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윤 대통령, 계엄 선포 해명과 사과가 먼저다

윤석열 대통령이 3일 밤 비상계엄(非常戒嚴)을 선포했다가 국회의 계엄 해제 요구안 가결에 따라 4일 새벽 비상계엄을 풀었다. '6시간의 계엄 정국'은 나라를 일촉즉발(一觸卽發)의 위기로 몰아넣었다. 비상계엄 선포는 40년 민주화 역사를 역행하는 무도(無道)한 통치 행위다. 심야에 국민들은 느닷없는 계엄 선포로 충격에 휩싸였다. 환율은 뛰고, 주식은 하락했다. 미국을 비롯한 동맹국들은 한국의 계엄 사태에 초긴장했다. CNN은 현대 민주주의 국가인 한국이 정치적으로 미지의 바다로 빠졌다는 등 주요 외신들도 계엄 사태에 촉각을 세웠다. 다행히 국회의 저지(沮止)로 계엄은 막을 내렸지만, 후폭풍은 거세다.

윤 대통령의 계엄 선포는 요건과 절차에 문제가 많다. 윤 대통령은 3일 밤 긴급 담화를 통해 "종북 반국가 세력을 척결하고 자유 헌정 질서를 지키겠다"며 비상계엄을 선포했다. 또 계엄 선포 이유로 야당의 잇단 탄핵소추와 예산 삭감에 따른 국정 차질을 내세웠다. 이것이 계엄 선포 요건에 부합(符合)하는가. 헌법은 '전시, 사변 또는 이에 준하는 국가비상사태에 있어 병력으로 군사상의 필요에 응하거나 공공의 안녕질서를 유지할 필요가 있을 때'로 계엄 요건을 규정하고 있다. 우리 사회가 그런 상황이라고 납득(納得)할 국민들이 과연 얼마나 있겠나. 야당의 입법 독주와 국회의 정쟁(政爭)은 대통령의 리더십과 여야의 정치력으로 해결할 문제다. 대통령이 '괴물 국회'를 척결하겠다고 계엄 선포를 한 것은 선을 넘어도 한참 넘었다.

계엄을 선포하려면 국무회의 심의(審議)를 거쳐야 한다. 윤 대통령은 긴급 국무회의를 소집해 계엄 선포안을 심의에 부쳤으나, 참석 국무위원 다수가 반대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대통령은 이를 무시하고, 계엄을 밀어붙인 것으로 알려졌다. 계엄 선포는 대통령 권한이고 국무회의 의결이 필요한 것은 아니나, 다수가 반대하는 계엄 선포를 윤 대통령이 왜 강행(強行)했는지 의문이 든다. '국회 통고(通告)' 여부도 위법성 여부의 쟁점이 되고 있다. 계엄법 4조는 '대통령이 계엄을 선포하였을 때에는 지체 없이 국회에 통고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우원식 국회의장은 "윤 대통령은 계엄을 선포하고 국회에 통고하지 않았다. 이는 대통령의 귀책사유(歸責事由)"라며 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 상정 이유를 밝혔다. 또 '국회와 지방의회, 정당의 활동 등 일체의 정치활동을 금한다'는 계엄사령부 포고령 내용도 위헌·위법 소지가 있다. 헌법은 계엄 상황에서 국회 활동을 제한하는 내용은 없다. 게다가 무장 계엄군이 창문을 깨는 등 물리력을 동원해 국회 청사에 진입한 것은 국회를 무력화시키려는 불법 행위다.

윤 대통령은 비상계엄 여파로 탄핵소추와 하야(下野) 요구에 직면했다. 더불어민주당을 비롯한 야당은 윤 대통령과 김용현 국방·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을 상대로 내란죄 고발과 탄핵에 나섰다. 민주당 등 야(野) 6당은 4일 윤 대통령 탄핵소추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야당은 5일 탄핵소추안이 본회의에 보고되도록 한 뒤 6, 7일에 표결할 계획이다.

표결에서 국민의힘에서 이탈표가 나와 탄핵안이 통과된다면 2017년 박근혜 전 대통령에 이어 또다시 대통령이 탄핵되는 불행한 사태가 재연된다. 이는 윤 대통령과 여권의 공멸을 넘어 정치·경제·사회 등 모든 분야에서 엄청난 혼란을 초래할 수밖에 없다. 그 파급효과가 어느 정도일지는 가늠하기조차 어렵다. 이런 사태를 막기 위해서는 윤 대통령과 정부, 여당이 마음을 비우고 국민을 위해 어떻게 하는 것이 현 시점에서 최선인지 치열하게 고민하고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그 첫걸음은 3일 밤과 같은 선택을 한 이유가 무엇인지 소상히 설명하고 사과하는 것이다.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