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경북문화관광공사, 선비의 발자취 '고려 사은(四隱)길' 소개

영덕 목은 사색의 길, 영천·포항 해파랑길 16코스, 성주 가야산 선비산수길, 구미 금오산 올레길

포항 연오랑세오녀 테마공원.포항시청 제공
포항 연오랑세오녀 테마공원.포항시청 제공

경북문화관광공사가 올 겨울에 걷기 좋은 경북 인문학 산책로 '고려 사은(四隱)길'을 소개했다.

고려 사은은 고려시대 말 충절을 지킨 네 명의 성리학자인 목은(牧隱) 이색, 포은(圃隱) 정몽주, 도은(陶隱) 이숭인, 야은(冶隱) 길재를 말한다. 이들은 경북 각지에 선비의 발자취를 남겼다.

◆ 영덕, 목은 사색의 길

영덕 괴시리마을. 국가유산청 제공
영덕 괴시리마을. 국가유산청 제공

영덕군의 블루로드 C코스는 '목은 사색의 길'이라 불린다. 축산항에서 시작해 고래불해변까지 이어지는 17.5km의 여정은 숲길과 바닷길이 적절히 어우러져 걷는 이에게 다채로운 경험을 선사한다.

특히 이 코스의 중간 지점에 위치한 괴시리 전통마을은 목은 이색(1328~1396)의 출생지로, 역사와 전통이 살아 숨 쉬는 곳이다. 이곳에서는 400년 전통의 영양 남씨 집성촌의 모습을 만날 수 있으며, 목은 이색기념관을 통해 그의 생애와 유산을 자세히 살펴볼 수 있다.

괴시마을 인근의 상대산(183m) 관어대에도 그의 발자취가 남아있다. 관어대는 "바위 아래 물고기를 헤아릴 수 있는 곳'이라는 뜻으로, 예로부터 영덕의 맑은 바다를 조망할 수 있는 곳이다.

목은 이색과 함께 이언적, 김종직 등 당대의 문장가 30여 명이 관어대와 관련된 42편의 작품을 남겼다.

◆영천·포항, 해파랑길 16코스

영천과 포항 일대는 포은 정몽주(1337~1392) 선생의 흔적이 곳곳에 남아 있다.

영천 임고면에서는 선생의 학문과 충절을 기리기 위해 창건된 임고서원을 만날 수 있다. 이 서원은 영천 최초의 서원으로, 선생의 위패가 모셔진 문충사와 강당인 흥문당 등으로 구성되어 있다. 서원 옆 포은유물관에서는 포은 선생의 일대기와 업적, 사상에 대한 이해를 깊게 할 수 있다.

영천 임고서원. 영천시청 제공
영천 임고서원. 영천시청 제공

포항 또한 정몽주와 인연이 많다. 경상북도 동해안 유일의 사액서원인 오천서원은 포항 남구 오천읍에 위치한다. 이 서원은 1588년에 창건돼 임진왜란 때 소실되었다가 복원되었는데, 포은의 단심가가 새겨진 표지석도 찾아볼 수 있다.

포항 오천읍 인근의 해파랑길 16코스는 흥환보건소~연오랑세오녀테마공원~도구해변~ 송도해변 간 약 19km의 코스다. 특히 도구해수욕장은 백사장 길이 800m의 고운 모래해변으로 캠핑과 차박 명소로 주목받고 있으며, 삼국유사에 등장하는 연오랑과 세오녀의 전설이 서린 곳이기도 하다.

◆성주, 가야산 선비산수길

가야산은 고려 말 도은 이숭인(1347~1392) 선생과도 깊은 인연이 있는 곳이다. 특히 가야산 선비산수길 2코스인 '가야산 에움길(11.3km)'을 따라 걸으며 이숭인 선생의 발자취를 느낄 수 있다. 이 코스의 청휘당은 이숭인 선생을 모신 사우(조상의 신주를 모혀 놓은 집)이며 강학하던 곳이다. 도은 기념관에서는 도은 선생의 생애와 업적을 자세히 살펴볼 수 있다.

성주 선비산수길과 성주호. 성주군청 제공
성주 선비산수길과 성주호. 성주군청 제공

◆구미, 금오산 올레길

구미 금오산은 고려 사은인 야은 길재(1353~1419)가 은거했던 곳으로 유명하다. 대한민국 1호 도립공원이기도 한 금오산은 2016년에 준공된 금오산 올레길(2.43km)을 따라 걸으며 구경하면 좋다. 제당산책로, 부잔교, 아치교, 데크로드, 콘크리트구간, 흙길산책로 등 다양한 구간이 이어져 걷는 재미가 있다.

구미 금오산 올레길.구미시청 제공
구미 금오산 올레길.구미시청 제공

금오산 도립공원 내에 자리 잡은 야은역사체험관은 길재 선생의 사상과 학문에 대해 사색할 수 있는 곳이다. 금오산에는 채미정, 경모당, 구인재 등 야은 길재 선생과 관련된 다양한 유적이 남아있다.

김남일 사장은 "고려 사은길은 경북의 풍부한 역사문화 자원과 수려한 자연경관을 조화롭게 결합한 인문학 산책길"이라며 "이번 고려사은길 소개를 통해 경북의 자연과 역사가 어우러진 관광이 활성화되고, 경북의 인문학적 가치가 재조명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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