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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준식의 '꿈과 품'] 작은 거인들의 꿈과 도전

김준식 제이에스 소아청소년과 원장, 계명의대 명예교수

김준식 제이에스소아청소년과 원장, 계명의대 명예교수
김준식 제이에스소아청소년과 원장, 계명의대 명예교수

사람마다 좋아하는 음악이 있고, 그림이 있고, 문학작품이 있지만, 정호승 시인의 "사람이 온다는 것은 실은 어마어마한 일이다. 한 사람의 일생이 오기 때문이다, 그 사람의 과거와 현재와 그의 미래가 함께 오기 때문이다"라는 시구는 사람을 만날 때마다 늘 마음을 울리고 호기심을 가지게 한다.

매일신문이 주관하는 '매일 탑 리더스 아카데미'를 통하여 정치, 경제, 사회, 문화예술 등 다양한 분야의 검증된 연사들의 삶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시대의 흐름을 읽고 새로운 도전을 꿈꾸게 되는 소중한 시간이었지만, 대구에서 시작하여 대한민국 의료계의 변화를 선도하는 'W병원' 우상현 원장과 '미르치과병원' 박광범 원장에게서 받은 감동과 충격은 아마도 평생 지속될 것 같다.

경북대 치과대학을 졸업한 박광범 원장은 대구에서 미르치과병원을 설립하여 대학병원 수준의 진료를 개인 병원에서 제공하고, 2002년에는 메가젠임플란트를 설립하여 치과용 임플란트 연구개발과 생산에 주력하였는데 의료 현장에서의 경험을 바탕으로 세계 최초의 블루다이몬드 임플란트와 환자의 개별적 요구에 맞춤형으로 대응할 수 있는 다양한 임플란트를 개발하여 세계 임플란트 시장에서 가장 앞서가는 글로벌 기업이 되었고, 지금도 그 자리를 지키기 위하여 끊임없는 투자로 변화와 혁신을 선도하고 있다.

자신이 가진 지식과 경험을 다른 치과의사에게 전수하기 위하여 평일에는 열심히 진료를 하고, 주말에는 전국을 돌면서 자신의 지식을 나누는 삶을 10년 이상 지속하였고, 수입에 의존하던 임플란트를 진료 현장에서의 경험을 접목하여 새로운 임플란트를 만들어 유럽과 미국 시장을 개척한 메가젠임플란트는 2022년 매출액 2천500억원을 달성했고, 2030년까지 연 매출 1조원 기업으로 성장시킨 후에 치과 진료만 하고 싶다는 꿈을 이야기하였다.

코로나19로 직원들 월급을 걱정할 정도로 어려운 시기에도 직원들을 해고하지 않고 코로나 다음을 준비하여 오히려 더 성장하는 기적을 보여주었다. 그의 35년 진료 인생을 돌아보면서 집필한 '나는 치과의사다'에서는 투명한 경영과 사람 중심의 진료 철학과 끊임없는 도전과 혁신으로 치과의사로서의 사명감과 기업인으로서의 책임감을 동시에 실현하고 있는 작은 거인을 반견할 수 있었다.

'메디시티대구 협의회' 의료서비스개선위원장으로 7년간 봉사하던 중에, 우리나라에서 처음으로 팔 이식에 성공한 'W병원' 우상현 원장의 사례를 들으면서 대구에서 엄청난 인물이 났음을 직감하였다.

국내 최초로 팔 이식 수술을 성공적으로 집도한 수부외과 및 미세재건수술 분야의 권위자로서, 법적인 뒷받침이 되지 않는 상황에서 대학병원에서도 하기 힘들었던 수술을 최초로 했을 뿐만 아니라, 이식 수술을 하면 반드시 필요한 면역억제제가 규정에 없어서 건강보험 적용이 되지 않는 어려움을 극복하고 법 개정을 하여 환자에게 혜택을 주었고, 절단된 손가락 대신 발가락을 붙이는 수술을 국내 처음으로 시행한 선구자이다.

수술을 받은 분 중 우리나라에서 손꼽히는 심장수술 전문가인데 흑색종으로 엄지손가락을 절단해야 하는 의사에게 엄지발가락의 일부를 이식하여 그분이 지금도 심장 수술을 하고 있는 사례를 보면서 감동이 되었고, 수술에 실패한 환자가 시술한 의사를 위로하는 따뜻한 인간관계를 보여주는 다큐멘터리에서는 나도 모르게 눈시울이 붉어지고, 수술을 끊임없이 진행하는 의사의 고뇌와 아픔을 이해할 수 있었다. '1밀리미터 혈관의 희망'이란 조그만 책자에서 남들이 힘들어 가지 않는 새로운 길을 찾아가는 거인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일본 여행 중 가장 기억에 남는 오사카 기업가 박물관에서는 오사카를 기반으로 활약한 105명 기업가의 업적을 소개하고 있었는데, 파나소닉 창업자인 마쓰시타 고노스케와 세계 최초로 인스턴트 라면을 개발한 안도 모모후쿠 등 다양한 분야의 사업가가 소개되었다. 이들은 모두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변화와 혁신을 이끈 사람들로 새로운 영감을 주었고, 대구에도 이런 뛰어난 분들의 이야기가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비상계엄 선포와 해제로 나라가 어수선하고 혼돈스럽지만, 대구가 낳은 작은 거인들이 새로운 시대를 꿈꾸고 나누어 주는 이야기를 전하는 공간이 있어, 어린아이들에게 모델이 되어 꿈과 희망을 줄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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