 발주해야 하는 입장에서 이러한 '불확실성'은 엄청난 피해다. 한 치 앞을 예상할 수 없어 매장 운영에 어려움이 크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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