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상계엄은 해제됐지만 경제에 미치는 파장은 한동안 이어질 전망이다. 전혀 예상치 못한 계엄 선포는 한국의 정치적 불안과 사회적 갈등을 적나라하게 드러낸 것으로 세계 시장이 받아들일 수 있는 만큼 후유증을 극복하는 데 상당한 시간과 노력이 필요해 보인다. 비록 6시간 만에 해제된 비상계엄이지만 4일 금융시장은 급등락 속에 출렁이며 불안한 모습을 보였다. 외국인들의 매도가 이어지며 코스피 지수는 하락세를 면치 못했다. 밤새 1,442.0원으로 최고점을 찍었던 원·달러 환율은 상승폭을 줄이기는 했으나 여전히 변동성이 큰 상황이다. 국고채 금리는 일제히 상승했고, 가상자산 시장은 요동(搖動)쳤으며, 금값은 상대적으로 안정세인 세계 시장과 달리 국내에서만 올랐다. 소용돌이가 언제까지 이어질지 누구도 장담할 수 없다.
특히 대외 신인도(信認度)는 장기적으로 볼 때 적잖은 타격이 불가피해 보인다. 주요 외신들은 실시간 계엄 상황을 전송했고, 사태 발생의 배경을 전하며 대통령 지지율과 정치적 갈등을 부각(浮刻)시켰다. 글로벌 신용평가사들이 한국의 신용등급을 하향 조정하면 가뜩이나 위태로운 우리 경제에 심각한 위협이 될 수 있다. 수출은 주춤하고 내수 부진이 장기화하면서 세수 부족으로 재정마저 불안한 내부 여건 속에 미 트럼프의 재집권으로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처지인데, 비상계엄이라는 최악의 변수까지 등장한 것이다. 정치적 불안은 고스란히 경제에 투영(投影)된다. 세계 증시 호황에도 맥을 못 추는 우리 증시에서 외국인마저 이탈한다면 재앙이 될 수 있다. 정부와 경제계가 긴밀한 협조를 통해 불확실성을 최소화해야 한다. 금융감독원은 시장 완전 정상화까지 24시간 비상 대응 체계를 가동해 매일 금융 상황 점검회의를 개최하는 한편 금융사별 외화 유동성 변동 추이를 밀착 점검한다고 밝혔다. 이럴 때 경계해야 할 것이 바로 근거 없는 루머다. 지금 같은 특수 상황에선 기대보다 불안이 시장을 좌우한다. 국제 신용평가사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가 한국의 국가 신용등급과 관련해 비상계엄의 실질적 영향이 없다고 평한 것은 고무적이다. 한국 신용등급(장기 기준 'AA')을 바꿀 사유가 없다는 뜻인데, 안도하기보다는 향후 대응을 마련해야 한다.
넋 놓고 있을 여유조차 없다. 위기를 넘기면 반드시 기회는 찾아온다. 금융당국 수장(首長)들은 사태 해결을 위해 긴급 거시경제·금융 현안 간담회를 열고 "주식·채권·단기자금·외화자금 시장이 완전히 정상화될 때까지 유동성을 무제한 공급하겠다"고 밝혔다. 정치권도 경제 안정화에는 한목소리를 내야 한다. 감세 예산안에 대한 전향적 접근이 필요하다. 야당은 정부 여당과 대화를 통해 최소한 민생 안정 관련 예산만이라도 증액해야 한다. 경제마저 퇴행(退行)하면 나라의 미래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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